[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재건축, 재개발과 같은 주택 정비사업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막대한 돈을 차입해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사업기간 단축으로) ‘이자비용’을 줄여야 그만큼 조합원 이익이 높아진다. 한마디로 ‘시간이 돈’인 셈이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소위 ‘땅’과 ‘쩐’ 작업이 적기에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 분양 경기까지 맞아 떨어지면 ‘안성맞춤’이지만 ‘땅과 쩐’은 인간의 영역이고 ‘때’는 신의 선물이기 때문에 ‘땅’과 ‘쩐’ 작업만 잘 해도 ‘인간으로서 할 도리는 다했다’고 본다. 이후는 그야말로 ‘진인사 대천명’
정비사업은 땅주인(조합원)들이 돈(조합원 분담금)을 모아 벌이는 사업이기 때문에 초기에 부족한 돈은 밖(금융권)에서 돈을 끌어와야 한다. 그래서 ‘땅’작업(이주완료)과 ‘쩐’작업(이주비 등 사업비)은 정비사업의 전부라 할 수 있다.
단지가 클수록 빌려오는 돈의 규모 또한 크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이라는 반포1단지(1·2·4주구)에서 현대건설이 조합에 약속한 사업비는 ‘이주비’ 한 개 항목만 해도 2조원이 넘는 규모다. 막대한 돈은 금융기관을 통해 조달되지만 이자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이 갚아야 한다.
이주비는 조합원 이주가 시작되기 전 차용하기 때문에 빠른 이주 완료는 조합원들에게 그만큼 이득이다. 많게는 조 단위로 차용한 돈의 이자가 하루에 수억 원씩 붙기 때문이다.
▶ 신축 4043가구, 부산 온천4구역 재개발 이주기간 5개월 결의…빠른 사업 이뤄낼 것
금년 4월 30일 부산 온천4구역 재개발 정기총회에서는 ‘이주 지연 등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이주 촉진을 위한 명도 소송 조속 제기’ 등 조합원 스스로 빠른 이주를 독려하는 안건이 가결되었다. 1400명에 달하는 재개발 조합원들의 이주기간도 단 5개월(7.1~11.30)로 잡았다. 일각에서는 조합원들 스스로 ‘이자의 무서움’을 알고 자발적으로 기간을 단축시킨 것이 놀랍다는 분위기다.
실제 2400여 세대 대단지임에도 불구하고 단 4개월 만에 이주를 끝낸 단지도 있다. 현재 공사가 한창인 ‘산성역 포레스티아’(성남 신흥주공 재건축)이다. 기존 2406세대를 허물고 4089세대의 대단지로 탈바꿈하는 이 단지는 조합원들 스스로 관리처분 시 이주기간을 어긴 조합원에게 ‘공동관리비 부과와 사업비 증가분 부담’하는 안건을 마련, 조합원 스스로 빠른 이주를 실행토록 했다.

한편, 12월 2일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는 ‘은행주공 재건축’에서 입찰에 참여한 ‘D’사가 이주기간 4개월을 제시, 조합원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일반적으로 조합원 스스로 ‘빠른 이주결의’ 외에 시공사의 도움이 뒷받침돼야 ‘성공적인 기한내 이주완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시공사의 ‘조력 의지’ 표명은 조합원들의 반가움을 이끌어 낸다. 여기에 공사기간까지 단축되면 조합원 이자부담도 줄이고 빠른 입주도 가능해 ‘금상첨화’다.
은행 주공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서울에 집중된 주택 수요가 구 성남에도 몰리기 위해서 은행주공과 신흥주공 재건축 사업의 성패가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신속하고 성공적 재건축 완료로 성남이 재조명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16년 성남시 제공 통계자료에 따르면 성남시 전입과 전출 인구수는 각 17만4000여명과 17만6000여명으로 큰 차이가 없었으나 서울로부터 성남시 전입 인구가 약 1만3000여명 증가세를 보여 서울 대체지로서 성남시의 인기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