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로 중소기업은행장 리더십 ‘위기’
윤용로 중소기업은행장 리더십 ‘위기’
  • 이범희 기자
  • 입력 2009-10-27 11:52
  • 승인 2009.10.27 11:52
  • 호수 809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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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꺽기’관행 여전…중소기업 노예 만들기 실태
photolbh@dailysun.co.kr

중소기업은행(행장 윤용로)의 일명 ‘꺽기’, 불법 영업 관행이 국정감사의 채찍을 맞았다. 지난 20일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꼬집었다. 그 동안 ‘클린경영’을 주창했던 윤용로 행장은 국감장에서 한순간 추락했다. 때문에 기업은행을 믿었던 중소 기업인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으로 알려진다. 믿었기에 느끼는 허탈감이다. 기업은행의 국감현장을 들여다 봤다.

윤용로 행장의 경영리더십이 추락했다.

금융계를 감시하던 금감원 출신인 윤 행장은 2007년 12월 기업은행장으로 취임한 후 ‘클린경영’을 주창했다. 하지만 그의 클린경영은 은행업계의 고질적 관행인 ‘꺽기’대출로 한순간에 곤두박질쳤다. ‘꺽기’는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 일정 부분에 대한 정기예금 등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업계에서는 공공연한 영업비밀로 알려지지만 이는 명백히 잘못된 관행으로 구속성 영업 행위에 속한다.

그 ‘꺽기’가 문제가 되어 지난달 20일 국정감사장에 참석한 윤 행장의 고개를 숙이게 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기업은행의 자체 감사에 대한 부실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기업은행의 일명 ‘꺾기’ 악습에 대한 근절의지가 전혀 없다. 기업은행 전 지점을 전수조사 하여 ‘꺾기’를 완전히 근절해야 한다”면서 “기업은행 자체 감사에서 적발이 안 되다가 금융당국 검사에서 많은 적발 건수가 나왔다. 이건 제 식구 시간벌어주기 식 봐주기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 2007년부터 현재까지 자체 감사 결과 한차례도 지적 사안이 없다가 지난 8월 금융당국 심사에서 89건이나 적발됐다. 금액만 21억4천3백만 원이다.

기업은행의 자체감사 결과를 보면 의정부 지점과 테헤란로 중앙지점이 가장 많은 7건, 그리고 양재동 지점 4건 등 ‘꺾기’가 적발됐다. 기업은행의 꺾기는 지역별로 관습처럼 행해지고 있었다.

윤 행장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그가 금감원 부위원장으로 있던 시절엔 단 한차례도 ‘꺽기’로 적발된 적이 없다는 것. 금융권 일각에선 “그간 금융 감독 기관에서 봐줘서 적발이 안됐을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윤 행장이 기업은행 행장으로 취임하기 직전인 2007년 2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윤용로 기업은행 행장은 “지난 8일 금감원에서 구속성 예금에 대해서 새롭게 기준을 만들었다. 개선된 제도를 바탕으로 자체감사를 통해 내부적으로 잘 살펴 보겠다”고 말했다. 또한 전 지점을 대상으로 일명 꺾기, 구속성 영업행위에 대한 전수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은행 방만 경영 심각

또한 기업은행의 방만 경영도 문제가 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민주당) 의원은 기업은행이 감사원 지적을 무시하고 방만한 경영을 계속했다는 지적을 했다.

기업은행이 지난 94년-2007년 말까지 콘도 회원권 340개를 구입하는데 85억 원 7600만원을 썼고, 올 6월에는 2600만원 상당의 스포츠 회원권을 구입했다.

이는 다른 금융 공기업 사용액보다 몇 배 많은 수치다. 예금보험공사의 경우 29개의 콘도 회원권을 사는데 11억 1400만원, 신용보증기금은 15개 회원권을 구입하는데 5억 원을 사용했다.

직원들에게 과도한 연차 휴가 수당이 지급됐다.

지난해 감사원은 근로기준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기업은행에게 최대 25일의 연차휴가를 주고, 사용하지 않은 휴가일수에 대해서만 휴가보상금을 지급하도록 복지규정 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지난해 연차휴가일수가 25일이 넘은 2012명에 대해 110억 원을 지급했다.

또한 감사원에서 이중지급이라고 지적한 통신비에 대해서도, 지난해 49억 원, 올 6월에 26억 원을 지급했다.

이밖에 해외연수 중에 연차휴가를 제공하고 수당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도 어기고 작년 해외연수직원 20명에게 4926억 6천만 원을 내줬다.

감사원의 지적도 무시하는 기업은행의 방만 경영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신 의원은 “기업은행은 국정감사에서 지적하면 노조 핑계를 대고 돌아서면 계속 같은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미국발 외환위기 이후 중소기업의 부도가 속출했다.

정작 중소기업을 도와야 하는 중소기업은행은 제 배를 채우느라 중소기업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아니 ‘꺽끼’를 통해 중소기업 경영난을 가중시켜 죽이는데 일조를 했다는 지적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중소기업 부도 속출, 기업은행은 배 채워

이석현 의원은 “기업은행에서 윤리경영은 찾아볼 수 없다. 감사원의 지적도 무시하고, ‘눈 가리고 아옹’식의 해결방안 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윤 행장은 “자체감사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감사기준 등에 대해선 함구했다.

이번 국정감사를 지켜본 중소기업인들의 마음은 착찹하다. 한 중소기업인은 “자금이 필요할 때 많은 도움을 받은 곳이다. ‘꺾기’ 관행이 지속됐다는 의원들의 지적으로 인해 믿었던 도끼에 발 등 찍힌 기분이다”고 말한다.

매년 국감 때 마다 지적되는 국내 공기업의 고질적인 병폐인 방만경영, 불법영업 등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 기업가 정신이 부족한 ‘낙하산 CEO’들은 책임경영은 뒷전이고 잠시 자리를 보존하다 떠나면 된다는 식으로 경영한다. 그러기 때문에 노조나 직원들에 끌려 다니다보니 고질적인 한국형 병폐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료, 금융인으로 변신한 윤 행장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문제를 딛고 ‘클린 금융인장’이미지를 되찾기 위해선 책임 경영하는 CEO로 거듭나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이것이 그의 경영리더십의 첫 번째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것이 클린 이미지의 기업은행으로 거듭나는 모습일 것이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sun.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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