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총리, 자의반 타의반 대권 꿈꾸나
실무총리, 자의반 타의반 대권 꿈꾸나
  • 권대경 
  • 입력 2004-07-28 09:00
  • 승인 2004.07.2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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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총리가 지난주 17대 첫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취임 초 예상과 달리 안정지향의 모습을 보이던 이해찬 국무총리가 최근 당정회의와 본회의에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총리가 재임기간 중 정치적 야심을 실행에 옮길 대권플랜을 계획할 수 있다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만약 이 총리가 노 대통령의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야당과 여론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을 경우 자의반 타의반으로 대권을 꿈꿀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이 총리 주위의 권유와 상황에 따라 정동영, 김근태가 아닌 이해찬 카드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먹혀들 수 있다는 풀이까지 가능하다.이 총리는 취임 직후 각료들에게 국정 안정을 최 우선시했다.

이는 그가 강력한 개혁 성향으로 현안을 정면 돌파하리라는 예상을 뒤엎은 것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기업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중요하다”면서 국정운영의 키워드가 안정임을 밝혔다. 또 이 달 초 서울대 특강에서는 “현재와 과거 70, 80년대 노사현장을 비교하며 쟁의가 과한 측면이 있다”며 노동계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특히 박근혜 대표와의 회동에서 박정희 전대통령의 경제개발 성과를 높이 평가한 부분은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할 정도였다. 이처럼 그는 취임 초 유연한 자세로 국정운영의 틀을 짜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이 총리가 서서히 자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행정수도 이전과 박근혜 대표 패러디와 관련한 한나라당의 공세에는 아주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행정수도에 대해 그는 취임 초 “행정기능을 옮기는 수도 건설이 중요하다”면서도 “입법부와 사법부 이전은 독자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일방적 밀어붙이기는 자제할 뜻을 내비쳤다.

야당 반발을 무시해가면서까지 독자적 진행은 없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지난 15일 고위당청협의에서 이 총리는 행정수도건설이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국토균형발전계획의 핵심과제’임을 강조하면서 대국민 설득 작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정치적 부분은 당이, 정책은 청와대가 맡는 형식의 역할 분담을 통해 신 행정수도 건설을 밀어붙이겠다는 복안이다. 이 총리는 지난 주 4일간의 대정부 질의에서 박근혜 패러디를 주제로 야당 의원들의 공격에 차분한 어조로 조목조목 반박했다. 때로는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있었지만 대체로 그간의 방어적 총리 모습과는 분명히 구별됐다. 물론 ‘공작’이란 단어 사용으로 처음으로 사과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자신감 있는 태도를 두고 신선하다는 평과 무례하다는 평이 엇갈리면서 여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그의 노동운동 비판과 박정희 전 대통령 평가 발언이 안정을 지향하는 유화적 제스처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 자기만의 색깔 드러내기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당정간 조율 역할을 자임한 것도 같은 차원에서 해석해야 된다고 덧붙이고 있다.이미 여권 주변에서는 “이 총리가 5선의 정치경력을 쌓으면서 자타공인의 ‘전략기획통’인만큼 총리 재임 기간 중에 대권을 향한 정치적 야심을 키울 수 있다”고 점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항간의 추측에 이 총리는 ‘나는 대권욕심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며 발빠르게 일축했다. 그는 또 “재임기간 중 대통령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실무형 총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데 초점을 둘 것”이라 덧붙였다. 즉 정치적 야심을 가지고 있다는 의심이 가능한 일은 극도로 자제하고 실무중심의 총리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그의 기본적인 자세인 셈이다.

그러나 이 총리가 실무형 총리를 강조하고 있음에도 청와대 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성향상 김근태, 정동영 장관을 제치고 이해찬 총리가 후계자로 낙점 받을 수 있다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정치 패턴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예측불허,”라면서 “이런 점에서 모든 언론이 예상하는 주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선택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그간 거론됐던 정동영, 김근태가 아니라 노 대통령 자신 밑에서 착실하게 총리 수업을 닦은 이해찬 총리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이와 관련해 이해찬 총리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쪽은 야당이 아니라 정동영, 김근태 두 진영이다. 두 사람 모두 차기 대권 후보로 행정실무 경험 차원의 입각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더불어 내각 서열상 이해찬 총리의 행보에 따라 이들의 입지와 행동반경도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관심의 이유다.특히 서서히 색깔 드러내기를 시도하고 있는 이 총리가 조금씩 여론의 눈길을 잡아가고 있다. 또 대야 관계와 각종 현안에 적절한 완급조절과 ‘전략 기획통’으로서의 자질이 발휘되면 그를 향한 국민적 지지가 높아질 수 있다.대권에 관심 없으며 오직 실무형 총리임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이해찬 총리. 하지만 매사 어떤 일이든 뜻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곳이 더더욱 정치권이라면 알 수 없는 것이 내일이다. 따라서 그가 마음을 돌려 대권 주자로 본격 부각될 때 향후 엄청난 잠룡전쟁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권대경  kwond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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