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 횡령사고 연이어 터져

개혁을 외치던 농협(회장 최원병)이 여전히 비리공화국의 오명을 씻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황영철 의원(강원 횡성홍천, 농림수산식품위)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의 사고건수가 지난 년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각에선 최원병 회장의 집권 약 22개월 동안 균열된 농협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해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짙다. 그동안 개혁을 말로만 외쳤을 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 이 때문에 농협 개혁의 시급함은 물론 경영진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임없다. 농협의 문제점을 진단한다.
농협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농민들을 대표하던 집단에서 경영진의 비리가 연이어 터져 비리 백화점이라는 오명을 썼다. 회장직을 역임했던 전직 회장들이 줄줄이 검찰조사를 받거나 물의를 빚고 일선에서 퇴진해 그 오명이 쉽사리 지워지지 않음은 물론 이후에도 끊임없는 잡음이 계속됐다.
이 와중에 현 회장인 최원병 회장이 농협 정권을 잡으면서 개혁을 준비했다.
내부적으로도 신·경 분리 쇄신안 등 여러 가지 대안들을 내놓으며 농협개혁에 앞장서는 분주한 모습들을 보였다. 신입사원 면접 문제에도 농협개혁의 해방책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는 말뿐인 허상이 되었다.
무책임한 방만 경영
집권 약 22개월 동안 농협은 여전히 일부 직원들의 횡령 혐의는 물론 불미스러운 일들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지난 9월 23일에는 벼 도정 과정에서 쌀을 규정보다 많이 생산하고도 이익금을 회계 처리하지 않고 수년간 유흥비 등으로 사용한 농협 직원 7명이 경찰에게 붙잡혔다.
경기도 파주경찰서에 따르면, A 씨 등은 2004년부터 최근까지 농민들로부터 벼를 사들인 뒤 도정 과정에서 쌀을 정상보다 많이 생산했다. 이를 판매한 이익금 1억 5천여만 원을 회계처리하지 않고 접대비와 유흥비, 해외여행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눈 가리고 아옹 식’ 행정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또한 농자재 판매대금 수억 원의 횡령의혹을 사고 있는 농협 직원이 잠적해 경찰에 고발됐다. 전남 진도군 서진도 농협 지산지점에 따르면 구매계 직원인 박 모 씨(38)가 지난달 24일부터 잠적했다. 잠적한 박 씨는 줄무늬잎마름병 농약을 포함한 농자재 판매 대금 수 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농협 자체조사를 통해 현재까지 드러난 횡령 규모는 4억여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의 이 같은 범죄행각이 가능했던 것은 농협의 허술하고 형식적인 재고관리와 감사체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농협중앙회의 기업이미지 제고는 추락의 늪에서 여전히 맴돌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황영철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도 나와 있다. 황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 7월부터 2009년 6월 말까지 발생한 사고는 모두 40건이다. 이는 전년도 동기간(2007년 7월부터 2008년 6월말까지) 33건에 비해 7건(21.2%) 증가한 수치다.
사고내용을 보면 횡령이 2건에서 6건으로 4건(200%)이 증가했다. 업무부당취급이 22건에서 26건으로 4건(18.2%) 증가한다. 반면 기타사고는 9건에서 8건으로 1건 감소했고, 전체 사고 액수는 전년도 사고액 530억 원에서 금년도는 361억 원으로 169억 원(21.9%)로 감소했다.
황 의원은 “농협의 전년 동기 대비 사고액수가 줄어든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건수가 늘어났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분명히 재고할 필요가 있다”면서 “자체감사 강화 등 보다 철저한 농협중앙회의 관리감독이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성난 농심 뿔났다
이로 인해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졌다.
한 농민은 “농민을 위한 농협인지, 횡령을 위한 농협인지 개혁이 말로만 진행될 뿐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블로그에 올려놓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경영진의 각성을 촉구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한 시민단체는 “농협의 비리는 어제오늘일 만은 아니다. 선대 회장들의 전례를 따라가지 않으려면 현 경영진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횡령금액보다 건수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그동안 감쳐진 비리의 복마전이라는 관측과 여전히 허둥대는 농협의 안일한 모습이라는 대조적인 관측도 있다. 때문의 농협개혁의 필요성이 역설되는 시점이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내부 횡령 등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개혁을 위한 준비 중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
한 관계자는 “내부 개혁을 통한 직원들의 교육은 물론, 전반적인 역할에 있어 농협의 필요성을 알리고 노력중이다. 비리에 연류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재발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억울한 심경을 밝혔다.
그러나 성난 민심은 아직도 불신을 표출하고 있다. 여전히 횡령혐의 등으로 불미스럽게 물러난 전직 회장단들의 모습을 지우지 못하는 형상이다. 더욱이 불미스런 순위 발표가 이어지고, 농민을 위한 개혁의 움직임을 전혀 볼 수 없기 때문에 농민들의 한숨은 깊어진 듯하다. 이에 농협의 개혁이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자주 섞인 목소리들이 힘을 받고 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sun.co.kr
이범희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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