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열 위원장은 재벌총수 파수꾼 으로 전락하나
정호열 위원장은 재벌총수 파수꾼 으로 전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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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10-13 11:22
  • 승인 2009.10.13 11:22
  • 호수 807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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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혁연대 공정거래위 “왜 공격하나”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공정거래위원회를 공격하고 나섰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만 해도 ‘포이즌필’을 포함한 경영권 방어 수단의 법제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던 공정위가 불과 1년 만에 ‘포이즌필’ 도입 필요성을 옹호하고 나선 것에 대한 대응이다. 경제개혁위는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의 파수꾼’을 자임하던 공정위가, 친재벌 성향의 위원장을 만나 본분을 망각한 채 ‘재벌 파수꾼’으로 전락하는 것인가?”라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정호열)는 지난 10월 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집에서 M&A 방어수단 중 하나인 ‘포이즌필(독약증권)’* 의 도입에 대해 사실상 찬성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는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경영권 안정이 필요”하다면서 포이즌필 등의 경영권 방어 수단의 도입 역시 필요하다는 정부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은 주주권한이 강화되고 경영권 위협에 노출되면서 현금자산을 과다하게 보유하거나 이를 일부 비생산적인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고 있는데, 만약 포이즌필과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을 허용해주면 쌓여 있는 현금자산이 설비투자에 활용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공정위는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의 파수꾼’을 자임하던 공정위가, 친재벌 성향의 위원장을 만나 본분을 망각한 채 ‘재벌 파수꾼’으로 전락하는 것인가?”라며 “공정위의 이번 입장 선회는 위원장 개인의 소신 내지 성향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에 대한 강한 의지 역시 반영된 것”이라며 공정위를 맹공격했다.

정부는 지난 7월 2일 열린 제3차 민관합동회의를 통해「일자리 창출과 경기회복을 위한 투자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사내 유보한 자금을 설비투자 등에 활용”하도록 하기 위해 경영권 방어수단인 포이즌필을 법제화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법무부와 기획재정부 등이 10월 중 상법 개정안을 마련해 올해 안에 포이즌필 도입 방안을 최종확정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진바 있다.

그러나 경제개혁연구소(소장: 김우찬,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 7월호 이슈와 분석 ‘기업들의 현금보유 ‘과잉’주장에 대한 비판‘이란 제하의 기고문을 통해 기업 내 현금자산 증가가 주주권한 강화 또는 경영권 위협 때문이 아니라 실물투자의 불확실성 증대 때문이며, 따라서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을 허용하더라도 실물투자의 불확실성이 감소하지 않는 한 현금자산이 실물투자로 활용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 여전히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크게 부족하고, 외부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의지 또한 결여되어 있어 기존 경영진에 대한 견제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이러한 우리나라 기업 현실을 감안할 때 포이즌필과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의 도입은 경영권 안정을 통한 투자촉진 효과보다는 참호구축을 통한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등의 부작용만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경제개혁위는 “포이즌필 도입은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소수 재벌 총수일가에게 경영능력과 무관한 난공불락의 안전지대를 제공하는 대신, 재벌의 지배구조 후퇴, 구조조정 지연 및 경제의 전반적인 효율성 저하 등의 비용은 국민경제 전체에 전가하는 친재벌 정책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포이즌필은 도입한 일본 등에서도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개혁위는 “경영권방어수단 도입의 문제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공정위는 정부 입장을 옹호하거나, 정호열 위원장의 발언처럼 ‘공정위의 직접적인 소관사항이 아니’라며 물러서 있을 것이 아니라, 포이즌필이 투자를 활성화시킬 것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착각에 빠져있는 이명박 정부가 하루 빨리 현실을 직시하고, 포이즌필 도입 방침을 철회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그것이 공정위가 자처하는 ‘시장경제 지킴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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