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남성, 밤에는 여성 “여장한 채 왜 회사 담장 넘었나?”
국내 굴지의 연구소인 LG연구소 내에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30대 남성인 한 선임 연구원이 몰래 화장을 한 채 연구소 내 피트니스센터 여성 탈의실을 출입한 것. 이 남성의 경우 몰래 여장을 즐겨하는 CD(크로스드레서, 여장을 취미 생활로 하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하고 있다. 대기업 연구소 직원 A씨의 황당한 이중생활을 파헤쳐 봤다.국내 대기업의 연구소는 그야말로 철옹성과 같은 곳이다. 특히 기술이나 정보유출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출입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국내 전자업계 1~2위를 다투고 있는 LG전자 연구소에서 황당한 사건이 발생해 주목을 끌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9월 중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 회사 피트니스센터를 방문한 한 여직원은 탈의실에 들어가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한 남성이 반쯤 얼굴 화장을 반쯤 지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놀란 여직원은 회사 경비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이 남성은 회사측의 조사를 받게 됐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남성은 다름 아닌 연구소 직원이었던 것이다. 해외사업부 소속 선임연구원 A씨는 여장을 즐겨하는 취미를 갖고 있었다.
회사 자체 조사결과 A씨는 평소 화장을 하고 여장을 한 채 여직원 탈의실을 이용했던 것이다. 남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직원들이 운동을 하러 오기 전인 새벽 시간에 주로 이곳을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곳에 들어와 별다른 행동을 한 것도 없었다. 자신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 보거나 잠을 자는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이상한 취미를 다른 사람들이 이해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A씨는 몰래 이중생활을 해야만 했다.
회사 정문을 통해 드나들면 발각될 것이 뻔했기 때문에 이른 아침 회사 주변의 낮은 담을 넘어 회사 안을 드나들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갈 때는 자신의 신분증을 출입구에 찍은 다음 곧바로 여성 탈의실과 휴게실을 이용했다. 회사 담장 주변에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여직원들이 운동을 하러 올 때 쯤엔 이미 화장을 모두 지우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태연하게 근무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같이 여장하는 것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크로스드레서(CD)라고 일컫는다. 한 전문가에 따르면 “크로스 드레서의 경우 남성성을 갖고 있지만 단지 여성의 옷이 입고 싶고 화장 하는 것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다. 일부의 경우 성 정체성을 잃고 남성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CD의 경우 단지 취미 생활로 여장을 한다”며 취미생활로 봐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반인들의 시각은 이와는 조금 상이했다. 한 네티즌은 “어떻게 세계 초일류 기업의 연구원이 몰래 여성탈의실에 들어가 여장을 한 채 휴식을 즐길 수 있단 말인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보안 시스템도 문제고 직원관리도 문제”라고 말했다.
허술한 보안관리 문제없다?
한편 이번 사건을 통해 A씨는 회사측으로부터 권고사직 처리된 상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직원 관리와 보안상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한다.
동종업계 관계자는 “연구소의 생명은 보안이다. 대부분의 기술 유출이 내부 직원과의 연계를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보안을 철저히 해야 한다. 또한 내부 직원들에 대한 관리 시스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재를 받지 않고 여성들만의 공간을 들락 거렸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보안 상태가 너무 허술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연구소측 관계자는 “그런 사건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전혀 아는바가 없다. 우리 연구소인지 아닌지도 아는바 없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연구소에 다니는 한 남자 연구원과 어렵게 통화를 했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 연구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신문 기사를 보고 알게 됐다. 가산동이라는 것 때문에 우리 연구소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전혀 들은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도 이번 사건에 대해 무대응을 고사했다. 이런 사실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을 시켜줄 수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개인 사생활이기 때문에 어떤 답변도 해줄 수가 없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경영상의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전혀 확인 시켜줄 수 없다. 내부적으로 지침을 그렇게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이런 사실에 대한 은폐 의혹을 갖기 충분했다. 특히 A씨가 회사 출입구가 아닌 담을 넘어 출입했다는 것에 대해 보안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그 부분에 대해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회사는 보안게이트가 있기 때문에 다른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보유출이 될 가능성은 없다. 회사 직원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요서울]이 재차 확인을 요청했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어떤 것도 확인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라고 말했다.
# 지난 5년간 기술 유출시도 내부 직원이 82%
우리나라의 2007~2008년도 기술유출 적발 예방액이 우리나라 한 해 예산(약 270조)의 65%에 해당하는 177조 45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국정감사 관련 교육과학기술위 소속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인천 연수)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정원에서 2007~2008년도에 기술유출과 관련하여, 적발된 건들에 대한 예방액을 계산한 결과, 177조 4500억원(업계 추산)이라는 엄청난 금액이 유출 될 뻔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각한 것은 기술유출시도에 대부분이 전·현직 직원들에 의해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발생한 160건의 사건 중 82%에 해당하는 89건이 전·현직 직원에 의해서 발생한 것으로, 내부에서의 기술유출 시도가 많았으며 이들의 75%가 개인의 영리나 금전 유혹 등의 이유로 범행을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 사용하고 있는 내부기술유출 방지를 위해 사용되는 보안 시스템도 매우 미흡한 상태다.
이에 대하여 황우여 의원은 “국가의 첨단기술은 한 두 사람의 소유물이 아닌 나라전체의 자산이므로 이에 대한 엄격한 보안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정기적인 외부보안관리 뿐만 아니라, 수시적인 외부에서의 보안관리가 동시에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