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계 인사 해외 부동산 쇼핑 ‘실태’
국내 재계 인사 해외 부동산 쇼핑 ‘실태’
  • 이범희 기자
  • 입력 2009-09-22 11:40
  • 승인 2009.09.22 11:40
  • 호수 804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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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모자라 미국까지 ‘초호화 주택’ 매입
A기업 창업주 B씨의 부동산 거래 내역서

인터넷 블로그 ‘Secret of Korea’가 최근 정·재계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전직 기자 출신의 블로거 안치용 씨가 전직 대통령은 물론 재벌들의 감추고 싶은 부동산 거래 및 보유 현황을 낱낱이 공개했다. 이 블로그는 재계 인사를 비롯해 정치인, 유명 인사들의 해외부동산 쇼핑을 까발린 것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자료가 공개되고 있어 이목을 끈다. 더욱이 정부가 최근 부동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주택쇼핑 내역이 알려지고 있어 국민들의 반감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자금출처에서부터 외환관리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의구심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Secret of Korea’에 거론된 해당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문제없이 구입한 것이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도권 담보인정비율(LTV)을 60%에서 50%로 강화한데 이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에 나섰다. 또 30억원 안팎의 부동산을 매입할 때 자금출처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규제는 해외부동산 쇼핑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일요서울>은 국내인들의 해외 부동산쇼핑 현황을 알아본다.

부동산 투자? 투기? 라는 그 말 자체의 뜻이 다르다. 투자는 특정한 이득을 얻기 위하여 시간을 투입하거나, 자본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투기는 상품이나 유가증권의 시세변동에서 발생하는 차익(差益)의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거래행위로 그 의미가 상반된다.

전직 기자 출신의 안치용 씨의 개인 블로그 ‘Secret of Korea’에는 정·재계 인사들의 미국 부동산 보유 현황이 공개되어 있다.

전직 대통령 일가에서부터 정치인, 유명연예인, 기업인 등 해외부동산 매입 현황에 관한 글을 작성하고, 매매계약서 등 증빙 서류를 갖춰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자료의 신빙성을 높였다.

A기업의 전 회장인 B씨, C그룹 오너인 D씨, E그룹의 3세 경영인 F씨, K그룹 차남 K사장 등이 해외 부동산 쇼핑을 한 기업인으로 나와 있다. 인터넷 블로그‘Secret of Korea’에는 기업 이름과 개인명, 사진, 보유현황이 나와 있는 서류 등이 있다. 하지만 본지는 기업의 경영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을 고려해 이니셜 처리한다.


해외 부동산 쇼핑 내역

B씨는 A기업을 키운 창업주나 다름없다. 경제인, 정치인으로 한때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다. 그런 그의 해외부동산 매입에 대해 세인들은 놀랍다는 반응이다.

B씨는 미국 한 지역에 2채의 콘도(아파트)를 매입했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는 뉴욕 맨해튼에서 3채의 콘도를 사들였다. 또한 지난해 5월에는 뉴욕 맨해튼에서 420만 달러(우리 돈 52억원)의 최고급 콘도를 사들였다.

또한 같은 날 2채를 사기도 해 재력가의 면모를 보였다.

유통기업인 C그룹 D회장의 부동산 매입도 도마에 올랐다. 여성CEO로서 국민의 정부 시절국회의원을 지냈던 D회장은 지난해 5월19일 뉴욕 웨스트 57번가의 한 호화콘도(39층 F1호)를 구입했다.

매입가격은 194만9948달러(한화 약 25억원). 여기에 뉴욕주와 뉴욕시 양도세, 백만달러 이상 주택에 부여되는 맨션택스 등 세금(약 5만5천달러)과 주택구입시 부동산중개업자에게 줘야하는 6%의 복비(약 12만달러)를 합하면 실제로는 총 27억원이 들어간 셈이다.

문제는 D 회장이 콘도를 사들인 바로 다음날, 이 콘도를 39F1 PROPERTY LLC란 회사에 0달러에 매각했다는 것.

콘도를 무상증여 받은 39F1 PROPERTY LLC는 D회장이 위임장을 써준 변호사가 대리인으로 있는 회사이다. 이 회사는 콘도 구입 12일 전인 지난해 5월 5일 설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회사설립-D회장의 콘도매입-무상증여 등이 이뤄진데 대해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위임장에 기재된 D회장의 서울 주택도 문제로 거론됐다. 자신의 소유가 아닌 회사 소유의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안치용 씨는 “실제로 D회장이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 “자기 집이라고 주소까지 떡하니 적은 걸 보니 잠시 휴식을 취하는 그런 장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추측했다.

이에 대해 C그룹의 한 관계자는 “합법적으로 이루어진 계약이었다. 개인보다는 법인을 통해 구입하는 것이 낫다는 현지 컨설팅업체의 자문을 통해 매입이 성사된 것이다.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 제기된 무상증여는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D업체 K회장의 2남 K사장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과거 경영권 분쟁으로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K사장은 보스턴과 뉴욕에 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 중 보스턴지역 콘도는 2005년 6월 17일 구입한 것. 10 MWSEUM WAY CAMBRIDGE MA 02141 소재 콘도 234다.

매입가격은 80만5천달러로 알려지며 은행에서 25만달러를 빌려 실제 투자액은 55만5천달러다. K사장은 매입 20일 뒤인 2005년 7월 8일 지분 50%를 부인 J씨에게 양도해 공동소유로 명의를 변경했다.

블로그는 이 부분에서 부인에게 무상증여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후 부인 J씨는 첫번째 콘도 매입 2개월 뒤인 8월 16일 기존 구입 콘도의 바로 옆의 콘도를 또 한 동 구입한다. 매입가격은 60만 1천5백달러로 30만달러로 알려진다.

K사장은 1가구 2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은행융자를 빼더라도 두 채를 합친 투자액은 50만달러에 육박한다.

이에 대해 그룹 관계자 역시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의 입장을 보였다. 그는 “정당하게 구입한 것인데 블로그에 오른 이유를 모르겠다. 합법적인 절차를 통한것이다”며 블로그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E그룹의 F회장은 정상적인 부동산 거래를 통해 콘도를 매입해 주목을 끌었다.

F회장은 지난 1월 9일 C그룹 D회장과 같은 맨해튼 웨스트 57가 콘도(43층 p2)를 매입했다.

매입가격은 2백74만9천여달러(약 33억 원)정도다. 여기에 세금 8만달러, 복비 17만달러(6%)를 포함 3백 달러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F회장은 현지 법인 관계자에게 위임장을 작성해 주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33억 콘도대금 중 85%는 은행 대출로 충당했다.

E그룹 관계자는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구입했다.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이 문제가 된 것도 아니기에 대응할 이유도 없다"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블로거들 불만 성토

인터넷 블로그 ‘Secret of Korea’는 기업 오너의 해외부동산 매입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상황에서 투명한 투자가 전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겁다. 지난 17일 현재 9만3천여명이 다녀갔다. 해당 기업의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질 태세다.

한 네티즌은 “기업의 자금으로 해외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 사용에 대한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오너 개인이나 그의 가족이 사용 목적으로 회사 돈으로 콘도를 구입했다면, 그건 분명히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다. 이에 따른 법률적 책임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블로거는 “부동산 투기는 망국병이다. 국내 유명 인사들이 한국에서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것도 모자라 해외까지 부동산 투기를 하고 있다. 파렴치한 행동을 지적하는 안씨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인터넷 블로그 ‘Secret of Korea’는 매일 매일 업데이트되고 있다.

국내 언론사 기자 출신의 안치용 씨는 지난 5월부터 자료를 수집해 9월초부터 매일 자료를 올리고 있다. 그는 사실을 중심으로 확인 작업을 거쳐 글과 증거자료를 게재하고 있다.

현재 공개된 기업 오너의 부동산 투자를 비롯해 10대 기업의 일부 오너들에 부동산 투자에 대한 리스트로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안치용 씨의 개인 인터넷 블로그 ‘Secret of Korea’는 기업들에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sun.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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