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기업 금호아시아나 추락의 끝은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반격카드를 들었다. 지난 7월 28일 해임된 지 35여일 만이다. 박찬구 전 회장은 형인 박삼구 회장을 상대로 이사회 결의사항 무효 확인 소송과 박삼구 명예회장의 경영상 불법 행위에 대한 형사고발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법무법인 산지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히는가 하면,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게다가 그룹 내에서는 잃을게 없는 박찬구 전 회장 쪽이 불법행위로 형을 물고 늘어질 것이란 추측이 돌고 있어 그 수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형제의 난’으로 비화되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오너 형제간의 공방전을 알아본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박찬구 형제간의 대결이 법적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동생인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법무법인 산지를 통해 형에게 반격할 뜻을 밝혔다.
형에게 구두로 이번 사태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형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그룹 측도 “이번 사안에 대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양측 공방의 칼날이 어느 쪽으로 향할지는 더욱 지켜봐야 할 듯하다.
더욱이 재계 일각에서는 잃을게 없는 박찬구 회장이 불법행위를 물고 늘어지는 게 그룹에서 뭔가 떼어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인식한 것으로 보고 형의 선택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과거 이런 소송에서 재판부가 재판을 진행하다가 “형제간 사안이니 합의하라”고 유도하면, 합의를 보고 상호소를 취하는 게 일반적이었던 전례가 있어 답습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두산그룹의 형제의 난과 똑같은 모양새라는 지적이다.
지난 9월 2일 박찬구 전 회장은 법무법인 산지를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보도자료를 내고 형과의 불가피한 마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반찬구 전 회장은 양측 싸움의 발단은 ‘재무구조개선약정서 날인거부’와 ‘다른 대표이사의 인감 반환거부’라고 주장한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6월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찬구 회장이 박삼구 회장으로부터 금호석유화학을 대리하여 주거래은행과의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날인할 권한을 위임한다는 ‘위임장’에 서명 날인할 것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박삼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이 왜 재무구조개선약정에 서명해야 하는지, 서명을 하면 어떠한 의무와 책임을 지게 되는지’등에 관하여 한마디 설명이 없었고, 심지어 대표이사인 박찬구 회장에게 약정서 자체를 보여주지 않았다. 단지 ‘그룹에서 알아서 할 테니 위임장에 서명하라’는 것이 전부였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찬구 회장은 무리한 풋백옵션 의무와는 관련이 없는 금호석유화학이 약정서 내용조차 읽지 못한 상황에서 서명하는 것은 ‘배임행위’라는 판단하고 서명하지 않았다.
날인을 거부하기 위해 다른 대표이사의 인감을 보관하게 됐는데, 이것이 형에게 미움을 샀던 것.
박삼구 도덕성 질타하기도
형의 잘못을 직설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약정서 날인을 거부하고, 대표이사 인감을 보관한 것은 ‘대우건설 풋백옵션’이라는 박삼구 회장의 경영실패 책임을 금호석유화학과 타 계열사에 전가하려는 일련의 위법행위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연일 언론을 통해 ‘그룹 관계자’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을 등장시켜 시장을 교란시키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교묘히 사실을 왜곡하는 등의 위법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고 일격을 가했다.
이에 일각에선 그동안 주창했던 금호아시아나의 기업 모토인 ‘아름다운 기업 - 금호아시아나’가 추악한 모습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평을 내놓는다.
동생은 고소를 준비하고 형은 이를 반격하지 않고 있어 두 사람간의 문제가 모 기업 전반에 문제로 비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룹 내부에서도 오너 형제간의 싸움이 사업진행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눈치 보기가 역력하다.
재계는 이번 사태의 발단이 금호의 몸짓 불리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형제간의 싸움이 어떠한 결론을 내릴지에 대해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 우호세력 결집 중
금호아시아나그룹 ‘형제의 난’이 발생한 가운데 계열사에 있던 오너 일가 3세이자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인 박철완 부장이 그룹 내부로 인사 이동한 것을 두고 설전 중이다.
재계에서는 일단 ‘박삼구 vs 박찬구’의 대립각과 무관치 않다는 시선이다. 특히 박철완 부장은 기존 아시아나항공 전략팀에서 그룹 전략경영본부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그룹 측에선 경영 수업의 일환이라고 하지만 일각에선 ‘형제의 난’으로 경영 일선에 혼란을 빚고 있는 분위기에 3 세의 경영 승계를 위한 사전 포석과 결집을 위해 보직 변경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더 우세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금호석화의 지분 현황은 박삼구 명예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상무가 각각 5.30%, 6.4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여기에 오너 일가 우호지분인 고 박성용 2 대 회장의 아들인 박재영씨 4.65%,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0.21%와 박철완 부장이 갖고 있는 11.76%를 더해 총 28.39%가 된다. 반면 박찬구 전 회장과 아들인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은 각각 9.44%, 9.03%를 보유 총 보유 지분율이 18.47%에 그쳐 결국 박철완 부장의 11.76%가 박삼구 명예회장 입장에선 우호세력이라는 논리다. 특히 박찬구 전 회장의 경우, 독자 노선을 걸으며 우호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패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시 말해 박삼구 명예회장은 동생 박찬구 전 회장과 맞서는 상황에서 우호세력으로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박철완 부장의 결집력이 필요했다는 추측마저 나온다.
이에 반해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부문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씨는 금호타이어 회계팀 부장으로 근무할 뿐 특별한 이동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sun.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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