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공정위에 조사받는 사연
삼성·LG 공정위에 조사받는 사연
  • 강필성 기자
  • 입력 2009-09-08 12:14
  • 승인 2009.09.08 12:14
  • 호수 802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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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상생경영 뒤로는 단가 후려치기
LG그룹 사옥(좌) 삼성그룹 사옥(우)

상생경영을 표방하는 대기업들이 사실상 협력업체 쥐어짜기를 계속 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삼성그룹과 LG그룹이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부당 납품인하 관련해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최근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업계를 놀라게 한 터라 업계의 시선이 썩 곱지 않다. 환율, 경영상의 부담을 모두 중소기업에 지웠다는 평가 때문이다. 국내 대표 두 기업이 공정위에 도마에 오른 상황을 짚어봤다.

국내 대표 대기업 삼성그룹과 LG그룹이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어 시선을 끈다. 이들은 공정위로부터 LCD부품 공급업체들의 납품단가를 부당하게 깎았다는 의혹을 받있다. 사실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는 재계의 고질적의 병폐로 알려져 있다.

대기업이 ‘갑’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납품 가격을 인하하는 통에 ‘을’의 입장인 중소기업은 고스란히 경쟁력을 잃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할 수도 없다. 대형 거래처를 잃게 되면 고스란히 그 피해를 짊어져야만 한다.


아직 먼 상생 경영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핵심계열사 삼성전자와 LG그룹 계열사 LG디스플레이는 매년 관행적으로 엘시디 부품 공급업체의 납품단가를 부당하게 깎아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을 위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8월 초 삼성에 혐의사실이 담긴 ‘심사보고서’를 보내, 의견제출을 요구했다. 이는 공정위가 제재 직전에 밟는 절차다. 공정위 조사결과, 삼성전자는 지난 2005~2008년 초까지 엘시디부문의 원가절감을 위해 내부적으로 납품단가 인하 목표액을 정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목표액을 핵심 부품인 백라 이트유닛(BLU) 납품업체들에 일방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LG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다. LG그룹 계열사 LG디스플레이는 지난 6월부터 납품단가 부당인하에 대해 조사해 혐의점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공정위에서 ‘납품단가 후려치기’ 의 증거가 담긴 전산자료를 확보했다는 후문이다.

사실 협력업체와의 단가조정은 일방통행이 아닌 협상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경영여건이나 납품업체의 기여도가 조정에 포함되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단가 인상은 거의 희박하다. 인상은 없고 거의 인하만 있었던 것이다. 이들 기업은 원자재가격이 급등했을 때 단가 인상이 있었다고 하지만 대부분 일방적 하락만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하락, 경제위축에 따른 판매 악화 등의 부담을 고스란히 중소기업에게 전가한 셈이다.

문제는 이런 단가후려치기가 고스란히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중소납품업체의 이익률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결국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힘들어진다. 결국 경쟁력이 떨어진 중소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 경쟁력이 안좋다고 하는데, 이는 결국 대기업들의 횡포와 무관하지 않다”며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납품 품질도 나빠질 수 밖에 없고 고스란히 대기업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휴대전화 부품업체들에 대한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로 1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1년 반 만에 또다시 납품단가 부당인하 의혹에 시달려 ‘단가 후려치기’의 단골이라는 오명을 받게 된 셈이다. 사실 삼성그룹이나 LG그룹은 그동안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을 강조해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경영을 총괄하는 이윤우 부회장이 취임과 함께 상생협력실을 신설한 바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은 “고객과 사회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는 진정한 초일류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상생 경영을 적극 실천해야겠다”면서 “협력업체와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동반성장의 파트너십을 확고히 해야겠다”고 말한 바 있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도 2007년 6월 상생협력팀을 만들고 상생경영을 강조해왔다. 최근 업계의 모범이 되겠다고 협력사 부품단가 인상을 추진하기도 했다.


입으로만 상생경영했나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대기업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일부에서는 대기업들이 경제위기 속에서도 최근 사상 최대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중소기업의 희생 때문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해당 기업 측에서는 “아직 위법여부가 확실하게 나온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사 과정에서 얼마든지 무죄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이번 조사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시선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재벌 총수일가의 도 넘은 용돈벌이

재벌그룹의 사업기회를 총수일가가 설립한 회사에 넘겨주는 ‘회사기회 유용’ 방식으로 21개 재벌그룹의 총수일가 71명이 막대한 돈을 벌어드린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대가 발표한 <회사 기회의 유용을 통한 지배주주 일가의 부(富)의 증식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21개 기업집단 지배주주 일가 71명의 회사기회 유용을 통한 부의 증식 규모는 순자산가치 기준 3조5712억원, 시장상대가치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총 3조 9748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초기 투입 금액은 총 4970억원에 불과해 투자금액 대비 7∼8배의 이익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별로는 현대차그룹 및 글로비스의 특수관계자들이 벌어들인 금액이 가장 컸다.

특히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회사기회 유용을 통해 가장 많이 부를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정 부회장은 2001년부터 7520억원, 최 회장은 1994년부터 5390억원의 개인이익을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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