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트로닉스 허위 계산서 발급 ‘논란’

코스닥 상장사 (주)나노트로닉스(대표:한진호)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는 의혹이 제기 됐다. 본지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나노트로닉스는 계약서에 서명도 하기 전에 물품을 제조해 납품했다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하지만 정작 이 제품이 생산 계획이 한참 뒤로 예정됐던 것을 감안하면 쉽게 납득가지 않는 대목이다. 나노트로닉스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의혹을 들여다봤다.
재계에서 상장사라면 한번쯤 빠지는 유혹이 있다.
분식회계 등을 통해 실적을 올리면 주가급등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장부상의 실적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회사의 시가총액도 상승한다. 최근 본지가 입수한 코스닥 상장사 나노트로닉스 관련 자료에 의혹에 관심이 모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료에 따르면 나노트로닉스는 정작 생산도 되지 않은 제품을 납품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더욱이 납품일자는 생산 계약이 체결되기도 전에 이뤄졌다.
실체없던 완성품(?)
나노트로닉스가 B사, C사와 3자 계약을 맺은 것은 2007년 7월 18일의 일이다.
이들은 C사 주관하에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서울시 새 브랜드 콜텍시 호출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택시용 복합 단말기 물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새 브랜드 콜텍시 호출사업은 GPS 기술에 의한 고객맞춤형 택시를 운용하겠다는 서울시 사업이다. 이들은 택시용 복합단말기를 서울시에 제공하기 위해 제품개발에 착수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 나노트로닉스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정황이 엿보인다는 점이다. 본지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나노트로닉스는 2007년 6월 7일 무선차량운행 복합측정기 1000대를 시작으로 같은 달 13일, 18일, 23일, 26일까지 B사에 총 5000대를 납품했다. 이는 계약이 채결된 7월 18일에 한달 이상 앞선 시점이다. 실제 C사는 B사로부터 무선차량운행 복합측정기를 같은 해 11월에나 간신히 납품받았다. 그나마도 100대가 빠진 4900대에 불과했다. 무선차량운행 복합측정기가 B사로 조기 납품이 됐다고 가정하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B사가 체결한 다른 계약서에 따르면 제품 생산 일정은 7월 15일 이후에나 양산 준비를 갖추고 7월 23일 이후 5000대 양산에 착수한다고 돼있다. 실제 이 제품이 ‘새 브랜드 콜텍시 호출사업’의 조건에 맞춰 개발된 만큼 6월에 완제품이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무선차량운행 복합측정기 부속품 등에 대한 구입대금을 결제한 것은 7월 18일부터 8월 25일까지다. 이런 정황을 감안하면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결국 6월 7일 당시 완제품을 납품했다는 나노트로닉스의 세금계산서는 향후 있을 납품을 고려해 미리 계산했다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
어째서 나노트로닉스는 납품물량을 미리 회계처리 했던 것일까. 결과적으로 나노트로닉스의 매출은 고스란히 2007년 2분기(4~6월) 결산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나노트로닉스는 2006년 388억91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나노트로닉스가 흑자로 전환 한 것은 2007년부터였다. 당시 나노트로닉스는 반기 누적매출이 코스닥 상장사 중 7위에 올랐을 만큼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682.47% 상승한 수치다. 실제 이같은 실적발표에 힘입어 나노트론닉스 주가는 2007년 8월 이후 10월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물론 허위 세금계산서만으로 저만한 실적을 올릴 수는 없지만 허위 실적이 더해졌다는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진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다소 무리한 회계처리를 감행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하지만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 내부 회계가 이를 맞추기 위해 현실과 괴리가 생기고 이 과정에서 회사가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세금계산서를 앞당겨 발행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국세청 한 관계자는 “당연히 있어선 안 될 불법이다”라며 “이같은 사례가 적발되면 가산세 추징은 물론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검찰 고발까지 이어지게 된다”고 밝혔다. 특히 코스닥 상장사가 매출을 염두해 가짜 세금계산서 수취를 했다면 불공정공시 및 분식회계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사례를 적발하는 예는 드물다. 기업 외부에서 ‘허위 매출’ 사실을 알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해당업체는 “나몰라라”
이에 대해 해당 업체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나노트로닉스 관계자는 “전혀 사실무근이다. 굳이 해명할 필요도 못느끼겠다”라고 일축했다. 나노트로닉스와 거래한 B사 역시 “이에 대해서 회사 입장상 말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물론 해당 세금계산서의 발행액은 20여억원으로 그리 크지 않은 액수다. 하지만 코스닥 상장사에서 은연중 행해지는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 의혹’은 석연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불투명한 기업 실적 정보는 고스란히 투자자의 피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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