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중징계에 2인자 급부상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중징계에 2인자 급부상
  • 강필성 기자
  • 입력 2009-09-08 12:01
  • 승인 2009.09.08 12:01
  • 호수 802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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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자 황영기 울고, 2인자강정원 웃나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좌) 강정원 국민은행장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로 거론돼 온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의 중징계가 확정됐다. 황 행장이 우리은행장을 역임하던 당시 투자판단이 ‘위법’으로 판단된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강정원 국민은행장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황 회장의 ‘직무 정지’ 중징계가 유력한 상황에서 차기 KB금융지주 회장으로 가장 유력한 인물이 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금융권에서는 황 회장이 임기를 채우려고 하더라도 강 행장 측 인사들이 거세게 반발하리라는 소문까지 뒤따르고 있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에게 9월 3일은 각별한 날이었다.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가 황 회장에 대한 징계를 결정한 날이기 때문이다. 징계에 대한 황 회장의 반발이 컸던 만큼 결과가 준 충격도 적지 않았다.

은행권 최고경영자에 대한 감독당국의 중징계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금감원은 이날 황 회장에 대해 무리한 파생상품 투자로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는 이유로 직무정지에 상당하는 중징계를 결정했다. 직무정지를 제재가 확정되면 재선임이 불가능하고 4년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선임될 자격도 박탈당한다. 이에 따라 KB금융지주 안팎에서는 ‘포스트 황영기’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황 회장에게 중징계가 결정된 상황인 만큼 머지않아 회장이 교체 되리라는 평가다.


2대 금융지주 회장 누구?

황 회장의 중징계 소식에 KB금융지주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황 회장 측의 적극적인 소명에도 불구하고 정작 제재수위가 낮춰지지 않았다. 황 회장 측은 그동안 “천재지변에 가까운 금융위기로 발생한 유가증권 투자 손실이고 부행장 전결로 이뤄진 적법한 투자여서 감독당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금감원 제재심의위에 따르면 이사회와 리스크위원회 설치와 관련된 은행법, 감독규정과 규정에 근거한 은행 내규 위반이 포괄적으로 적용됐다. 직접적으로는 금융위원회 설치법상의 ‘금융기관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이 징계의 근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KB금융지주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갖가지 추측이 무성하다. 금융위에서 직무정지로 결정되더라도 황 회장이 현직인 KB금융지주 회장직을 유지하는 데 법적인 문제는 없다. 황 회장의 임기는 2011년 9월에 끝난다. 다만 재선임이 안될게 뻔한 상황에서 남은 임기 동안 레임덕 현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KB금융지주에 특정 오너가 존재하지 않는 만큼 핵심기업인 국민은행으로의 권력 쏠림 현상도 불가피하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 행장이 주목받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사실 황 행장에 대한 징계가 이뤄지기 전부터 재계 일각에서는 KB금융지주 전체가 둘로 갈리며 황 회장과 강 행장간에 불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뒷말이 심심찮게 나돌았다. 임·직원이 각각 ‘황 라인’과 ‘강 라인’에서 줄서서 서로 반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은 이미 KB금융지주가 출범하던 지난해 9월, 유력한 회장 후보로 손꼽혔던 강 행장이 탈락하면서 제기 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황 회장이 강 행장의 지주회장 등극을 막은 셈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황 회장은 삼성그룹 내에서 다져온 입지나 우리금융 회장을 거친 점 등 이력은 화려하지만, 결국 국민은행에 있어서는 외부인사였다는 점도 내부 알력의 한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금융권 일각에서 황 회장은 KB금융지주 출범이후 이렇다 할 공적이 없어 내부적으로 강정원 행장에게 밀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금융권의 소문에 KB금융지주 측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황 회장과 강 행장의 업무는 각각 분리돼 있어 갈등이 생길 여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강 행장의 입지가 강해진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황 행장이 징계위에 재심 및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내부반발이 예상외로 거세질 경우도 무시할 수 없다. 이번 제재는 황 회장이 우리금융에서 발생시킨 손실 1조1800억원의 책임을 확실시 한 것이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 일각에서는 이미 사퇴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삼성증권 및 삼성투자신탁운용 등으로 금융권의 엘리트였던 황 회장이 정작 중징계를 맞고 권력 누수까지 겪어가며 KB금융지주에서 남은 임기를 다 보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권력 쏠림여부에 주목

한편 포스트 황영기로 지목되는 강 행장 측은 현재까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KB금융지주 안팎에서는 이미 강 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낙점하는 분위기다.

강 행장은 2007년 연임돼 벌써 5년째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을 이끌고 있다. 지주사 설립의 밑그림을 직접 그렸고 내부적으로도 경영능력과 리더십에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국민은행장인 만큼 은행 사정에 정통하고 이사회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으로 지목되는 강 행장의 귀추가 주목된다.


#무서워서 은행 경영 하겠나?

금융권에서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징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은행 경영자들의 해외투자나 인수.합병(M&A), 투자금융(IB) 등과 관련한 결정을 기피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례를 통해 경영진의 경영 활동에 따른 결과에 대해서 사후에 징계를 내리는 것이 고착화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적인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 약 3억달러의 투자를 검토하던 우리금융이 투자를 보류키로 하는 등 보신주의적인 모습이 나타날 기미도 엿보이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수년 전 결정한 투자 업무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면 은행장들이 해외 시장 개척 등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행장들이 책임 소지를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 여신위원회 등 행 내 전문가들로 독립적으로 구성된 각종 위원회에 간섭하게 될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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