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신 회장 뚝심 경영 ‘휘청’

여성 뚝심 경영인 장영신 회장이 이끄는 AK그룹이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 그룹의 사실상 총수이자 장 회장의 큰아들인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횡령 혐의로 실형선고를 받은 후 잠시 내부 추스르기 작업에 들어간 AK이었다. BI도 ‘애경백화점’에서 ‘AK플라자’로 변경하고 직원들 사기를 위해 영화이벤트도 진행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또다시 암초를 만나고 말았다. 납품업체를 상대로 불공정거래를 한 수원애경역사(주)와 애경유지공업(AK플라자 구로점)이 세금 폭탄을 맞았다. 때문에 장 회장이 그동안 지켜왔던 도덕성에 또 다시 타격을 입게 됐다. 아들 비리에 이어 계열사의 비리로 깊은 시름을 알고 있는 AK그룹 내부를 들여다본다.
장영신 회장이 수십 년간 공들여서 쌓아놓은 도덕성 금자탑이 또 다시 무너졌다.
장남인 채홍석 부회장 비리에 이어 계열사의 불공정 거래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장 회장의 큰아들이자 사실상의 경영을 주도했던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실형선고를 받은 후 자숙의 시간을 갖는 와중에 불미스러운 일이 또 다시 발생해 그룹 내부 분위기도 흉흉하다. 그룹 도덕성에 메머드급 피해를 입혔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적발로 그룹의 성장판 마련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던 직원들의 사기에 찬물이 제대로 끼얹진 꼴이 돼, 장 회장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으로 알려진다.
세금폭탄, AK를 흔들어
잊을 만하면 터지는 악재에 본인도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기도 하다.
AK은 지난해 채 부회장의 비리가 포착되기 이전까지는 투명경영으로 입지를 다졌던 기업이라 몸 소 느끼는 것은 크다. 더욱이 후계구도 마련에도 암초가 예상되는 가운데 계열사가 세금폭탄을 맞아 심기가 불편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월 25일 계약기간 중 판매수수료율을 부당하게 인상한 수원애경역사(주)와 애경유지공업(주)(AK플라자 구로점)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2300만원과 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은 일부 납품업자에게 합의를 명목으로 계약기간 중 판매수수료율을 부당 인상해 각각 5917만원과 1837만원의 수수료를 추가로 부담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업체만 수원애경역사는 26개, 애경백화점 구로점은 15개에 달한다. 또 납품업자와 점포임차인이 특정매입(대규모소매점업자가 납품업자로부터 상품을 외상으로 사들여 판매하고 재고품은 반품하는 위·수탁 거래형태) 또는 점포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서면계약서도 교부하지 않았다.
더욱이 수원애경역사는 납품업자와 판촉행사를 진행하면서 판촉비용의 부담액과 산출근거, 용도 등의 명확한 서면 약정도 해주지 않고 납품업체에 비용을 전가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대형유통업체들이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납품업체에 부당한 거래를 요구하는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영세 납품업자에게 피해를 주는 관행을 시정하고, 공정한 거래를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장 회장이 어떠한 결단을 내릴지 주목하고 있다.
국민기업으로 성장해오면서 온갖 역경을 다 헤쳐 온 장 회장이 총체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것이란 추측도 나돈다. 나아가 장 회장이 그동안 일궈왔던 기업가 정신을 토대로 조직개편을 단행할지에 대해서도 재계의 비장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sun.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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