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계열사 한진관광 횡포‘심각’
한진그룹 계열사 한진관광 횡포‘심각’
  • 특별취재팀 기자
  • 입력 2009-08-11 13:14
  • 승인 2009.08.11 13:14
  • 호수 798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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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 황당 경험 항의에 “법대로 해” 배짱
휴가철을 맞아 여행객이 증가하고 있다. 대형 여행사 횡포에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소 여행사의 속임수로 여행지에서 겪는 낭패를 우려해 대형여행사를 이용한 여행객들이 “그래도 속았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여행자들이 대형여행사를 이용하는 이유는 고품격서비스와 각종 사고에 대한 적절한 보상 그리고 여행자들의 높은 만족도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 여행사는 이런 이미지와 다소 여행자들의 좋은 평가를 등에 업고 소수 피해 여행객들의 호소를 외면하고 있다. 최근 국내 대기업인 한진그룹(조양호 회장)의 계열사인 한진관광(대표 권오상)을 통해 티베트로 여행을 다녀온 김모씨 등 5명의 경험담을 통해 대형 여행사의 찜찜한 단면을 들여 봤다.

김모씨와 박모씨 등 5명은 7월 17일부터 24일까지 여름휴가를 이용해 티베트로 여행을 다녀왔다. 떠나기 전 이들은 여행사 선택을 두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년의 나이에 오지 여행을 떠나는 만큼 어떤 여행사를 이용하는 게 좋은지 몰랐기 때문이다. 생각을 거듭한 끝에 중소규모의 여행사보다 대형 여행사를 이용하는 게 안전하다고 판단, 한진관광사를 선택했다.

드디어 출발 당일. 이들은 부푼 꿈을 안고 티베트로 떠났다. 하지만 문제는 첫날부터 발생했다. 김씨 등에 따르면 여행은 서안- 라싸- 청장열차 관광- 서녕을 순서대로 돌아보는 것으로 돼 있었다. 서안에 도착했을 때 예정된 식사는 서안의 명물 ‘교자연’이었다.

만두는 식어빠졌을 뿐 아니라 만두피가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도저히 딱딱해서 먹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는 것.

김씨는 “먹을 때 쇼를 감상할 수 있는데 그러려면 돈을 더 내야 한다기에 그냥 쇼는 보지 않고 만두만 먹겠다고 했더니 음식을 채 다 먹기도 전에 쇼가 시작할 때가 됐다며 나가라고 해서 쫓겨나듯 나왔다”고 불쾌해 했다.


일정 꼬여도 옵션 요구

식당에서 겪은 수모는 이들이 겪을 고생의 서막에 불과했다. 두 번째 관광지인 라싸에 도착했을 땐 미리 나와 이들을 맞아야 할 가이드가 보이지 않았다. 일행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전 처음 와보는 곳에서 갈 곳 몰라 우왕좌왕하기를 20여분이 지난 뒤에야 가이드가 나타났다. 이동차량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아 늦었다는 가이드의 설명에도 왠지 모를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가이드가 섭외해 온 이동차량을 본 이들은 예감이 맞아 들어가고 있음에 인상이 구겨질 수 밖에 없었다. 확정서대로라면 티베트 여행구간은 33인승 차량을 타고 이동해야 했지만 가이드가 준비한 차량은 19인승의 낡은 차량이었다. 문제는 이뿐 아니었다. 에어컨도 작동되지 않았고 이동중 가이드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음향장비도 전무했다.

박씨는 “좌석상태도 매우 좋지 않았고 차량 내부도 매우 지저분했다. 그런 차를 타고 10시간을 이동했다. 그로 인한 피로감이 끔찍했다”고 기막혀했다.

여행중 가장 중요한 식사 문제는 라싸에서도 이어졌다. 박씨는 “아무리 지역적인 상황을 고려한다고 해도 매우 황당한 수준이었다”며 “명색이 호텔 식사인데도 급식 때 쓰는 스테인리스 식판에 음식을 덜어 먹었다. 음식도 뷔페라고 해서 그런 줄 알았더니 달랑 4가지였는데 정말 최악 중에 그런 최악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김씨의 피해보상 요구서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김씨는 “여행사 측은 라싸에서 열차 탑승시간이 갑자기 바뀌었다며 일정을 바꾸는 바람에 호텔에서의 아침 조식을 건너뛰고 기차를 탔다. 기차에서 아침도시락이라고 비닐 봉투에 담긴 것을 줬는데 그 안에는 삶은 계란 1개, 매우 작은 사과 1개, 형편없는 카스테라 1조각이 전부였다”고 전했다.

또 김씨는 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팁을 규정대로 지급했는데도 운전사에 팁을 줘야 한다는 식으로 옵션을 요구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고산병 시달려도 나몰라

김씨는 가이드의 무성의한 태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털어 놨다. 김씨는 “티베트에서 고산증에 의한 구토와 현기증 등에 시달렸으나 가이드는 비싼 링거주사를 맞으라고만 했다”며 “하지만 일행이 현지에서 파는 ‘홍경천’이라는 약을 사먹으면 비용도 저렴하고 상태가 호전되는 효과도 좋다고 해서 홍경천을 복용했다. 그렇게 해서 겨우 증세가 호전됐다”고 말했다.

이들이 가장 분개하는 부분은 청장열차에 대한 부분이다. 이들에 따르면 청장열차 여행은 이번 여행의 주목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나 청장열차를 타고 가다 일반 열차로 환승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관광목적으로 운행되는 청장열차를 타고 가다 갑자기 운송목적인 일반 열차로 바꿔타느냐고 물으니 제대로 대답을 못했다. 환승한 일반 열차는 상태가 매우 나빴다. 당초 여행계약을 할 땐 환승한다는 내용이 없었으나 현지에 오니 갑자기 환승을 해야 한다며 중간에 열악한 현지 운송용 열차로 바꿔 태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진측은 “현지 사정이 갑자기 바뀐 부분이라 어쩔 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현지 철도국에서 청장열차의 구간과 시간을 변경했고 이를 현지 여행사에 통보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이건 우리로써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선 김씨 등에 충분히 이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김씨는 김씨는 “서안에서의 일정 중 분명 역사박물관 관광이 있었는데 이를 제공하지 않아 현지 가이드에 물어보니 그런 일정은 없다고 했다. 그래서 가이드 일정표를 확인해 보니 실제로 그런 일정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진관광의 이상한 계산법

한편 김씨 등이 겪은 내용에 대해 한진측은 피해자들과 보상문제를 합의중이라고 밝혔다. 한진관광의 한 관계자는 “고객님의 피해보상 요구서에 답변서를 보내드렸다”며 “현지에서 음식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은 부분, 제공 차량이 바뀐 부분 등을 금액으로 계산해 일인당 20만원씩 보상할 수 있다. 그 이상을 원한다면 여행불편처리센터의 판단에 따른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진측의 말대로라면 현지에서 여행자들이 겪은 불편이나 시간낭비 정신적 피해 등은 거의 고려치 않고 현지에서 식사 못한 부분에 식대, 바뀐 버스 렌트비용 차액, 그리고 소정의 위로금만 계산한 셈이다. 이에 대해 한진측은 이 같은 계산법이 회사의 방침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보상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씨 등은 한진측의 이런 태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한진관광측이 보내온 답변서와 경위서를 보면 한진측은 잘못을 분명히 인정하고 있고 여행일정 차질도 사측의 준비미숙이라고 시인했다. 그런데도 보상은 20만원이라고 선을 긋고 있는 것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김씨 등 5명은 당초 한진관광에 전액환불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소송을 통해 환불과 더불어 정신적 피해보상까지 청구할 계획이다.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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