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vs 박찬구 ‘제 2라운드’ 향방은
박삼구 vs 박찬구 ‘제 2라운드’ 향방은
  • 이범희 기자
  • 입력 2009-08-11 13:12
  • 승인 2009.08.11 13:12
  • 호수 798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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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구 던진 돌에 박삼구 떨어지나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찬구’ 형제간 분쟁이 치국으로 치달을 양상이다.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전 회장이 법정 공방을 암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박삼구 명예회장의 도덕적 문제와 아들인 박세창 상무의 주식 구입 의혹 등 민감한 사항들에 대한 의혹들을 주장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박찬구 전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A씨도 박삼구 명예회장이 박찬구 전 회장의 경영 입지를 좁히려 측근들을 자주 교체했다고 주장해 그 파문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대응하지 않는다는 전략을 세웠다. 박철완 아시아나 항공 전략팀 부장이 최근 그룹 전략경영본부로 자리를 옮긴 것도 보은인사(?)라는 의혹을 제기해 파문이 예상된다. 만약 이 모든 것들이 사실로 들어날 경우 박삼구 명예회장은 도덕적 논란은 물론 그동안 쌓아온 명성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박삼구 일가의 경영승계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금호아시나아그룹 내부를 들여다본다.

‘아름다운 기업’을 표방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최근 행보가 ‘오리’에 비유된다. 오리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우아하게 수면 위를 거닐지만, 수면 아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쉼 없이 발길질을 하며 물장구를 만들고 있다. 때문에 상충되는 모습을 비유해 오리를 빗대는 일화들이 많다.

금호아시아나가 그렇다. 표면적으로는 유동성 위기를 겪기는 했지만, 그동안 M&A를 통해 사업 확장을 펼쳤고, 형제간의 돈독함을 토대로 형제기업의 표본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줬었다.

하지만 그동안 언론에 보도됐듯이 ‘형제간의 싸움’이 결국 동반퇴진이라는 치욕을 남기게 됐고 형제간의 싸움으로 비화됐다.

박삼구 명예회장은 지난 7월 28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해임을 결정했다. 본인 역시 사태의 책임을 지고 그룹회장직에서 한 발 물러난다고 전했다.

이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박찬구 회장이 엿세 뒤인 지난 3일 반격카드를 들었다. 박찬구 전 회장은 사내게시판에 ‘금호그룹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형 박삼구 회장의 부도덕성을 질타했다.

자신의 해임과 관련해서도, “박삼구 회장이 불법적으로 이사회를 소집한 다음, 의안을 ‘주요 경영현안’이라고 통보했다가 막상 이사회 석상에서는 해임안을 기습적으로 상정했고, 투표용지에 이사 각자의 이름을 적도록 함으로써 회장 지위에 기한 압력을 행사해 해임안을 가결시켰다”며 불법 해임임을 강조한 뒤, “이에 대해 적절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법적 대응을 선언했다.

또한 그는 박삼구 명예회장의 자제인 박세창 상무의 주식 매입에 대한 불법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박세창 상무가 금호석유화학 주식 매입대금 마련을 위해 금호렌터카와 금호개발상사에 금호산업 주식을 340억원에 매각했는데, 완전자본잠식 상태의 금호렌터카가 어떻게 대주주로부터 170억원이 넘는 계열사 주식을 매입했고, 금호개발상사가 30억원을 차입하면서까지 150여억원의 주식을 매입했는지 의문이 있다”며 “이러한 불법적인 거래를 지시하였거나 관여한 책임자는 반드시 응분의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에 재계는 형제의 난으로 비유하며 두산그룹 형제들의 싸움과 곧잘 비교한다.


3세 경영 교두보 ‘논란’

그런데 그 이면에는 3세 경영 확보를 위한 꼼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는 65세 룰이 있는데 박삼구 회장이 오는 2010년이 65세가 되는 해이다. 때문에 그룹 총수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러면 자연스레 4남인 박찬구 전 회장이 그 뒤를 이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그렇게되면 아들인 박세창 상무의 그룹 승계가 불투명해진다. 박찬구 전 회장의 다음 차례는 고 박정구 회장 아들인 박철완 그룹 전략경영본부 부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박찬구 전 회장이 자신의 아들인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에게 물려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때문에 박삼구 회장이 먼저 선수친 것이란 주장이 제기된다.

이는 박찬구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A씨의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들어난다.

그는 박찬구 전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사업 확장을 박삼구 명예회장이 막았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정유 및 남해화학 인수를 추진했으나 박삼구 회장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석유화학에 대한 시설 투자 계획을 올려도 박삼구 회장이 모두 막았다”고 밝혔다.

A씨는 또 “박삼구 회장이 박찬구 회장의 ‘라인’을 계속 잘라내왔다”고 주장했다. 재무전문가인 박찬구 전 회장의 측근이 될 수 있는 재무ㆍ 인사 임원을 박삼구 회장이 1,2년 주기로 교체했다는 것. 또 박찬구 전 회장의 측근을 대상으로 ‘표적 감사’를 벌였다는 것이 A씨의 전언이다. 실제로 자신을 포함해 금호석유화학의 임원 일부가 최근 해임됐으며 그 사유가 석연치 않다고 A씨는 강조했다.

이에 박찬구 전 회장은 무리수를 두더라도 계열분리를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카 밑에서 일하느니 자기가 20년 넘게 공을 들여온 석유화학부문을 따로 떼어내 분가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형에게 밀리고 말았다. 형은 그룹 경영권은 물론 가족들의 힘을 받고 있었다. 때마침 이루어진 故 박인천 창업자의 2남인 故 박정구 회장의 아들 박철완 부장의 인사에서도 이를 알아볼 수 있다. 박 부장이 그룹 경영본부로 자리를 옮긴 것. 이는 박 부장이 최근 금호산업 지분 44만7000주를 금호개발상사에 매각했다. 이렇게 마련된 자금은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늘리는데 사용됐다. 박삼구 명예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상무와 더불어 우군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박찬구 전 회장 부자의 금호석화 지분 확대에 맞서 박 명예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힘을 보탠 것.

재계 일각에서는 박삼구 명예회장이 박철완 부장에게 고마움의 표시를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sun.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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