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관리담당 박모 부장 부인과 매일 수억씩 배팅
동아건설의 자금관리를 담당한 박모(48)씨가 회사 회생채무변제금 890억원을 빼돌려 달아났다. 박씨는 심각한 도박중독증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 나간 간부 탓에 동아건설은 거액의 회사돈을 허공에 날리고 말았다.지난 15일 서울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박씨는 올 들어 아내와 함께 매주 주말이면 강원랜드 카지노를 찾았다. 아내가 카지노 일반객장에서 게임을 하는 동안 박씨는 2억원 이상을 칩으로 교환해야 출입할 수 있는 VVIP룸을 드나들었다. 바카라를 즐긴 박씨는 한 게임당 보통 3000만원을 배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의 도박 중독성향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동아건설 자금관리부장이 도박을 좋아한다’는 소문이 나자 사기도박단도 접근했다. 박씨는 지난해 6월 김모씨(39)씨 등 사기도박단에 속아 4차례에 걸쳐 52억원을 잃기도 했다.
박씨가 사기도박단에 돈을 잃은 시기는 신한은행에 신탁돼 있던 회생채무변제금에 손을 대기 전이다. 그는 사기도박단의 피해자 신분으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선물 투자를 해서 번 돈”이라고 진술했지만 검찰은 이 돈도 회사에서 횡령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아건설의 공금과 은행에 신탁된 채무변제금은 모두 박씨의 손을 거쳤다. 박씨는 한 달에 한 번 회사에 채무변제금 계좌의 변동 내용을 보고해야 했지만 거래 내용을 위조해 보고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감출 수 있었다.
동아건설은 박씨가 지난 9일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연락이 되지 않자 은행에 채무변제금 조회를 했다. 동아건설은 뒤늦게 자금 관리에 구멍이 생긴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고발했고, 10일 아무것도 모른 채 출근한 자금관리과장 유모(37)씨는 박씨와 공모한 혐의로 구속됐다.
유씨는 경찰 조사에서 “박 부장에게서 1억원을 받아 빚 갚는 데 썼을 뿐 나머지 돈은 박 부장이 마카오 원정도박을 가거나 국내 카지노 경마장 등에서 다 쓴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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