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쿤족이 늘고 있다. 최근 개봉작인 ‘김씨표류기’ 속 남자와 여자 주인공은 대표적인 코쿤족. 자살 시도가 실패로 끝나 한강 밤섬에 불시착한 남자는 고립된 섬을 배경으로 생존을 위해 노력한다. 여자 주인공은 자신만의 좁고 어두운 방을 지구라고 여기는 특이한 정신의 소유자. 좁은 방안에서 홈피 관리, 하루 만보 달리기, 달사진 찍기에 열중한다. 코쿤족은 외부에서 활동하는 것보다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안락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자동차에서 음악을 감상하며 드라이브를 즐긴다든지, 집에서 DVD 등으로 영화감상을 즐기는 부류 등이 여기에 속한다. 단절된 곳에서 컴퓨터를 통해 세상과 접촉하고 배달시킨 음식을 먹는데 익숙하다. 코쿤족은 외부보다는 내부로 향하는 사람들의 트랜드를 반영하고 있는 단어다.
하우스코쿤족이 늘면서 배달음식점의 매출도 급상승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배달 주문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배달음식점만 8년 간 운영했기에 배달 수요의 변화를 100% 몸으로 체감하고 있죠.”
학원과 오피스, 주택가가 어우러진 대치동 은마아파트사거리에서 14평 규모의 웰빙피자배달전문점을 운영하는 김영길(41·빨간모자피자 대치점·www.redcap pizza.com) 씨는 1년 사이에 월 매출이 1800만원에서 월 3000만원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여성 고객이 70%를 차지합니다. 웰빙 피자이기에 칼로리가 적어 다이어트에 제격이고, 100% 유기농 야채로 만드니까 건강에도 좋죠.”
최근 집이나 사무실에서만 활동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웰빙에 관심을 두는 것이 매출 향상의 원인이 되었다고 분석한다.
김씨는 고객층을 분석하고 거기에 맞는 전략을 세워 매출 증대에 나선다. 이곳의 주 고객층은 여성. 여성 고객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화응대 시 고객이 위압감을 느끼지 않도록 친근하게 전화를 받는 것이 포인트. 준수한 외모와 말을 잘하는 배달 직원을 둔 것도 여성 고객을 위한 배려.
“꾀죄죄한 복장에 어눌한 말투의 배달 직원은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립니다. 배달 직원은 배달전문점의 얼굴인 만큼 꼼꼼히 체크해서 채용하고 있어요.”
집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늘어 배달 음식에 대한 수요가 늘자 배달음식전문점들은 웰빙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코쿤족들은 활동량이 적은 만큼 원자재의 질이 뛰어난 담백한 음식을 찾게 마련이라는 것.
최근 빅뱅의 대성을 TV CF 전면에 내세우면서 스타 마케팅을 활발히 펼치는 ‘BHC’(www.bhc. co.kr)는 지난해 웰빙 열풍을 이끌었던 해바라기유를 튀김유로 사용해 웰빙 강조에 나섰다.
해바라기유로 닭을 튀기면 맛이 고소하고 담백하며 맛과 향이 뛰어난 편. 다른 식물성 기름보다 비타민 E 함유량이 높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저하시켜 혈액 순환을 좋게 하는 불포화지방산이 다량 함유되었다.
BHC는 2007년 1월부터 하이올레익 해바라기유를 튀김유로 전면 도입하면서 깨끗하고 몸에 좋은 치킨을 제공하는 웰빙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가맹본사의 정경석 과장은 “해바라기유를 사용한 후 깨끗하고 안전한 먹거리라는 인식이 고객들에게 퍼져 1년 새 가맹점 매출이 20~30% 급상승했다”며, “최근에는 집에서 활동하는 인구가 늘고, 5월 성수기와 돼지독감 특수가 맞물려 호황을 누렸다.”고 강조했다.
시흥 정왕동에서 BHC를 운영하는 서진수씨(51)는 올해 월 평균 매출이 6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올랐다고 말한다. 4명 뿐이던 배달 직원을 1명 더 충원하는 등 배달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
특허받은 벌꿀염지법을 도입해 무MSG와 소금의 량을 절반으로 줄인 웰빙 치킨으로 최근 각광받는 ‘위드락’(www.withroc k.co.kr)의 가맹점 매출도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수직 상승했다.
배달전문점 위주로 영업하는 이곳의 가맹점들은 전단 광고를 통해 벌꿀의 효능을 홍보해 고객들에게 인기. 벌꿀은 고기를 연하게 하는 연육작용을 돕고, MSG를 사용하지 않아 텁텁할 수 있는 치킨의 맛을 살리는 천연 조미료 역할을 한다고.
지난 4월 경남 진주 가좌점을 낸 이명호(30) 씨는 주변 경쟁점이 10곳 정도 있는 상황에서도 배달 주문이 몰려 초기 기대 매출보다 50% 이상 매출이 뛰었다. 15평 매장에 4인용 테이블 4개를 두어 홀 영업 중심으로 운영할 생각이었지만, 홀 판매보다 배달 주문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운영 전략도 새로 짰다.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하는 이준(30)씨는 주 5일 동안은 오전 8시에 출근해서 밤 10시에서 11시까지 근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식사도 대부분 회사에서 해결하는 것.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은 하우스코쿤족의 증가세와 더불어 오피스코쿤족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최근 인원 감축 등의 원인으로 업무가 늘어나면서 직장인들이 사무실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추세. 오피스코쿤족이 늘면서 오피스가의 음식 문화도 바뀌고 있다.
강남의 대표적인 오피스가인 양재역 부근 뱅뱅사거리에서 15평 규모의 국수전문점을 운영하는 정희숙(39세·명동할머니국수 뱅뱅사거리점·www.1958.co.kr) 씨. 정씨는 야근이 늘어난 회사원들이 3시 세끼를 1만원 내외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메뉴를 구성했다. “오전 메뉴인 콩나물해장국은 2500원, 점심 메뉴인 전통국수는 3500원, 저녁 메뉴인 덮밥류는 4000원 정도여서 1만원이면 세끼 해결이 가능합니다.” 경제적인 소비를 원하는 직장인들이 하루에도 3~4번씩 매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
영업시간은 일요일을 제외하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7시에 오픈해 저녁 10시에 닫는다. 언니와 함께 정직원 4명과 아르바이트생 1명으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일손이 부족할 정도. 하루 평균 13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점심과 야간 매출은 각각 60만원 이상 씩 나온다.
점심시간은 12시에서 2시 반까지. 근처 회사원들의 주문이 집중되는 시간으로 이들은 빨리나오는 음식 위주로 주문한다. 주로 두부국수, 비빔국수가 잘 나간다. 아무래도 짧은 점심시간 안에 효율적인 식사를 원하는 직장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때문. 야근으로 저녁을 먹는 고객들은 점심 때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 제육덥밥과 김치볶음밥, 무료로 나오는 국수를 찾는다. 800명이 근무하는 (주)다음 서울 사옥은 정씨의 단골 거래처. 사원증을 대면 결재가 되는 시스템을 따로 마련했을 정도다.
각종 동호회와 마니아 모임 등 소수 그룹 모임이 활성화되면서 유유상종코쿤족도 증가했다. 친한 사람들끼리 독립된 공간에서 식사나 대화를 즐길 수 있는 룸 테마 카페와 주점이 뜨고 있는 것. 주로 20대 여성들이 타겟이다. 20대 젊은 여성들은 독립적인 공간에서 자기들만의 문화를 공유하는 데 익숙해 선호도가 높은 편.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브랜드로는 룸 테마 카페 `카페루미’, 룸 테마 주점 `꾼노리’ `더궁’ 등이 있다.
‘카페루미’(www.caferu mi.co.kr)는 즉석에서 구운 벨기에 와플과 커피, 아이스크림, 각종 차 등을 셀프 바에서 무한 리필로 제공하는 룸 테마 커피숍. 공주풍의 인테리어로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10ㆍ20대 여성들의 매출이 전체 중 90%대를 차지하고 있다. 공주룸, 하트룸, 큐트룸, 프로방스룸 등 각각 테마별로 독특한 컨셉트의 방으로 구성됐다. 1인당 입장료 7000원을 내면 와플이 제공되며, 2시간 동안 차와 커피를 계속해서 리필해 마실 수 있다. 이곳 셀프 바에는 레몬, 체리, 아이스티, 허브차, 과일차, 커피 등이 갖춰져 있다. 최근에는 이벤트 장소로 각광받고 있는데, 인터넷에서 `파티 패키지`를 예약해 룸에서 파티를 즐길 수도 있다.
‘꾼노리’(www.ikkun.co.kr)는 주점에 룸 문화를 도입했다. 4인용 개별룸부터 8인 이상 들어갈 수 있는 룸까지 크기도 다양하다. 70여 가지 요리가 제공되고 술ㆍ식사도 할 수 있다.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점포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창업을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매장에서 일일 사장 체험이 가능하다.
‘더궁’(www.thegung.com)은 공개적인 공간과 룸을 선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의 궁궐을 인테리어에 현대적으로 재현했다. 역시 독립적인 공간을 선호하는 20ㆍ30대 여성 고객이 전체 중 60%를 차지한다.
이경희 (주)FC창업코리아 소장 www.changup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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