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 교세 확장의 뒷면‘중심 잃고 핵분열’

오늘날 종교단체가 기업을 설립해 재계에 진출한다는 말은 새삼스럽지 않다. 이미 숱한 기업들이 종교계에서 파생됐으며, 활발한 사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종교의 재정을 토대로 막대한 부를 끌어모으는 기업들이다. 이들은 좀처럼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재벌 못지않은 알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일요서울>은 재계에 진출한 종교재단의 기업을 연속 기획을 통해 조명해 봤다.
대순진리회는 1969년 박한경 도전에 의해 설립된 이후 폭발적으로 교세를 확장해온 신흥종교다. 대순진리회가 사회에서 활약하는 범위는 광대하다. 학교법인을 비롯해 의료법인, 건설사, 해외농장 등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추정 신도만 6~800만명에 이른다. 창교가 불과 40년 전임을 감안하면 대순진리회의 성장은 유례가 없을 정도라는 평이다.
창교자 타계 후 핵분열
대순진리회는 강증산의 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강증산 교리를 믿는 종파는 대표적으로 대순진리회와 증산도로 나뉜다. 이중 대순진리회는 가장 조직성을 갖춘 종교단체로 평가되고 있다.
1969년 5월 서울특별시 광진구 중곡동에 중곡도장을 기공한 이래 사회봉사 활동을 병행하며 교세가 급성장했다. 1987년 경기도 여주군 강천면에 여주본부도장을 세웠다. 이후 제주수련도장, 포천수도장, 금강산토성수련도장 등이 설립되며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대순진리회는 종교가 가진 목적과 사회 환원 차원에서 교육 및 의료 사업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교육사업으로 1984년 학교법인 대진학원을 설립해 1992년 경기도 포천시에 대진대학교를 개교했다. 이밖에 대진고등학교, 대진여자고등학교, 분당대진고등학교, 대진전자공예고등학교, 대진전자정보고등학교 등도 잇따라 설립했다. 의료사업으로는 1992년 의료법인 대진의료재단 설립하고 1998년 분당제생병원을 개원했다.
그밖에 러시아 현지법인 상생영농과 건설사로 보현종합건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활발한 사업은 대순진리회의 교리와 무관하지 않다.
대순진리회 측은 “박한경 도전에 따르면 곧 종교의 본질이 구제신앙에 있고 종단 사업의 목적과 방향이 인간구제와 함께 사회구제를 이루는 것에 있다”며 “사회와 민생을 구호하는 사업을 펴는 것은 종단과 모든 도인에게 주어진 본연의 임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대순진리회의 철학도 지금와서는 빛바랜 것이 사실이다. 1996년 1월 박 도전이 후계자를 정하지 않고 사망하면서 내부 분규가 벌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수도장의 경석규 측과 천안도장의 이유종 측이 서로 종단 대표임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들의 갈등은 점차 극심해져 이유종 세력이 경석규의 세력에 의해 서울 중곡동 도장으로 쫓겨나기에 이르렀다. 마침내 1999년 말 이유종 세력은 실력으로 여수본당을 차지하기 위해 나섰고, 이는 대규모 폭력사태로 발전했다. 1000명 이상이 동원된 폭력사태에는 대형버스와 각종 중장비, 화염병 등이 동원됐고, 수많은 부상자가 속출했다.
현재까지도 대순진리회는 크게 여주도장, 포천도장, 중곡도장 등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세부적으로 본다면 각 파벌 내부에서도 수많은 핵분열을 거듭해 수많은 분파로 나눠지게 됐다.
이를 두고 종교계 일각에서는 “학원 법인과 병원 법인 등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벌이는 다툼”이라는 해석까지도 나왔다. 이 같은 해석에 대순진리회 측은 적극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대순진리회 관계자는 “교리의 해석에 따른 견해 차이로 분열된 것이지 결코 재단의 재산을 두고 다툼이 벌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각종 분열로 갈등이 심해지다 보니 대순진리회의 사업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공사 중인 동두천 재생병원은 착공 15년째,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재생병원 완공 전에 설립됐어야 할 의과대학 설립은 아예 오리무중이다. 병원 개원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나 해법이 쉽지 않다. 비슷한 시기에 추진한 강원도의 고성 제생병원도 동두천과 비슷한 상황이다.
대순진리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사업을 도저히 돌볼 형편이 아니다”라며 “현재 종무원장 자리가 공석인 만큼 내부 의견 일치도 되지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사업군은 각 파벌이 나눠 갖는 등, 병폐가 극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대순진리회의 내부 갈등은 법정공방으로도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 2006년 대법원은 이유종 측과 경석규 측의 대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위 사람 중 어느 누구도 민족종단 대순진리회를 대표할 권한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했다. 그럼에도 서로 대표자 지위를 양보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특히 대순진리회가 국민은행에 예탁한 2480억원은 현재까지도 은행에 묶여있는 형편이다. 국민은행 측은 “대표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누구에게 돈을 지급해야 할지 알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상황이 이러니 중앙통제기능도 점차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대순진리회 조직 구성은 다단계 피라미드 구성과 비슷하다. 대순진리회 하부 조직을 ‘방면’이라고 부르는데, 한 방면 신도 수가 많아지면 그 밑에 또 다른 방면을 둔다. ‘포덕’을 많이 해 자기 휘하에 신도를 많이 거느리게 되면 ‘선감’이라는 칭호를 받고 조직과 자금을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구조는 대순진리회의 교세 확장을 가능케 했지만 대규모 핵분열 이후에는 중앙통제기능을 상실케 하는 사고로 이어지기도 했다.
대순진리회는 무리한 헌납금이나 장기 합숙으로 인한 가정 파괴 등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심지어 2003년 대순진리회에서 독립한 대순성도회의 살인사건은 수년을 두고 세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종단 화합 할 수 있나
현재 새 대표자 선출 문제를 두고 대순진리회는 오는 대법원 판결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대순진리회 내부 분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출범한 대순정도개혁추진위원회(이하 개혁추진위)가 법원으로부터 임시 중앙종무원장 선임을 주장하며 판결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현재 대순진리회 다른 파벌들의 항고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지만 개혁추진위는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혁추진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로 임시 종무원장이 선임되고 나면 내부적 화합을 이룰 수 있으리라 본다”며 “기존 대순진리회의 병폐와 부폐를 모두 바로잡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대순진리회란?
강증산(강일순 1871-1909)을 신앙의 대상으로 한 종교이다. 교리는 우주 본연의 법칙이자 신비의 묘리인 태극의 원리를 무극과 연관시켜 설명하고 있다. 무극대도를 창시한 조철제가 사망한 이후인 1969년 교단내 주도권 다툼으로 박한경을 중심으로 한 일파가 ‘대순진리회’로 분파해 나갔다. 광진구 중곡동에서 대순진리회를 세우고 포교를 시작하였다. 교단의 최고책임자는 도전(都典)이라고 한다. 교단의 운영은 ‘도헌’에 따라 운영되며 의결기관인 중앙종의회와 주요 집행기관인 종무원이 있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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