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후디스·남양유업 이유식 제품 효능 ‘논란’
일동후디스·남양유업 이유식 제품 효능 ‘논란’
  • 강필성 기자
  • 입력 2009-06-30 10:57
  • 승인 2009.06.30 10:57
  • 호수 792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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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애 이용한 얄팍한 ‘키 크기’마케팅

어린 자녀를 둔 어머니에게 식단의 문제는 큰 고민 중 하나다. 자녀에게 좋은 거라면 다 먹여주고 싶은 것이 어머니의 심정이다. 특히 최근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바로 자녀의 키 문제다. 약품, 식품을 가리지 않고 키 관련 제품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유식에서도 이같은 경향은 두드러진다. 일동후디스의 ‘하이키드’와 남양유업의 ‘키·플러스’가 바로 그것이다. 두 제품은 경쟁사 제품에 비해 유독 ‘키 크는 효과’를 강조한다. 그렇다면 이들 제품의 효능은 어떨까. 이유식의 키 크는 효과를 파헤쳐 봤다.

키는 오늘날 연령을 불문한 고민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 인위적인 교정이 힘들고 그렇다보니 마당한 해결책도 없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효과를 보겠다고 시장에서는 각종 ‘키 크는 약’부터 ‘키 크는 식품’ 등이 인기리에 팔려나가고 있다.

이유식 시장도 다르지 않다. 대형 마트에서는 남양유업의 ‘키·플러스’와 일동후디스의 ‘하이키드’ 제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들 제품은 마치 키를 키워주는 듯한 제품명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효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일축한다.


영양식으로 키가 클까

남양유업의 ‘키·플러스’와 일동후디스의 ‘하이키드’는 공통적으로 제품 전면에 손을 한껏 올리는 아이들이 그려져 있어, 마치 키가 더 자란다는 인상을 한껏 심어준다. 심지어 ‘키·플러스’는 제품에 ‘키를 한 뼘 더 크게!’라는 문구가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키가 커진다고 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이유식 하이키드를 판매하는 일동후디스 측은 “키 성장 인자가 포함 돼 있다”고 밝혔다. 성장인자란 초유에 함유된 IGF 등의 성분으로 성장호르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그 효과다.

‘하이키드’에 포함된 이 성분들의 함량은 아주 미미하다. 이들 영양소는 제품 100g 기준으로 이노시톨이 0.04g, L-메치오닌이 0.01g, L-카르니틴이 0.02g 정도로 극소량만 포함돼 있다. 특히 대체 호르몬으로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IGF-1은 고작 3.2㎍에 불과하다. IGF-2는 0.8g, TGF-β2는 1.5㎍만 포함돼 있다. 성장인자라고 할 만한 성분이 1%도 안 되는 셈이다.

한 소화과 교수는 “일부 초유성분을 함유했다고 성장에 좋다고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래봐야 실제 초유 수유만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초유를 먹인다고 모두다 장신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일침을 놨다.

남양유업 키·플러스의 경우도 큰 차이가 없다. 정작 키가 커지는 성분에 대해서는 궁색하기만 하다.

남양유업에서는 키·플러스가 단백질 함량이 높고, 클로렐라 추출물, 키우미 추출물 등이 포함돼 이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100g당 단백질은 11g, 클로렐라 추출물 0.075g에 불과하고 키우미 추출물 함량은 표기돼 있지도 않다. 그밖에 성분으로는 L-메치오닌, L-카르니틴이 각각 0.015g정도 함유 돼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이제 곧 단종 될 제품이라 내부적으로 자료 구하기 쉽지 않다”면서 구체적 언급을 회피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키·플러스는 대형마트 등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결국 이같은 제품의 ‘키 크는 효과’는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진단이다.

한 소아과 전문의는 “의학적으로 키 크는 성분이라는 것은 증명된 바 없다”면서 “이유식에 특정 성분이 많이 함유돼도 영양학적으로 그 효과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전문의는 또 “영양이 충분할 경우 원만하게 성장하는 것을 표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성장기 영향소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키가 많이 크지 못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제품이 여타 이유식, 분유 등과 비교해서 성분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분유업계에서는 초유성분 등을 함유한 분유 및 이유식이 대량 판매되고 있다. 굳이 일부 제품에 ‘키’를 언급한 것은 다분히 소비자의 오인을 노린 마케팅이라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일부 극소량의 성분으로 마치 제품이 특별한 효과가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소비자의 신뢰를 잃지 않도록 식품사가 자발적으로 노력해야한다”고 충고했다.


효능 없는 마케팅일 뿐

식약청 한 관계자는 “어린이 성장과 발육을 키가 더 커진다는 식으로 오인되는 면도 있어 보인다”면서 “영양보조제의 기능은 식사로 다 못채운 영양공급일 뿐, 키가 크는 것에 대한 기능성분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키 큰 아이를 만들고 싶다는 부모의 마음을 이용한 마케팅에 소비자만 휘둘린 셈이다.



#‘키 큰다는 홍보, 다 믿지 마세요’

최근 제약사 사이에서 ‘키 크는 약’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키크는 약이라고 알려져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은 광동제약의 키앤키츄어블 골든키탑, 종근당의 롱키본골드, 동화약품의 롱키돌이비타, 한미약품의 롱키점프 등 대략 10여개사 20여종에 이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부모들은 일반 영양제보다 키 크는 약으로 소문난 영양제를 선호한다”며 “많이 나가기 때문에 항상 제약사에 주문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키 크는 약은 없다”고 일축한다. 키 크는 성분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고, 약을 통한 효과도 입증된 바 없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현재의 약학수준에서 약으로 키를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식약청 한 관계자는 “현재 키를 키운다고 입증된 성분은 하나도 없다”며 “이들 제품은 단순 영양제일 뿐 키 크는 것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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