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님 자리엔 외상값만 덩그러니
떠난님 자리엔 외상값만 덩그러니
  • 권대경 
  • 입력 2004-07-14 09:00
  • 승인 2004.07.1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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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후보를 위해 쓴 홍보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작년 분당사태 이후 이제는 상관없게 된 노 대통령의 홍보비를 민주당이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8일에는 민주당으로부터 인쇄대금을 받지 못한 S기획 측이 서울남부지원 집달관을 대동해 당사 집기를 압류하려다 언론에 노출될 것을 우려해 철수하는 촌극도 빚어졌다.민주당으로서는 미지급금으로 산정돼 있는 2억원이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지급해야 할 금액이 2002년 노 후보의 대선홍보비 명목으로 지출한 것이어서 이래저래 울상만 짓고 있다.더구나 압류를 시도했던 S기획의 사장이 김원기 국회의장의 동생 A모씨여서 권력으로부터 멀어진 격세지감마저 절감하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 홍보비와 발송비 명목으로 S기획을 포함한 5군데의 업체에 6억 5,000만원의 외상값이 있다. 그 중 2억원이 S기획과 관련돼 있다. S기획은 지난 2002년 한해동안 민주당에 대선홍보 건으로 약 7억 5,000만원 어치의 인쇄물 등을 납품했으며, 이중 약 5억 5,000만원의 대금을 지급 받았다. 하지만 현재 2억원의 미수금이 남아 있다. 이는 실질적으로 2002년 대선을 치르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홍보비로 사용된 것으로 지난해 10월 분당사태 이후 고스란히 민주당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더구나 사무실 집기 압류 결정까지 법원에서 내려 노 대통령이 남기고 간 빚이 민주당의 목을 조르고 있는 꼴이다.민주당 장전형 대변인은 “S기획이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이라 할 수 있는 김원기 국회의장의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라는 것이 더 기가 막히다”면서 지불하지 못한 인쇄비에 대해선 “대금 대부분이 2002년 발행한 ‘노무현, 문답으로 풀어본 100문 100답’과 같은 책자 발행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보면 당연히 민주당이 갚아야 할 돈이지만 도덕적으로는 당시 노 후보를 위해 쓴 돈인 만큼 현재의 여당인 열린우리당이나 청와대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 장 대변인의 주장이다.정치권에서는 분당과 총선 패배로 초미니 정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이 최근 경제적으로도 위기에 몰리자 안타까운 시선만 보낼 뿐이다. 일반적 상식으로는 민주당이 당시 노무현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인쇄물을 사용했으므로, 지금의 여당인 열린우리당이나 청와대가 이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김원기 의장의 동생이 S 기획을 운영하고 있음이 알려져 아무리 권력의 핵심에서 멀어졌다하지만 천만원 정도나 될지 의문스러운 당사 집기를 압류하려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동정론도 일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결과야 어찌 됐건 민주당이 과거 집권여당으로서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지만, 내부적 결속과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분당으로 이어진 만큼 그 책임도 스스로에 있다고 꼬집는 이들도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최선을 다한 대가가 빚으로 돌아오고 있어 결국 ‘목숨 살려준 이로부터 보따리 내놓으라’는 어이없는 경우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민주당에 따르면 미지급금은 ‘노무현, 문답으로 풀어보는 100문 100답’ 100만부로 인한 8,000여만원,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자료집 1만5,000부의 3,300여만원, 당선자 대국민 연설문 1,000부의 120만원 등이다. 그 외에 2002년 한해 동안 36건의 인쇄물 대금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S기획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노무현, 문답으로 풀어보는 100문 100답’의 비용은 미수금 2억원의 일부이며, 그 외의 인쇄물 대금이 포함돼 2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 정책공약자료집의 대금은 선관위에서 지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S 기획은 “만약 민주당이 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향후 압류 등을 통한 법적인 조치를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못박았다.이에 민주당 장전형 대변인은 “금액의 내용 보다 2002년 집행된 인쇄물 대부분이 당시 노무현 후보의 대선홍보비이며, 작년 분당 사태로 그 빚을 이제는 상관없게 된 민주당이 고스란히 안게 된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오히려 열린우리당이나 청와대가 갚아야 인지상정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장 대변인은 또 “현재 당직자들의 월급도 최저 생계비 수준으로 힘들게 맞춰가고 있는데, 미지급된 노 대통령의 홍보비까지 당이 책임지려니 막막할 뿐 아니라 한편으론 너무하다는 생각마저 든다”며 불편하고 힘든 심경을 털어 놓았다.

권대경  kwond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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