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VS KT 진흙탕 전쟁 점입가경

SK텔레콤(이하 SKT)과 KT 사이 감정의 골이 점점 깊어져가고 있다. KT-KTF의 합병 이후 이동통신시장 1위를 노리는 KT와 1위를 사수하려는 SKT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탓이다. 상대방을 비하하는 듯한 광고로 공정위에 제소당하는가 하면 요금할인제도 경쟁적으로 개편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SKT와 KT의 감정싸움이 본격적으로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 업체의 갈등을 들여다 봤다.
최근 이동통신사의 신경전이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소가 잇따르는가 하면 상호 비방을 암시하는 CF도 수위를 더해가고 있다. 이같은 신경전의 배경에는 최근 합병한 KT가 있다. KT는 KTF와의 합병을 통해 이통시장 재편을 노리는 반면 업계 1위인 SKT는 가입자 지키기에 혈안이 된 상황이다.
“개고생 시켜주마” 슬로건까지
최근에는 두 회사의 갈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어 시선을 끈다. 한 네티즌이 촬영했다고 알려진 이 사진은 SK건물 내부에 붙여진 현수막이다. 사내 걸어둔 내부 슬로건이지만 야간 내부 조명 탓에 외부에 노출됐다.
이 현수막은 KT 브랜드를 빗대서 “QOOK QOOK 밟아주마 KT” “개고생 시켜주마 KT” “SHOW는 끝났다 KT” 등 적나라한 문구가 적혀 있다. SKT의 KT에 대한 적개심을 일부 드러냈다는 평가다. SKT 관계자는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어떤 부서에서 내건 슬로건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아마 영업부 등이 목표나 직원사기를 높이기 위한 슬로건으로 만들 수도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KT 측은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하지만 KT라고 속이 편치만은 않은것이 사실. KT는 이미 CF를 통해 SKT를 대대적으로 공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KT는 파리 모습을 한 통신업체 직원이 결합 상품을 선전하며 고객 곁을 파리처럼 시끄럽게 날아다니다 신문지에 두들겨 맞는 내용의 광고를 제작했다.
얼핏 보면 자사 상품을 부각시키기 위한 평범한 광고로 보이지만, 파리 인간이 설명하는 내용에는 ‘가입 연수에 따라 할인폭이 다르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이는 SKT가 내놓은 결합상품이다. 현재 SKT 측은 이 CF로 KT를 공정위에 제소한 상태다.
SKT 관계자는 “광고 속 파리 인간은 SKT를 겨냥한 것”이라며 “어떻게 같은 일 하는 업체를 파리로 비유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분개했다.
하지만 경쟁사에서는 SKT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KT의 광고에 앞서 SKT도 쿡 브랜드의 상징이랄 수 있는 빨간 지붕의 하얀 집을 깨부수는 SK텔레콤의 ‘백윤식 가족밴드’ 광고를 제작했던 것이다. 광고에서는 탤런트 백윤식이 “얘들아! 반값이다!”라고 외치며 모자를 벗어 던져 집 건물을 반으로 동강 내고, 동강난 집은 하늘로 날아오른 뒤 백윤식과 가족들 뒤로 떨어지며 산산조각으로 부서진다.
KT 관계자는 “우리는 이 광고를 문제 삼지 않았는데 SKT에서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업체의 신경전은 당분간 식지 않을 전망이다. 서로가 물러나기 힘든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합병 KT 출범 이후 경쟁사들은 강한 견제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며 “KT가 주도하던 아니던, 업체간 출혈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실제 SKT는 지난 5월 시장점유율이 50.5%에서 50.47%까지 떨어지면서 절박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수치상으로는 크게 떨어진 것이 아니지만 지난 4월 정만원 SKT 사장이 “점유율 50.5%를 사수하겠다”는 공언이 있었던 만큼 위기의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나 다를까, 과열된 경쟁 덕인지 지난 6월 2일 발표한 SKT의 실적은 21만명의 순증 가입자라는 성과를 냈다. 5.6%로 점유율을 0.13%를 끌어올려, ‘과다 경쟁’의 수혜주로 떠오른 것이다. 이전까지 출혈 경쟁의 주범으로 KT를 지목했던 SKT는 체면을 구기게 됐다.
반면 KT 측은 지난 3, 4월 7만명의 이통사 순증가입자를 확보했지만 5월에는 약 2만명으로 줄어들어 SKT에 밀리는 형국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범인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 전략적인 가입자 조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KT의 5월 직권해지 규모는 4만6109명으로 전월 대비 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순증도 급격히 감소한 셈이다. 시장 혼탁의 장본인으로 낙인찍히지 않으려는 이통사의 신경전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품 경쟁은 어디로 가고
한편, KT와 SKT의 경쟁은 요금제 등으로 번지고 있다. KT는 월 9만7000원을 내면 무료로 2000분의 음성통화를 할 수 있는 ‘쇼(SHOW) 무료 2000 요금제’를 선보였다. 게다가 2년 약정 가입을 하면 최대 60만원까지 휴대폰 구입비용을 제공한다.
SK텔레콤도 이에 대응한 요금제를 내놨다. 월 9만5000원에 무료 통화 1500분을 주는 ‘무료음성 1500’ 요금제를 만든 것이다. 그밖에 가입자 간 할인 상품인 ‘T끼리 온가족 할인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TTL 요금제’도 개편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품질에 집중해야 할 통신사들이 서로 헐뜯으면서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며 “공정하게 경쟁사를 누를 상품을 출시해 경쟁하면 시장이 혼탁해질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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