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조사 그룹 전체로 확대 조짐
LG그룹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작년 10월부터 최근까지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싸고 각종 추측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그 내막에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는 것 같다는 의구심이 재계 전반에 퍼지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조사 1국 소속 직원 수십여 명을 파견해 LG를 상대로 강도 높은 현미경식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세청은 이처럼 조사를 벌이는 이유에 대해 ‘정기적인 조사’라는 형식적인 말만하고 있다. LG 측도 지난 2004년 이후 5년 만에 받는 정기 세무조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계에선 전 정권과 가까웠던 LG를 손보려는 것이라는 시각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곳은 LG상사와 ㈜LG로 알려졌다.관례상 국세청의 기업 정기 세무조사 기간은 (영업거래일기준)50일 정도다. LG는 지난 2005년 GS그룹과 분할된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국세청의 정기 세무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국세청은 그것으로 끝내지 않고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LG에 대해 계속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세청은 LG그룹에 대한 세무조사가 언제 끝날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LG에 대한 세무조사 계획이나 현재 진행상황 등은 지금 말하기 곤란하다”며 “하지만 정치적 목적에서 조사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며 기업에 대한 법인세 세무조사의 일환일 뿐이다. 이는 LG뿐 아니라 모든 기업이 받는 조사다. 다른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조사가 장기화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선 “나도 알 수 없는 일”이라며 답을 피했다. LG관계자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LG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세무조사는 5년만에 받는 정기 조사다. 그룹이 위법을 저질렀거나 기타 다른 문제가 있어서 조사를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조사의 장기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그것은 국세청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LG그룹)가 알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왜 유독 LG만 집중조사?
이번 세무조사가 석연치 않은 이유는 국세청의 이중적 태도 때문이다. 국세청은 최근 경기가 악화되자 매출액 기준으로 5천억 원이 넘는 대기업을 제외한 다른 기업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유예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조사대상 기업들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변칙 회계처리 가능성이 높은 기업 5만여 곳을 놓고 정밀 분석 작업에 들어가는 한편 오랫동안 세무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법인과 명백한 탈세제보가 있는 기업들에 한해 세무조사를 실시한다는 지침을 각 지방 국세청에 내려 보냈다.
국세청은 2005년 LG그룹과 GS그룹, LS그룹 등이 분할하는 과정에서 지분 배분이 분할 규모에 맞게 일정하게 이뤄졌는지 등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조사가 장기화되자 재계에선 LG의 기업분할 과정 조사가 아닌 다른 부분에 대한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확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분할과 관련해서는 세금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는다. 회계법인 등을 거쳐 기업분할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분할문제가 아닌 다른 문제로 조사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증권가의 한 인사는 “LG에 대한 기업분할과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위법사항이 있는 것 아닌가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며 “전 대통령 아들이 LG에 다니고 있어 전 정권 친인척과의 유착관계를 캐기 위한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이번 조사가 통상적 세무조사와 많이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는 LG가 대표적 친노 기업으로 찍혀 검찰과 국세청으로부터 시달림을 받고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재계는 조사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만큼 특별세무조사일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가 LG전자에 재직했던 것이 이 같은 추측의 배경이다.
검찰·국세청 양방향 압박
아직 건호씨로 인해 LG가 어떤 특혜를 받았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건호씨가 LG로부터 특혜를 받은 정황은 있다.
건호씨는 과거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을 미국 벤처회사에 투자한 적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명백한 사내규정위반으로 규정대로라면 건호씨는 사직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LG가 이를 알고도 눈감아 줬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만약 건호씨가 이런 특혜를 받았다면 LG와 전 정권간의 특혜 커넥션이 존재할 확률이 높아진다. 국세청이 강도 높은 조사를 실시하는 내막이 여기 있는 게 아니냐고 증권가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와 함께 검찰도 LG에 대해 집중수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 3월부터 LG그룹의 계열사인 곤지암리조트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장한 곤지암리조트는 LG그룹이 1995년 착수한 리조트개발사업으로 총 사업비만 2000억 원 이상 들어간 대형 프로젝트다.
리조트가 들어선 곤지암 일대가 팔당상수원 보호구역인 탓에 그동안 개발이 제한돼왔고, 특히 지역주민의 반대와 환경부의 불허 방침으로 사업 인·허가가 쉽지 않다. 하지만 참여정부가 들어서고 ‘수질오염총량제’가 시행되면서 2004년 사업이 재개됐다. ‘수질오염총량제’는 하천의 목표 수질을 정하고 오염물질을 허용 범위 이내로 배출하도록 제한, 오염물 배출량에 따라 개발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전 정권의 LG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지는 것은 바로 이점 때문이다.
검찰이 곤지암리조트를 내사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검찰은 2006년에도 내사를 벌인 적 있다. 하지만 LG는 유독 이번 수사에 긴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지난 수사와 성격이 달라서다. 과거 검찰의 수사는 LG의 곤지암리조트 개발사업에 대한 LG일가의 1조 원대에 달하는 시세 차익 및 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를 권력형 비리 사건에 포함시켜 재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LG그룹 계열사인 LG CNS의 한국철도시설공단 입찰 과정도 은밀히 내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 CNS는 철도시설공단 통신 관련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1000억 원대에 달하는 사업을 독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재계 안팎에선 친노 기업들이 한 차례 곤욕을 치를 것이란 말이 새어 나온다. 이 때문에 국세청과 검찰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재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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