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애니콜’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
‘Mr. 애니콜’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
  • 박지영 기자
  • 입력 2009-06-16 09:38
  • 승인 2009.06.16 09:38
  • 호수 790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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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임원 혜택 반납한 사연 ‘소문무성’

‘애니콜 신화’ 이기태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부회장이 퇴임 후 회사가 제공하는 각종 혜택을 대부분 반납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올 초 사장단 인사에서 상담역으로 물러난 이 전 부회장은 회사가 퇴임 최고경영자(CEO)에게 지급하는 수억원의 연봉뿐 아니라 사무실ㆍ차량ㆍ비서 제공 등과 같은 예우도 거절한 것으로 알려진다. 자연스레 이를 둘러싼 뒷말도 무수히 쏟아지고 있다. 개성 강한 이 전 부회장이 그럴 줄 알았다는 견해에서부터 이참에 삼성과의 관계를 깨끗이 청산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까지 다양하다. 이 전 부회장의 튀는 행보를 뒤쫓았다.

삼성 휴대폰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퇴임 후 회사가 제공하는 각종 혜택을 자진 반납해 화제다.

삼성은 사장으로 퇴직한 사람에게 첫 3년은 상근 상담역, 나중 3년은 개인에 따라 비상근 자문역을 맡겨 억대의 연봉과 품위유지에 필요한 각종 혜택을 지원한다. 부회장으로 퇴직하면 이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실상 ‘종신 예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전 부회장은 “그동안 삼성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며 즐겁게 일해 왔는데 현업을 물러난 마당에 특별대우를 받을 수는 없다”며 삼성의 전직예우를 정중히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

이를 두고 무수한 소문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중 가장 그럴 듯하게 들리는 것이 이 전 부회장과 삼성그룹 간 불화설이다. 소문의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올 초 경영일선에서 ‘뒷방’으로 밀려난 이 전 부회장이 그간 삼성에 쌓였던 섭섭함을 에둘러 표출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이번 사장단인사에 불만을 품은 이 전 부회장이 삼성과의 결별수순을 밟고 있다는 얘기다.

이 전 부회장은 2001년부터 2007년 초까지 줄곧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사장으로 재직, ‘애니콜 신화’를 일궈낸 장본인이다. ‘미스터 애니콜’ ‘미스터 휴대전화’란 애칭이 생긴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이처럼 삼성에 충성을 다한 이 전 부회장으로선 이번 사장단인사가 내심 섭섭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전 부회장과 삼성 간 불화설이 설득력 있게 들려오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 전 부회장의 진급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던 까닭이다.

2007년 초 정기인사 때의 일이다. 당시 이 전 부회장은 기술총괄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한동안 출근을 하지 않아 ‘인사 불만을 이유로 출근을 거부하고 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겉만 봐서는 승진한 모양새였지만 사실상 삼성전자 최고경영자 경쟁에서 탈락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전 부회장은 올 초 있었던 세대교체 형식의 대규모 사장단 물갈이에서 상담역으로 물러나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자존심 강한 이 전 부회장의 성격상 상담역이란 직함을 달고 삼성이 주는 녹을 받기 싫었을 것”이라면서 “이재용 전무 체제가 본격 가동되면 삼성과의 고리를 끊을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박지영 기자] pjy0925@dailysun.co.kr

박지영 기자 pjy0925@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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