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롯데 흠집 내기 ‘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롯데 흠집 내기 ‘왜’
  • 박지영 기자
  • 입력 2009-06-09 14:46
  • 승인 2009.06.09 14:46
  • 호수 789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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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누구처럼 우왕좌왕 안 해”

라이벌 관계인 롯데와 신세계간 막판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다. 올 3월 경기 파주 아울렛 부지를 놓고 벌어졌던 롯데와 신세계의 ‘땅 싸움’은 롯데 측 완패로 막을 내리는 듯 했다. 그때 일로 유통업계 1위 기업인 롯데는 자존심에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 상처가 다 아물기도 전인 5월 말, 일이 또 터졌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대놓고 롯데에 ‘일침’을 가한 것. 두 기업 간 팽팽한 신경전 속으로 들어가 본다.

지난 5월 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제24회 암스테르담 PL박람회’에 참석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라이벌 롯데에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이날 정 부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롯데가 국내 최고 유통업체임은 분명하지만 의사결정시스템에 있어서는 신세계에 밀리지 않았나 싶다”며 “우리는 이 땅을 살 거냐 말 거냐 하는 데 있어 우왕좌왕하지 않고 1~2시간 만에 결정이 끝난다”고 말했다.


‘파주대전’ 막전막후

롯데를 따돌리고 경기도 파주일대 땅을 사들인 비결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대부분의 최고경영자들이 민감한 질문에는 우회답변을 하거나 회피하는 데 반해 정면으로 롯데의 아픈 곳을 찌른 것이다.

이번에 언급된 ‘파주 땅’은 서울에서 차로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데다 헤이리예술마을, 통일전망대, 파주출판문화단지 등이 인근에 자리 잡고 있어 아울렛이 들어서기에 최적의 입지를 갖춘 곳이다.

이 때문에 신세계는 이미 2006년 이곳을 아울렛 부지로 낙점, CIT랜드와 매매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협상은 불발로 끝났다. 신세계는 평당 120만원을 부른데 비해 CIT랜드 측은 이보다 60만원가량 비싼 180만원을 불렀던 탓이다.

그러던 2008년 1월 롯데가 장기임대차 계약형식으로 ‘파주 땅’을 확보하게 되면서 신세계 실무진들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 모든 걸 포기할 때 즈음 기회가 찾아왔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곤 안 건너’는 롯데 가풍이 신세계 실무진들을 살린 것이다.

롯데가 주판알을 튕기며 계약이행을 차일피일 미루자 기다리다 못한 CIT랜드 측이 신세계 측에 파주 땅 매입의사를 물어왔다. 신세계는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기 않기 위해 속전속결로 협상을 진행했다.

더욱이 CIT랜드 측은 과거에 비해 50만원 이상 저렴한 평당 125만원을 제안했다. 신세계는 이를 흔쾌히 수락, 곧바로 매매약정계약을 맺고 그로부터 3일 뒤 매매대금의 10%인 32억원을 계약금으로 지급했다.

한편 신세계가 CIT랜드와 부지매매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는 소식에 신동빈 롯데 부회장은 “파주 땅을 원 상태대로 되돌려 놓으라”며 노발대발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원우 롯데 부사장이 허인철 신세계 부사장을 찾아가 항의방문에 나설 정도였다.

특히 롯데는 CIT랜드에 신세계보다 150억원이상인 최고 470억원까지 내겠다는 제안까지 제시했으나 땅 확보에 실패했다.

[박지영 기자] pjy0925@dailysun.co.kr

박지영 기자 pjy0925@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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