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와 한통속 돼 사기 분양했다”

아파트 분양이 시작되면 그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찾아가는 곳이 바로 공인중개업소다. 투자전망, 혹은 완공품질 등에 대한 전문정보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배동 롯데캐슬로제 입주예정자들은 “공인중개사가 롯데건설과 한통속이 돼 사기분양을 했다”고 주장하고 나서 시선을 끌고 있다. 롯데그룹(대표:신격호) 계열사 롯데건설(대표:이창배)이 분양 전 공인중개사에게 향응을 제공하면서 소비자에게 허위 사실을 제공했다는 주장이다. 건설사와 공인중개사의 공생관계를 들여다봤다.
전국적인 미분양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건설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 미분양 사태를 돌파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생존 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들을 분양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 그 중 하나다. 시공사가 아파트 분양에 앞서 공인중개사들을 포섭, 아파트 홍보를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건설사의 이같은 공인중개사의 포섭이 소비자의 눈과 귀를 막는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아파트 분양 전 접대부터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예전부터 아파트 분양 전에 공인중개사들에게 설명회를 열어왔다”면서 “최근 분양이 더 힘들어지면서 공인중개사들에게 분양자 모집에 대한 수당을 높게 지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분양을 하기 이전에 인근 공인중개사에게 ‘사업 설명회’라는 이유로 식사대접 등을 하고 분양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사전 포섭을 한다는 설명이다. 이 사업설명회에서 건설사는 시공될 아파트의 장점을 설명한다. 국내 건설사들이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최근 분양된 아파트들의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모두 건설사와 접촉을 가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물론 외형상 이런 건설사의 관행이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오하려 건설사는 공인중개사들에게 마케팅을 하고 이를 통해 분양정보를 제공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문제는 이같은 접촉을 통해 건설사와 공인중개사가 분양 수익을 공유하게 된다는 점이다.
최근 입주를 앞두고 있는 방배 롯데캐슬로제 입주예정자들이 그 부작용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롯데캐슬로제 인근에는 1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공사 롯데건설이 허위·과장 광고로 분양을 했다는 것이 입주자 예정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롯데건설이 인근 공인중개사에게 각종 수당과 향응을 제공해 조직적인 ‘떳다방’을 조직적으로 운영했다”며 “당시 서울시에 확정되지도 않은 장재터널 개통 및 현대미술관 이전 등을 마치 확정된 것처럼 홍보에 활용했다”고 성토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장재터널 등은 착공 계획도 구체화되지 않았다. 이렇다보니 롯데캐슬로제는 6월 중 입주를 앞둔 상황에서도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일부 입주예정자가 일정 손해를 감수하고 되팔기를 하는 것이다.
사실 롯데캐슬로제는 분양 당시부터 세간의 시선을 모으며 고가분양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 아파트는 당시 강남에서도 가장 비싼 분양가인 평당 약 3000만원 선을 기록했다. 분양시기는 2007년 7월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기 약 2개월 전이었다.
입주자모임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고가 분양으로 인한 미분양 물량 발생을 우려해 인근 공인중개사들과 짜고 물량을 소비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롯데캐슬로제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약 50여 곳의 공인중개사들이 식사대접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분양 계약자를 연결해주고 회사로부터 수당을 받거나, 일부 계약자로부터 일부 수수료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해당 공인중개업소는 구체적 분양성공 수당을 밝히지 않았지만 다른 아파트의 사례에서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입주예정자들의 항의에 롯데건설 측은 별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이게 불법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당시 서울시에 착공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설명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공인중개사 관련 수당지급 문제는 관행적으로 벌이는 일인 만큼 문제가 있다면 국내 모든 건설사에게도 해당된다”고 반박했다.
실제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공인중개사 접대를 통한 건설사의 마케팅을 불법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면서 “다만 회사 측 뿐만이 아니라 소비자에게까지 분양 수당을 받았다면 위법 여부를 가리기 위해 유권해석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객관적 정보제공 기능 잃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같은 건설사와 공인중개사의 공생관계가 부적절하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분양이 시작되기 전 자산가치 등에 대해 객관적인 문의를 하는 곳이 공인중개사기 때문이다.
최근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는 김회준(58)씨는 “아파트 분양에 있어서 공인중개사와 건설사가 이윤을 공유한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면서 “만약 알았다면 아파트 분양을 검토하기 위해 공인중개사를 찾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와 공인중개사가 이윤을 위해 입을 맞췄다면 분양 사무소를 가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설명이다. 향후 롯데캐슬로제 입주예정자들은 롯데건설과 단체 소송도 불사할 전망이다. 현재 입주예정자들은 허위광고 분양 외에도 마감재, 아파트 방향 등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롯데건설 측에서는 아무런 법적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갈등만 깊어지고 있다. 입주예정일을 한달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각종 논란에 물드는 롯데캐슬로제의 귀추가 주목된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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