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식 굳히기에 안팎서 뒤집기 시도
박근혜식 굳히기에 안팎서 뒤집기 시도
  • 권대경 
  • 입력 2004-07-14 09:00
  • 승인 2004.07.1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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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오는 19일 예정된 전당대회를 전후해 내홍에 휩싸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최고위원이 지역별로 나눠먹기식이 될 것이라는 비판론이 소장파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최고위원 경선에 3선의 중진들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나서 당내 비주류의 행보가 공식적으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게다가 박근혜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다시 당권을 잡게 될 경우 8·15광복절을 맞아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보여 당내 강경 보수파와의 갈등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최고위원 지역안배에 비난 급증

현재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에 박근혜 전대표가 출마를 결정했으며, 나머지 5명의 최고위원 자리를 놓고 당내에서 지역 동료들간 교통정리가 진행되고 있다. 최고위원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당내 인사는 TK를 대표해 박근혜 전대표가 나설 예정이고, 부산은 정의화 의원, 경남은 이강두 전정책위의장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경기도는 임태희 전대표 비서실장이 출마를 밝혔으며, 나머지 한 자리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뚜렷하게 거론되는 인사가 없다. 즉 박근혜, 정의화, 이강두, 임태희 의원이 최고위원의 한 자리를 각각 가져가고 나머지는 비주류 그룹 중심 인사가 맡을 가능성도 크다. 박 전대표측은 한나라당이 영남당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호남권과 충청권에 2석의 최고위원이 선출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호남과 충청권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거의 전멸했고 지지도도 낮아 마땅한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후문이다. 단 충청권에서 한나라당 유일한 국회의원인 홍문표 의원이 거론되고 있기는 하다.지역간 나눠먹기에 대해 당내 소장파들은 “당이 지역주의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젊은 유권자들을 놓치고, 정권 창출에도 실패하는 것”이라 비난하고 있다.5명의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가 만약 지역분배의 형식으로 진행된다면 여론의 관심을 끌지 못할 뿐 아니라 한나라당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국민들의 뜻도 저버리는 것이라는 게 소장파들의 주장이다.한편 한나라당 내 반 박근혜 그룹으로 분류되는 3선의 이재오, 홍준표, 김문수 의원이 대표 경선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이들은 박 전대표의 재신임이 확실시되고 있어 최고위원 선출의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3선 3인방의 불출마 선언을 당 안팎에서는 공식적인 비주류 행보 선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사실 최병렬 대표 체제 하에서 주류로 자리잡았던 3인방이 박 대표 체제하에서는 자연스레 지도부와 거리를 두게 됐다.

따라서 당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이들이 비주류 행보를 공식화해도 거리낄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들 3선 3인방은 공통적으로 박 전대표의 행보와 당의 상황에 비판적인 독설을 내뿜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행정수도 이전과 김선일씨 사건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버스체험과 같은 이벤트 정치가 웬 말이냐”며 지도부를 성토했으며, 이재오 의원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지금의 한나라당은 4·15직후의 반성과 결의, 각오와 투지는 온데 간데 없고 대표 한 사람의 대중적 인기에 목을 매는 꼴”이라며 “당내 인사들은 벌써 대표 눈치보기와 줄서기에 급급해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3선 비주류의 강도 높은 지도부 성토가 자칫 탈당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또 이들이 한 명의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이명박 서울 시장과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탈당설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박근혜 방북, 강경 보수파 갈등 예상

박근혜 전대표가 당 대표직을 연임하게 될 경우 오는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북한을 방문해 북측 인사와 기념식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 전대표가 이끄는 한나라당 친선사절단의 방북은 여권과는 별도로 국내 보수 세력이 북측과 화해·협력 무드를 이끄는 차원에서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6·15 남북정상회담 4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이종형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등의 북측 인사들이 박 전대표에게 북한 방문을 초청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면서 “북측의 제안에 박 전대표가 측근들과 논의한 결과 긍정적인 반응이 많아 친선사절단을 구성해 방북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박 전대표의 방북이 지난번 방북과는 그 성격이 달라 다소간 마찰을 빚을 것으로 점쳐진다. 즉 이번 방북은 개인적 차원의 것이 아니라 제1야당 대표로서 당내 사절단을 이끌고 가는 것이므로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제 1야당 대표로서의 방북에 대해 김용갑, 김기춘, 정형근 의원등 강경 보수파로 분류되는 당내 중진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에 박 전대표의 한 측근은 방북에 반대하는 이들로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가급적 당내에서 북한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의 보수·진보 그룹들의 시각을 모두 반영하는 사절단을 구성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당내 중진뿐 아니라 소장파를 비롯한 초선 그룹 등의 다양한 의원들로부터 방북 희망자를 신청 받아 약 20명으로 사절단이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한편에서는 박 전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지지로 다시 한번 당권을 장악하게 될 경우 박 전대표의 방북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파들이 강력한 반발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권대경  kwond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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