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회장 “불황에는 더 빠르게”

전세계적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산업 약세가 철강수요 감소로 이어지면서 철강기업 포스코 역시 적잖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10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 철강산업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포스코도 4개월 연속 감산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1분기 조강생산 및 판매량이 모두 줄었다.
포스코의 지난 1분기 실적은 이런 철강시장의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액은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70.7%, 68.5% 줄어든 3730억원과 3250억원을 기록했다. 일본 및 유럽 철강사들의 이익하락도 잇따를 전망이다.
새 선장 새 리더십
업계에서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리더십에 시선을 집중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사실 정 회장은 취임 이후 고작 3개월이 지난 상태다. 하지만 취임 초기 조용한 융화정책을 펴는 여타 CEO와는 다르다는 것이 포스코 안팎의 평가다.
정 회장에 대한 면모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일화가 1만6000명 전사원의 금연운동이다. 물론 “전체주의적 발상이다”라는 반발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정 회장은 연말을 시한으로 담배연기를 추방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는 것은 물론, 제철사업의 윤리적 측면에서 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흡연은 곤란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적당히 직원들 인심이나 얻어 임기를 보장받는 CEO와 구별되는 대목이다.
정 회장의 이런 과감한 리더십은 위기 대응에서 더욱 돋보이고 있다. 지난 4월 포스코 창립 41주년 기념식에서 그는 “지금은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할 시기”라며 “더 넓은 시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변하는 경제상황 속에서 빠르게 움직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정 회장은 국내외 경기상황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대표기업 포스코는 올해 지난해보다 늘어난 최대 7조5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목표를 제시했다.
불황 대비 비상경영 착수
포스코는 현재 국내외 경기침체에 대처하기 위해 정 회장을 중심으로 전사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했다. 회사의 성장 목표와 전략방향 등을 수시로 점검하고, 현금중시 경영과 원가절감 활동을 통한 위험관리 및 수익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는 이같은 위기극복 및 미래비전달성을 위해 오는 2011년까지 ‘극복→도전→도약’ 등 3단계의 로드맵을 설정했다. 현재 중점을 둔 극복단계는 그룹 전사적 차원에서 위기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원가절감·현금중시 경영으로 위기에 대한 체질강화를 꾀하는 과정이다.
감산체제를 활용해 기술개발을 강화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을 개발하고 실행해 나갈 방침이다.
이미 포스코는 조업 중 발생한 부산물의 안정적인 활용을 통하여 자원과 에너지를 절감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업에 필요한 연료의 대부분을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 가스로 충당하고, 자가발전에도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포스코 본사, 포항제철소, 광양제철소에서 사용한 전력량 중 76% 가량을 자체 조달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자가발전과 에너지 회수설비 덕분이다.
친환경을 미래성장동력으로
포스코의 미래성장동력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는 바로 녹색성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미래 철강사업 성장의 열쇠는 환경문제 해결이 핵심”이라며 “이를 위해 저탄소 기술과 신재생에너지 기술 등을 개발하고, 친환경 신성장 동력을 확대함으로써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포스코는 지난 2003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포스텍 등과 함께 발전용 연료전지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지난해 9월 4일 포항 영일만 배후산업단지에 연간 50MW 규모의 발전용 연료전지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상용화 공장을 준공했다.
발전용 연료전지는 수소와 공기중의 산소를 전기화학 반응시켜 직접 전기에너지로 만들기 때문에 에너지 손실이 없다.
투입되는 에너지량 대비 발전량인 발전효율이 47% 수준으로 일반 화력발전의 35% 보다 높을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저감효과가 크다.
세계 철강구도 재편
최근 글로벌 철강산업 시황은 철강업으로 대변되는 포스코에 유리하게 재편되고 있다. 철강산업을 위기로 몰고 간 요인으로 꼽혔던 중국 철강사들의 난립이 정돈되는 양상이다. 철강업계에 감도는 인수합병 기운도 포스코에 기회로 작용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의 철강사인 아르셀로 미탈과 큰 격차를 두고 2위권에 몰려 있는 포스코와 신일본제철, JFE스틸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응전하는냐에 따라 세계 철강산업 구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포스코는 진출을 계획하는 세계 시장에 대한 전략을 명확히 세우고, 큰 밑그림 아래 개별 사업을 추진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현재 포스코는 전세계 26개국에 113개의 현지 법인과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올해를 글로벌 철강 허브인 포항과 광양을 중심으로 중국, 베트남, 멕시코, 미국 등을 연계해 글로벌 생산·판매 네트워크 구축하는 원년으로 삼고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6월에 준공 예정인 멕시코 공장은 연간 40만톤의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할 수 있다. 또, 올 하반기에는 베트남 냉영공장과 미국 API강관 공장을 준공할 예정이다. 국제적 주요 수요사업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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