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5대 그룹 경영전략 大해부 - 현대·기아차그룹 편
기획특집 | 5대 그룹 경영전략 大해부 - 현대·기아차그룹 편
  • 박지영 기자
  • 입력 2009-05-19 09:49
  • 승인 2009.05.19 09:49
  • 호수 109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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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위기에서 살아 남아라”
정몽구 현대 · 기아차그룹 회장

세계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올해 경영목표는 ‘위기에서의 생존’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그에 대한 해법으로 ‘품질경영’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정 회장이 품질경영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것은 1998년 어느 날이었다. 1986년 자동차 본 고장인 미국시장에 진출한 현대차는 당시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현대차=저품질=싸구려 차’로 통했다.

그러던 1986년 어느 날, 미국 딜러들을 만나러 간 정 회장은 그들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된다. “좋은 차를 만들어 달라. 못 팔아먹겠다”는 아우성이었다. 이 때부터 정 회장은 ‘품질'에 모든 것을 걸기 시작했다.


“위기는 곧 기회다”

정 회장은 즉각 행동에 돌입했다. 이후 생산, 영업, 애프터서비스 등 부문별로 나눠져 있던 품질관련 기능을 묶어 품질총괄본부를 발족시켰고, 매달 품질 및 연구개발, 생산담당 임원들을 모아놓고 품질관련 회의를 주재했다.

시중에서 판매 중인 자동차의 문제점을 점검하는 것은 물론, 개발 중인 차에 대해서도 실무자들과 함께 꼼꼼히 챙기며 품질 개선방안을 하나하나 지시했다.

이런 노력이 지속되면서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SUV ‘싼타페’가 2001년 미국 소비자 만족도 1위에 올랐고, 2004년엔 제이디 파워 신차 품질 평가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그런 그가 올 신년사에서도 품질경영을 강조해 눈길을 끈다. 정 회장은 올 초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세계 경제위기가 심화할 것으로 예측되는 올해에는 판매확대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며 “고객들이 원하는 사양의 차를 경쟁업체 보다 한발 앞서 신속하게 개발하여 공급함으로써 시장을 선점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 회장은 “불황기 일수록 고객이 기업 운명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고객 및 딜러의 요구사항을 신속히 파악, 대응할 수 있도록 총체적 노력을 기울여 달라”며 ‘고객만족’에 “총체적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 글로벌 불황 여파로 자동차산업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대표적인 내구소비재인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품질의 차라도 지갑을 닫는 소비자들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하이브리드카 “전진 앞으로”

정 회장은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한 화두로 최근 ‘소형차 개발’를 제시했다. 사실 현대ㆍ기아차가 그간 중ㆍ소형차에 비중을 두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갈수록 친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는 데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급격히 소형차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 회의에서 “고연비, 고품질, 고급디자인을 갖춘 경쟁력 있는 소형차 개발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면서 “지금 어렵다고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줄인다면 미래 성장을 장담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이미 무너지고 있는 미국 ‘빅3’와 잘 나가는 도요타에서 보듯, ‘작지만 강한’ 소형차 개발은 필수적이다. 일본 자동차 업계는 과거 1ㆍ2차 석유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기에도 소형차 경쟁력 강화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를 가졌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47%인 소형차 비중을 더 확대하는 한편, 올해 하반기 ‘아반떼 하이브리드카’ 양산을 시작으로 친환경 소형차 개발에 전력을 다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적극적인 R&D투자 ▲고객 최우선 경영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 ▲글로벌 인재 육성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선정, 전사적인 공격 경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마른걸레도 다시 짜라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에 따른 정 회장의 피나는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연봉 자진반납과 복리후생비용 절감 등 위기경영에 적극 나섰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임원들의 급여를 10% 자진 삭감하고 경상예산도 20% 이상 절감, 운영키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일반경비부문에서 △해외출장 시 단거리 노선은 이코노미석 이용을 의무화하고 △업무용차량을 대폭 축소하고 배차 기준도 강화했으며 △업무시간 중 셔틀버스 운행 중지와 △파손을 제외한 사무비품 교체 중단 등을 추진한다.

또 복리후생부문에서는 △양재아트홀 문화행사를 비롯한 그룹사 체육대회, 통상적 연례행사 등 문화행사를 대폭 축소운영하고 △근무복 안전화 조끼 등 반납 후 재사용을 유도한다.

이밖에 △전기료 등 에너지비용 20% 이상 절감 △불필요한 외부용역 컨설팅 축소 △연월차 50% 이상 의무사용 등 비용절감을 위한 세부지침도 마련했다. 뼈를 깎는 초긴축 비상경영안을 발표함으로써 전사적 경영 재무장을 더욱 강화키로 한 것이다.

이와 관련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임원급여를 10% 자진 삭감하기로 한 것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임원들이 먼저 긴축 경영의 모범을 보인 것”이라며 “올해 사업계획을 아직 정하지 못할 정도로 글로벌 경영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초긴축 비상경영을 통한 생존경영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지영 기자] pjy0925@dailysun.co.kr

박지영 기자 pjy0925@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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