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 MVP 선정...박병호의 기록은?
김재환 MVP 선정...박병호의 기록은?
  • 신희철 기자
  • 입력 2018-11-20 01:24
  • 승인 2018.11.20 01: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록 면에서도 박병호 대체적으로 압도
‘잠실 홈런왕’에 대한 ‘이미지 투표’ 논란
약물복용에 대한 관대함은 정직한 땀에 대한 배신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 서울에서 열린 '2018 KBO 시상식'에서 MVP를 차지한 두산 김재환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 서울에서 열린 '2018 KBO 시상식'에서 MVP를 차지한 두산 김재환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ㅣ 신희철 기자] 19일 2018 KBO리그 최우수선수상(MVP)에 압도적인 득표로 두산 김재환이 뽑혔다. 김재환은 유효 투표수 111표 가운데 1위 표(8점) 51장, 2위 표(4점) 12장, 3위 표(3점) 8장, 4위 표(2점) 2장, 5위 표(1점) 3장 등 총 487점을 얻었다. 린드블럼은 1위 표 18장, 2위 표 42장, 3위 표 12장, 4위 표 7장, 5위 표 5장 등으로 총 367점을 얻어 2위에 머물렀다. 박병호는 262점으로 3위, 양의지는 총 254점을 얻어 4위에 머물렀다. 김재환과 린드블럼은 120점, 김재환과 박병호는 자그마치 225점의 차이가 났다.

 

이 투표 결과는 팬 투표나 인기투표 결과가 아니다. 수상의 공신력과 신뢰성 때문에 야구출입 기자들이 투표한 것이다.

 

그래서 더욱 이상하다. 이 투표가 과연 기록을 볼 줄 아는 야구전문기자들의 것인지, 아니면 매체 이미지와 임팩트에 의한 주관적인 인기투표인지 의아하다. 2018시즌 객관적 기록 면에서 박병호는 김재환보다 우위를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20년 만의 잠실 홈런왕’, ‘타점왕’이라는 상징적인 면을 보고 투표한 것이라면, 기자들 스스로 이미지 투표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지 투표가 사실이라면, 이번 MVP 선정은 공신력과 신뢰성에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최우수선수상’이라면, 철저히 성적에 근거해서 말 그대로 ‘최우수선수’에게 투표했어야 하지 않을까.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 서울에서 열린 '2018 KBO 시상식'에서 타자부문 장타율상·출루율상을 수상한 넥센 박병호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 서울에서 열린 '2018 KBO 시상식'에서 타자부문 장타율상·출루율상을 수상한 넥센 박병호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 김재환 3개 부문 우위, 박병호 8개 부문 우위

 

따라서 김재환의 과거 약물복용 논란은 둘째 문제다. 아래는 김재환과 박병호의 2018시즌 주요 기록이다.

 

▲타율 박병호 0.345 > 김재환 0.334 ▲홈런 김재환 44 > 박병호 43 ▲타점 김재환 133 > 박병호 112 ▲WAR 김재환 6.94 > 박병호 6.62 ▲삼진 김재환 134 > 박병호 114 ▲볼넷 박병호 68 > 김재환 59 ▲사구 박병호 17 > 김재환 9 ▲출루율 박병호 0.457 > 김재환 0.405 ▲장타율 박병호 0.718 > 김재환 0.657 ▲OPS 박병호 1.175 > 김재환 1.062 ▲wRC+ 박병호 190.9 > 김재환 168.8

 

김재환이 박병호를 앞선 부문은 홈런, 타점, WAR 세 개 부문이다. 그리고 나머지 8개 부문은 모두 박병호의 압승이다.

 

김재환은 타율을 제외한 홈런, 타점과 같은 클래식 수치에서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타점 부문은 타자의 객관적인 타격 능력보다는 운의 요소가 많이 작용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다소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는 기록으로 볼 수 있다. 홈런의 경우, 박병호가 2018시즌에 한 달이나 늦게 합류한 점을 감안하면, 수치상 비록 1개가 뒤지긴 했지만 유의미한 차이라고 할 수도 없다. 타율은 오히려 박병호가 0.011 앞섰다.

 

따라서 세이버 수치인 출루율, 장타율, OPS, wRC+ 등이 두 선수를 비교하기에 더 유용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세이버 수치가 절대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세이버 수치는 클래식 수치와 함께 비교할 때 상호보완적이고 객관적인 지표가 된다. 단, 김재환과 박병호의 경우 클래식 수치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찾기 힘들기에, 두 선수간의 세이버 수치는 더 변별력을 띄게 된다. 그리고 세이버 수치에서 박병호가 압도적이었다.

 

박병호는 출루율 전체 1위를 기록했다. 팀 입장에선 볼넷으로 나가는 것도 안타와 동일한 공헌이다. 게다가 볼넷은 68개로 전체 3위, 사구에서도 17개로 전체 4위를 기록했다. 장타율은 타석 당 기대되는 평균적인 루타로서, 박병호의 경우 타석 당 평균 0.718루를 밟았다. 리그 유일한 7할을 기록하며 이 부문 독보적 1위가 됐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산한 OPS에선 두 선수의 차이가 자그마치 0.113의 차이를 보인다. 0.113의 차이면 김재환과 손아섭의 차이와 비슷하다. 김재환의 OPS 1.062, 손아섭의 OPS가 0.950으로 0.112의 차이이다. 박병호는 OPS에서도 독보적 1위였다.

 

wRC+ 또한 박병호가 압도적이다. 박병호는 190.9를 기록하며 이 부문도 독보적 1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wRC+ 190.9는 82년부터 현재까지 프로야구 모든 타자들의 단일시즌 기록 중에서도 전체 22위를 기록할 정도의 성적이다. 올 시즌 박병호는 지난 2003년 191.2의 wRC+를 기록한 이승엽과 비슷한 타격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wRC+는 시대보정, 구장보정을 가미한 상대적 기록이기 때문에 시대와 구장에 관계없이 어느 정도 비교 가능하다. 박병호와 김재환은 wRC+에서 자그마치 22.1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wRC+ 22.1의 차이면 김재환의 168.8과 전준우의 146.3의 차이인 22.5와 비슷한 차이다.

 

이처럼 wRC+, OPS, 출루율, 장타율, 볼넷, 사구, 삼진 등 전체적인 기록을 놓고 보면, 두 선수는 올 시즌 분명히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타율이라는 클래식의 대표적인 수치부터 각종 세이버 지표에서도 대체적으로 박병호의 우위다.

 

따라서 김재환이 박병호를 2배 정도 득표 차로 이길만한 이유가 궁금하다. 만약 기자들이 김재환에게 투표했다면, 그것은 분명히 ‘20년 만의 잠실 홈런왕’, ‘타점왕’이라는 표면상의 기록만 보고 찍은 이미지 투표가 아닐까. ‘30홈런 100타점’은 박병호도 기록했기에 논외로 하겠다.

 

◇ 약물복용에 대한 관대함은 정직한 땀에 대한 배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실 홈런왕’, ‘타점왕’의 위엄이 모든 기록을 덮을 정도로 큰 의미가 있고 위대한 기록이라면, 김재환의 약물전력을 알고도 투표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메이저리그에선 ‘레전드’도 약물 혐의가 밝혀지면서 하루아침에 ‘약물스타’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대표적인 선수는 메이저리그 최다홈런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베리 본즈다. 베리 본즈는 762홈런, 500(홈런)-500(도루) 등 기록으로써는 메이저리그 ‘전설’로 불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투표는 그를 외면했다. 본즈는 명예의 전당 입성기준인 75%에 턱없이 부족한 36.8%를 득표했다. 로저 클레멘스, 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는 은퇴 후 약물 복용 스캔들이 불거진 경우다. 이들 역시 ‘명예의 전당' 입성에 실패했다.

 

이번 2018 최우수선수상(MVP) 수상은 기록 면에서도, 약물전력 면에서도 객관성과 신뢰성에 의문 부호를 남긴다.

 

야구팬들도 김재환 선수의 약물전력에 대해 부정행위라는 이유로 수상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있다. 약물복용에 대해 관대함을 발휘하는 것은 오늘도 정직하게 땀 흘리는 선수들에 대한 일종의 배신이다. 범죄를 눈 감아 주는 것은 또 다른 범죄라고 누군가 말했다. 약물경력 선수가 얻는 영예로 인해 진짜 피해보는 사람이 누구인지 우리 모두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다.

신희철 기자 hichery81@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