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오리새끼 SK C&C 지주회사 되며 훨훨 날다

한국의 비상장 회사는 저마다 몇 가지 눈에 띄는 공통점들이 있다. 첫 번째로는 이름 꾀나 알려진 비상장사 면면을 보면 내로라하는 국내 재벌그룹들이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재벌 후계자들이 하나같이 이곳 등기이사로 올려져있거나 지분율이 유독 높다. 문제는 이런 비상장사들이 그간 재벌 총수일가의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는 점이다.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어김없이 그룹 비상장사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도 이러한 탓이다. ‘묻혀 있는 흑진주’ ‘숨어 있는 황금알’로 불리는 대기업 비상장사 지분 현황을 낱낱이 파헤쳐 봤다. 다음은 SK가(家) 비상장사 지분 현황이다.
지난 1993년 1만원 짜리 비상장법인 주식이 한 그룹 최고경영자(CEO)에게 단돈 400원에 팔렸다. 그로부터 15년 뒤인 2008년 7월 이 주식은 희망공모가가 11만~13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93년 당시 이 회사 주식 3억원어치를 산 CEO는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았다. 4천배나 오른 1조2000억원의 시세차액을 누리게 된 것이다.
주식은 SKC&C, 주식 주인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최태원 회장은 SKC&C 지분 44.5%(2225만주)를 가진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최태원 회장의 대박 신화는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KC&C는 SK그룹이 91년 4월 제2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세웠던 대한텔레콤의 후신이다.
그러나 SK그룹의 제2 이동통신사업 진출은 곧 큰 암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대통령 사돈기업(최태원 회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소영씨와 결혼)에 대한 특혜 논란이 인 것이다.
1조원 안겨준 SK C&C
이에 SK는 울며 겨자먹기로 사업권을 반납했다. 물론 대한텔레콤은 무용지물이 됐다. 최 회장이 주당 400원이라는 헐값에 SKC&C 지분을 사들일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이동통신사업에 대한 SK그룹의 욕심은 지칠 줄 몰랐다. 결국 SK는 같은해 한국이동통신서비스를 인수, SKC&C도 비약적 성장을 거듭했다. 오늘날 1조원대 회사로 도약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한국이동통신서비스는 오늘날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로 거듭난 SK텔레콤의 전신이다.
지난 2006년 기준으로 SKC&C의 매출은 1조1079억원, 순이익은 1938억원을 기록했다.
이렇듯 인수 초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SKC&C. 그러나 이 회사의 진면목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미운 오리새끼’였던 SKC&C는 향후 그룹 총수의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하는 ‘황금 동앗줄’로 거듭나게 된다.
당시 최태원 회장은 SKC&C 주식을 단돈 3억원에 대거 사들였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지금 최태원 회장의 SKC&C 주식가치는 1조 2000억 원. 불과 몇 년 만에 최 회장의 개인재산은 천문학적으로 부풀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그룹차원의 보이지 않는 ‘협조’도 크게 한몫했다.
이뿐만 아니다. 최태원 회장은 SKC&C를 통해 SK그룹을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실제 SK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최태원 회장→SKC&C→SK(주)→SK텔레콤·SK네트웍스→SKC&C’로 이어져있다.
또한 SKC&C는 △최태원 회장이 44.5(2225만주) △최 회장의 누이동생 최기원씨가 10.5%(525만주) △SK텔레콤이 30%(1500만주) △SK네트웍스가 15%(750만주)의 지분을 갖고 있는 등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100%이다. 사실상 최 회장 일가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셈이다.
SKC&C의 주당 가치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사실 비상장사의 경우 정확한 값어치를 따질 수 없다. 다만 장외주식 인터넷 거래사이트와 증권 전문가에 따르면 SKC&C의 주당 가격은 약 43만원 상당이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최태원 회장이 가진 SKC&C 지분가격은 대략 9조5675억원 가량이다.
워런버핏 뺨칠 주식 재테크
미국의 투자귀재 워런버핏도 울고 갈 최태원 회장의 재테크 실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 회장은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SKC&C를 내세워 수많은 계열 회사 지분을 보유,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C&C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거나 투자하고 있는 그룹 계열사는 모두 6개사로 △SK(주) 31.6%(1446만7359주)를 비롯해 △인포섹 48.14%(210만주) △인디펜던스 67.78%(244만주) △SKYC&C 49%(14만7000주) △SK C&C Systems 100% △SKC&C India Pvt.Ltd. 100% 등이다.
그렇다면 SKC&C가 가진 계열사 주식가치는 얼마나 될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C&C가 가진 지분가치는 ‘억’소리가 절로 난다.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알아본 SKC&C가 가진 주식 값은 2009년 3월 기준 △SK(주) 1조3228억7600만원을 비롯해 △인포섹 24억8200만원 △인디펜던스 63억5600만원 △SKYC&C 2억4100만원 △SKC&C Systems 20억7700만원 △SKC&C India Pvt.Ltd. 5억6300만원이다.
한편 최태원 회장은 SKC&C 지분을 포함, 비상장 법인인 SK해운 지분 143주를 가지고 있다.
#최태원 회장 지주회사 체제 전환 속앓이 내막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007년 7월 1일 ‘투명한 지배구조 구축’을 기치로 출범한 ‘지주회사 체제’가 오히려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장애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전환 유예기간(2년)이 종료되는 오는 6월까지 지주사 전환 작업을 끝내야 한다. 이를 위해선 SKC&C→SK(주)→SK텔레콤→SK네트웍스→SK C&C로 연결되는 순환 출자 고리를 끊어야 한다.
SK그룹은 당초 SKC&C를 증권시장에 상장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기존 주식을 내다 파는 구주매각 방식으로 SK텔레콤이 갖고 있던 SKC&C 지분 30%와 SK네트웍스가 갖고 있던 지분 15%를 정리한다는 것이다.
SKC&C의 공모 희망가는 주당 11만5000∼13만2000원선(액면가 500원). 이럴 경우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는 SKC&C 주식 매각을 통해 총 1조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SKC&C 상장 자체가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공개가 이뤄지면 SKC&C의 대주주인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는 막대한 손실을 볼게 뻔하다. 원하는 가격에 상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SK그룹은 국회만 바라보고 있다. SKC&C 상장과 지주회사 전환 시점을 연기하는 것을 골자로 한 지주회사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지주회사 설립·전환 시 지주회사 행위제한의 유예기간을 최대 4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행법을 적용할 경우 SK그룹은 올해 6월까지(2년내) 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하고, 불가피한 이유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시하면 심사를 거쳐 2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 6월까지(3년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되고 불가피할 경우 2년을 더 미룰 수 있게 된다.
SK그룹은 아울러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SK증권 매각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소유금지 규정을 삭제한다’는 내용도 담겨있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대로라면 SK그룹의 경우 지주사 전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SK증권을 팔아야 한다.
박지영 기자 pjy0925@da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