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창업주하면 모두들 최태원 SK 회장의 부친인 고 최종현 명예회장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는 틀린 답이다. SK그룹의 실 창업주는 고 최종현 명예회장의 형인 고 최종건 회장이다. 최종건 창업주가 20년간 SK ‘섬유부문’을 책임졌다면, 동생 최종현 회장은 ‘석유부문’을 개척하고 ‘이동통신부문’의 길을 텄다. 쉽게 말해 그룹 경영권이 ‘큰집’에서 ‘작은 집’으로 넘어간 셈이다.
현재 SK그룹은 종가인 고 최종건 회장가의 차남 최신원 회장과 삼남 최창원 회장이 화학 건설 분야를 맡고 있으며, 최종현 회장가의 장·차남인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이 통신과 에너지 등에 주력하는 형태로 형제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중매·정략결혼 NO!
1926년 4남4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난 최종건 창업주는 24세 때인 1949년 평범한 시골처녀 노순애 여사와 결혼했다. 최 창업주와 노 여사를 맺어준 건 다름 아닌 최 창업주의 누나 최양분 여사였다. 최 창업주는 슬하에 3남 4녀를 뒀다.
SK가(家)는 중매나 정략결혼이 아닌 자유연애 끝에 혼인한 사례가 많다. 다만 당시에도 ‘끼리끼리’ 문화가 존재한 듯한 냄새는 풍긴다. 고 최종건 창업주 일가의 혼맥도는 학계부터 권력층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장남인 고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은 김이건 전 조달청장의 딸인 채헌씨와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차남인 최신원 SKC 회장은 백종성 제일원양 대표의 딸 백해영 여사와 결혼했고, 막내아들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은 변호사 집안인 최유경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장녀 정원씨 남편은 고학래 전 사상계 고문의 장남인 광천씨며, 차녀 혜원씨는 박주의 전 금융인 아들 장석씨와 결혼했다. 장석씨는 현 SKC 사장이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이 바로 막내딸 예정씨다. 예정씨 남편은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의 아들 동욱씨다. 최 창업주와 이 전 중정 부장은 서로 호형호제 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최 창업주의 동생이자 현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부친인 최종현 회장은 박경식 전 해운공사 이사장의 넷째딸 박계희 여사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박 여사는 1953년 경기여고를 졸업한 뒤 미국 뉴욕 베네트칼리지를 거쳐 칼라마주대학을 졸업했다. 최 회장을 만났을 때는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응용미술을 공부하던 중이었다.
고 최종현 회장의 장남인 최태원 SK 회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씨와 연애 결혼했다. 최태원-노소영 부부가 처음 만난 곳은 미국 시카고 대학이다. 당시 테니스 동호회 소속이었던 최 회장은 선수가 많이 부족하자 소영씨를 적극 끌어들였다고 한다. 최 회장과 소영씨는 장녀 윤정양과 차녀 민정양, 장남 인근군 등 1남 2녀를 두고 있다.
차남인 최재원 SKE&S 부회장은 당시 여의도 고등학교 영어교사였던 채희경씨의 맏딸 채서영 서강대 영문과 교수와 결혼했다.
최 부회장은 누이동생인 최기원씨 소개로 부인 채서영씨를 만났다. 채 교수와 기원씨는 친구사이다. 자녀는 장남 성근군과 장녀 원정양, 차남 동근군이다.
또 고명딸인 최기원씨는 당시 SK그룹 계열사였던 선경정보시스템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김준일씨 혼인을 맺었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당시 선경마그테틱의 기획부장으로 일했던 최태원 회장이 만들어 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일씨와 업무적으로 자주 만났던 최 회장은 여동생을 소개, 결혼까지 이르게 한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사람은 훗날 이혼을 하게 됐고, 현재 기원씨는 행복문화재단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pjy0925@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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