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향배 조정하는 숨은 손 있나? ‘의혹’

최근 일동제약의 경영권 분쟁이 주식시장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대주주 안희태씨 등이 일동제약 경영 참여를 요구하면서 주식을 대거 끌어모은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오너 윤원영 회장에 비해 지분이 8.7% 모자란 상황. 업계 일각에서는 이 경영권 분쟁의 향방은 전문경영인 이금기 회장에 달려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약 5% 지분을 보유한 CEO가 경영권 분쟁에서 취할 포지션에 따라 회사 경영권 구도가 달라진다는 분석이다.
중견 제약사 일동제약이 때아닌 경영권 분쟁으로 떠들썩하다. 2대주주가 경영권 참여 방침을 밝히면서 주식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탓이다.
일동제약의 경영권 분쟁의 시발은 2대주주 안태희씨로부터 비롯됐다. 안씨는 현재 비상근 감사인 안준천 전 상무의 아들이다. 안씨와 그의 특수관계인 등 7명이 지난 4월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일동제약 주식 27만주를 장내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안씨 등은 일동제약 지분율을 12.8%나 끌어모았다.
경영권 분쟁 안씨는 전 일동임원 아들
안씨가 일동제약의 주주로 자리 잡은 것은 2003년 7월부터다. 그는 당시지분 7.65%를 확보하면서 일약에 일동제약 2대주주로 등장했다.
당시만 해도 일동제약 측은 경영권 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없었다. 그의 부친인 안 전 상무가 일동제약에 근무했던 인연 때문에 우호 지분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경영참여 의사가 없어보였던 안씨가 경영권을 넘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 안씨를 비롯해 안씨의 특수관계인, 글랜우드투자자문, 하나대투증권, 김현준 씨 등은 일동제약의 지배구조개선을 사측에 요구했다.
안씨 등은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한 이사회의 독립성과 책임성 강화, 회사의 이익과 주주가치 보호를 위한 감사기구의 실질화, 주주중시경영 및 윤리경영 강화, 실질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자산 활용, 배당정책 수립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필요한 주주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현재 경영권 분쟁은 윤원영 회장이 우세하다.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분은 21.5%이다. 안씨에 비해 약 8.7% 앞선다. 윤 회장의 우호지분을 더한다면 격차는 커질 수 있다.
경영권 분쟁 키 전문경영인 이금기 회장
일동제약 경영권 분쟁은 또 다른 변수가 자리하고 있다. 안 전 상무의 아들이 반란을 일으킨 만큼 또 다른 반란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추측이다.
이런 배경의 중심에 전문경영인인 이금기 일동제약 회장이 있다.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일동제약 지분 5.31%는 윤 회장의 지분 5.43%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금기 회장은 지난해 7월 이후 일동제약 지분을 조금씩 늘려왔다. 이 회장은 지난해 7월 일동제약 지분 0.05%를 사들였고, 지난 2월에도 0.04%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이 회장은 이어 지난 3월26일과 27일에도 보통주 0.03%를 추가 매입함으로써 오너인 윤 회장과의 격차를 불과 0.12%로 좁혔다. 그가 이렇게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한건 어째서일까.
사실 이 회장은 일동제약 안팎에서 오너급 CEO로 통하는 인물이다. 그는 76세의 고령으로 제약 업계에서도 최장수 CEO로 꼽히고 있다. 그가 전문경영인 행보를 시작한 것은 1984년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부터다. 오너경영이 아닌 전문 경영인체제로 운영 돼 온 일동제약에서 그가 가진 영향력은 절대적이라는 평가다.
이 회장은 일동제약뿐 아니라, 계열회사인 일동후디스의 대표까지 겸직하고 있다. 일동후디스는 사실상 이 회장의 책임과 막강한 영향력 아래 운영되는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언젠가는 윤원영 회장 일가와 이금기 회장간에 경영권 문제를 놓고 분쟁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지속돼 왔다.
특히 지난해 5월 윤 회장의 아들 윤웅섭 상무가 기획조정실장으로 경영 일선에 등장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이 회장에 대한 오너의 견제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동제약에서 내분이 일어난다면 오너일가의 경영일선 등장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그만큼 전문경영인 입장에서 오너 자제의 경영일선 등장은 적잖은 갈등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이정치 사장, 설성화 사장에게도 시선이 모인다. 이들은 각각 연구개발부문과 마케팅 부문을 이끌고 있다.
따라서 외부 세력과 내부 세력, 또는 내부 세력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 두 실세가 어느 편에 서느냐도 관심사다.
주총에 반전 일어나나
이 경영권 분쟁은 오는 5월말 주총에서 그 향방을 추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동제약은 안씨의 의중을 파악하는데 촉각을 곤두세운 상황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현재 윤 회장이 보유한 최대지분인 21.5%와는 상당 부분 차이가 나 당장의 경영권 참여가 어려운 만큼 안 씨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후 신중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주식시장은 일동제약 경영권 분쟁을 관망하는 모양새다. 안씨의 경영참여를 밝힌 지난 4월 24일 일동제약 주가는 전일보다 4.93% 상승한 4만6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지난 27일 이후 SI파동으로 10%이상 급락한 상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안희태 씨가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앞으로 결과를 속단할 수 없다”며 “아무 생각 없이 경영권 참여를 밝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동제약의 경영권 분쟁이 어떤 결과를 빚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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