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르타식 CEO교육법 ‘화제’… 살아남는 자가 경영권 쥔다
자녀들에 대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독특한 경영수업 방식이 눈길을 끌고 있다. 형이 등기임원을 맡으면 동생이 감사를 맡는 등 서로 견제ㆍ감시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의 특별한 자녀 교육법을 들여다봤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효성그룹 계열인 효성트랜스월드는 3월 말 신임감사에 조현문(40) 효성 부사장을 선임했다. 물류업체인 효성트랜스월드는 조현문 부사장의 형인 조현준(41) 효성 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던 곳이다. 특히 조현준 사장은 현재 이 회사 등기이사이기도 하다.
재계의 이목이 집중된 것 또한 이 때문이다. 말 그대로 등기이사는 이사회 일원으로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회사 주요 결정에 관여한다. 반면 감사는 독립적 기관으로서 경영진의 직무집행을 견제하고 경영을 감시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결국 효성트랜스월드의 경영구도는 조석래 회장의 큰아들 조현준 사장이 경영일선을 담당하고, 둘째아들 조현문 부사장이 이를 견제ㆍ감시하는 구조인 셈이다.
재계에선 이런 분위기를 두고 효성그룹만의 ‘독특한 후계수업 방식’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같은 구도가 비단 효성트랜스월드에만 국한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독특한 효성표 경영수업
효성의 정보통신(IT) 계열인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도 효성트랜스월드와 똑같은 구조를 띄고 있다.
반면 현금자동입출기(ATM) 전문업체인 노틸러스효성과 메르세데스벤츠 공식딜러인 더클래스효성의 경우 이와 반대 구조다. 맏형 조현준 사장이 감사로 있으면서 등기이사로 있는 두 동생의 경영활동을 견제하고 있다.
또 펌프제조업체인 효성에바라의 경우는 막내인 조현상(38) 전무가 등기임원으로 있고, 둘째형 조현문 부사장이 감사를 맡고 있다.
한편 효성그룹은 현재까지 후계구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지주회사격인 효성 지분도 3형제 모두 엇비슷하게 갖고 있다. 실제 효성 지분은 조석래 회장이 10.20%를 갖고 있는 가운데 장남 조현준 사장이 6.94%, 차남 조현문 부사장이 6.99%, 삼남 조현상 전무가 6.73%를 보유하고 있다.
그룹 내 입지도 3형제 모두 그만그만하다. 조현준 사장이 그룹의 무역ㆍ섬유부문을 맡고 있다면 조현문 부사장은 중공업부문을 조현상 전무가 전략기획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이에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구도에서 보면 조석래 회장이 세 아들을 경쟁시켜 장자가 아니더라도 경영자로서 더 적합한 아들에게 그룹을 물려줄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박지영 기자 pjy0925@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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