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거취를 결정해야 할 때가 왔다. ‘혜경궁 김씨(@08__hkkim)’ 트위터 계정 소유주가 부인 김혜경 씨가 맞다는 경찰 수사 결과에 유례없는 사퇴 촉구 목소리가 일고 있기 때문. 이 지사 측은 줄곧 혐의를 완강 부인하고 있지만 여권 내에서도 “사실이면 사퇴하라”는 중론이 형성되는 모양새다. 사실이 아니더라도 ‘출당’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동안 이 지사의 방어막이 됐던 이해찬 당대표 및 비문계 일부 의원들도 만만치 않은 부담에 결국 등을 돌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혜경궁 김씨’가 이 지사 부인 김혜경 씨가 맞다는 경찰 수사 이후 두문불출했던 이 지사가 19일 입을 열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혜경궁 김씨는 절대 내 아내가 아니다”라는 일관된 입장을 피력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9시 경기도청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때리려면 이재명을 때리고 침을 뱉더라도 이재명에게 뱉어라”라며 “무고한 제 아내를 이 싸움에 끌어들이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이 지사는 경찰 수사에 대한 의구심을 표했다. 특정 세력의 입김에 의해 경찰이 ‘공정 수사’ 대신 ‘표적 수사’를 했다 주장이다. 그는 “경찰은 제 아내가 아니라는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도 수사한 것 몇 가지를 끌어 모아서 제 아내로 단정했다”며 “수사 내용을 보면 네티즌 수사대보다도 오히려 판단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떤 사람이 카카오스토리와 트위터 계정을 갖고 있는데 트위터에 사진을 올리고 그 사진을 캡처해 카카오스토리에 올리겠나. 경찰이 스모킹건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계정이 제 아내가 아니라는 증거에 해당한다”며 “차고 넘치는 증거에도 이미 목표를 (제 아내로) 정하고 맞췄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경찰이 진실보다는 권력을 선택했다”고 반발했다.
‘혜경궁 김씨’ 사태와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지사 측근이 해당 수사를 맡은 경기남부경찰청과 분당경찰서 경찰 간부 2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지사의 법률 대리인으로 활동했던 백종덕 변호사는 지난 22일 “허경렬 경기남부경찰청장(치안정감)과 유현철 분당경찰서장(경무관)을 뇌물수수 혐의로 23일 오전 11시 수원지검에 형사고발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보냈다.
이와 관련 그 배경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도리어 일각에서는 경찰 압박을 위한 ‘보복성 고발’일 뿐 이라며 비판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다만 이 지사 측은 백 변호사의 고발이 이 지사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李 네티즌 투표 부쳤지만
80% “경찰 주장 맞다”
이 지사는 자신과 부인의 무고함을 주장하며 동조 여론 형성에까지 나섰다. 18일 오후 이재명 경기지사는 자신의 SNS에 “트위터에 공유한 사진을 캡처해 카스에 공유했다면 계정주는 동일인일까요”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어 “사진을 트위터에 공유하고 공유사진을 캡처해 올리기보다, 원본사진을 카스에 공유하는 게 더 쉬우니..동일인 아님(변호인 주장)”과 “트위터 공유 직후 곧바로 캡처해 카스에 공유했으니 동일인(경찰 주장)” 중 어느 쪽에 공감하는지를 물었다.
하지만 이미 여론은 이 지사 바람과 반대로 형성되는 분위기다. 80% 이상의 네티즌들이 ‘경찰 주장에 공감’을 선택한 것. 이를 두고 이전까지만 해도 공고했던 이 지사 지지 세력의 이탈 조짐까지 감지된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의 고심도 깊어만 가고 있다. 앞서 혜경궁 김씨와 관련한 수사가 진행될수록 당내 지지세력 간 갈등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구두 논평을 통해 “이 지사 등 당사자들이 경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사법부의 최종 결론을 보고 당의 입장을 정할 수밖에 없다, 현재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입장을 냈다. 일각에서는 ‘입장을 밝히기가 어렵다’는 당의 입장만 봐도 이미 이 지사의 거취 문제를 놓고 고심에 빠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판결 후 결정” 한다지만
당 내홍 증폭 어쩌나
친문계에 맞서 이 지사 편에 섰던 일부 비문계 의원들까지도 “사실이면 사퇴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여당 관계자는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 지사가 책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이대로 반발 기류가 더 커진다면 사법부 판단과 별개로 이 지사가 직접 거취를 결정해야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본다”고 관망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도 지난 17일 공식적으로 “여러 차례 밝혔듯 ‘혜경궁 김씨’ 트위터 사용자가 김혜경 씨라면 이 지사는 책임지고 사퇴해야 하며 거짓말로 많은 사람을 기만한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표명한 바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7개월여 수사 끝에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소유주는 김씨라고 결론짓고, 지난 19일 김씨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과 명예훼손 등 혐의 기소의견으로 수원지검에 송치하기로 했다. 경찰은 ▲김 씨의 카카오스토리와 ‘혜경궁 김씨’의 트위터에 동일한 사진이 비슷한 시간대에 올라온 다수 사례 ▶김 씨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아이폰으로 바꾼 시점 등을 근거로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박아름 기자 pak502482@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