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2세 자동차 동호회 “광란의 질주” 마니아
재벌2세 자동차 동호회 “광란의 질주” 마니아
  • 박지영 기자
  • 입력 2009-04-28 11:10
  • 승인 2009.04.28 11:10
  • 호수 106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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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그 폭주사건’으로 본 재벌 2세 외제차 모임 전격해부

지난 4월 16일 폭주족 301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적발된 이들은 작년 3월부터 11월까지 주말 밤마다 △인천 영종도 인천공항고속도로 신불IC를 비롯해 △경기도 분당 모란기지창 부근 △임진각 근처 자유로 △서해대교 인근 도로 등지에서 ‘드래그 레이스’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세간의 이목은 ‘폭주족 301명 검거’보다 그들이 몰고 나온 차량에 집중됐다. 17억원 상당의 엔초 페라리, 10억원 상당의 코닉세그 등 서민들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액수의 ‘수퍼카’들이 대거 등장한 탓이다. 또한 여론은 레이스를 즐긴 폭주족 대부분이 전문직 종사자들이라는 데 이목을 집중시켰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폭주족은 의사나 약사 등 △전문직 9명을 비롯, 연예기획사 대표·작곡가·영화사PD 등 △방송연예 종사자 6명 △골프선수 3명 △중소업체 대표 60명 △대기업 임원 자제 등 18명 △유학생을 포함한 대학생 25명 등 모두 301명이었다. 이에 따라 언론은 ‘부유층 자제·의사·PD 등 전문직 종사자 광란의 질주’란 다소 자극적인 제목으로 본 사건을 일제히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진짜 재벌2세 외제차 모임 회원들은 언론의 이 같은 보도에 콧방귀를 뀌었다. 외제차 모임 회원인 박광섭(34·가명)씨를 만나 그들만의 세상 재벌2세 외제차 모임을 전격 해부해 봤다.

지난 4월 21일 저녁 8시께 서울 청담동 부근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외제차 동호회 회원 박광섭씨를 만났다. 박씨가 소속된 동호회 이름은 ‘SOC’로 정식 명칭은 SLK 오너스 클럽(SLK OWNER CLUB)이다.

그에 따르면 외부적으로 SOC는 ‘벤츠 SLK를 소유한 사람들의 모임’이지만 실제론 국내 굴지의 모그룹 차기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강남부유층 자제들 등이 주축으로 돼있다.

동호회 가입절차 또한 꽤나 까탈스럽다. 이와 관련 박씨는 “돈만 있다고 다 가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회원 30명 중 3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만 SOC에 가입할 수 있으며, 어떤 집안 아들이고 간에 차로 인해 물의를 일으키면 그 즉시 제명 당한다”고 귀띔했다.

다음은 박씨와의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이번 드래그 레이스 사건 때 부유층 자제들이 더러 붙잡혔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만한 사람들은 그곳에 단 한 명도 없었다. 끽해봐야 ○○그룹 임원 아들이 고작이었다. 쉽게 말해 재벌2세들, 그것도 눈에 띄는 사람들은 웬만하면 거기(드래그 레이스)에 참석을 잘 안한다.

-재벌2세들의 외제차 모임이 따로 있나.
▲일반적으로 이쪽 바닥(이름께나 알려진 부유층)에 외제차 모임이라고 딱 정해져 있는 동호회는 없다. 다만 개인적인 친분 또는 사회적 친분 등으로 얽히고설킨 사람들이 비공식 모임을 가질 뿐이다.

-인터넷 카페가 있나.
▲인터넷 카페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 동호회처럼 매월 셋째주 토요일 정기모임을 갖습니다.’이런 개념이 아니다.

-그럼 어떻게 만나나.
▲내가 오늘 강남의 모 튜닝샵에 갔는데 그곳에서 친구를 만났다고 치자. ‘오늘 뭐하냐’고 안부를 묻다가 ‘약속이 없다’고 하면 ‘그럼 오늘 인천 한번 쏠까(달릴까)?’ 이런 식이다. 그러다 또 다른 형이나 후배들이 오면 그 사람들도 껴서 인천이나 태백서킷을 뛰러 간다.

-인천이면 드래그 레이스를 하러 간다는 말인가.
▲우리들은 웬만하면 드래그를 잘 안 뛴다. 우리 특징 중 하나가 사람 많은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에서 만나 인천공항고속도로를 타고 미친 듯이 달린다. 그러나 1차 집결장소(인천공항 톨게이트 지나자마자 우측편)이나 2차 집결장소(GS칼텍스 주유소 뒤편 주차장)에서 만난다.

-태백서킷은 어떻게 뛰나.
▲태백에 레이싱경기장이 있다. 태백 경기장은 우선 선수 라이선스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레이싱 코스를 다 이수했다. 또 레이싱팀에 소속돼 있는 사람들도 많다. 그 팀에서 선수훈련을 위해 1박2일로 태백서킷을 간다치면 그냥 거기에 묻어가는 걸 말한다.

-일반사람이 레이싱선수들 사이에 낄 수 있나.
▲선수 라이선스까지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선수로 안 뛸 뿐이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거 할 시간이면 사업하는 게 나으니까…. 현재 선수로 뛰는 아이들보다 더 높은 스킬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안 할 뿐이다.

-재계에 알아주는 레이싱 마니아는 누군가.
▲이 바닥에서 S그룹 J씨가 유명하다. 한창 레이싱에 빠져있었을 땐 대단했다. 국내에 한 대 밖에 없는 F2가 원래 J씨 거였다.(자동차 종류에 따라 F1, F2, F3 등급으로 나뉜다.) 하지만 지금은 레이싱을 잘 안 뛰는 걸로 알고 있다. F2 차량도 팔아 지금은 딴 사람 소유다. 차에 대한 취향이 조금 바뀐 것 같다. 옛날에는 페라리 포르쉐 등 속도감 있는 차를 좋아했다면, 지금은 올드카에 심취해 있다. 소문으론 최근 1952년형 벤츠 SL클라스 한 대를 국내에 수입해 들어와 한 업체가 인증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박지영 기자 pjy0925@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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