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회장 두 발엔 희망 가득

구자준(59) LIG손해보험 회장이 산악인 박영석 대장과 다시 한 번 에베레스트 등정에 도전한다.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코리안 루트를 새겨놓기 위한 구 회장과 박 대장의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루트란 정상을 정복한 탐험대가 만들어 놓은 발자취를 말한다. 특히 에베레스트에서도 험준하기로 유명한 남서벽을 공략, 에베레스트에 최초로 한국인이 개척한 루트를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스포츠 마니아 구 회장의 에베레스트 남서벽 신루트 도전기를 들여다봤다.
지난 4월 27일 구자준 LIG손배보험 회장이 에베레스트 등반을 위해 네팔로 떠났다. 구 회장은 박영석 대장팀과 합류,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코리안 루트’를 개척할 예정이다.
구 회장의 에베레스트 남서벽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구 회장은 2006년 에베레스트 횡단면 도전에 성공한 이후 2007년, 2008년 잇달아 남서벽 등정에 실패했다. 에베레스트 남서벽은 2000m가 넘는 깎아지른 절벽을 통과해야 하는 죽음의 코스다.
특히 구 회장은 2007년 정상 등극 눈앞에서 눈사태가 발생, 오희준·이현조 두 대원을 잃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만약 구 회장이 이번 등정에 성공한다면 한국인으로선 최초다. 또 에베레스트 정상에는 태극기와 함께 LIG손해보험 창립 50주년 엠블렘이 새겨진 동판이 매립될 예정이다.
구 회장의 끝없는 도전
이번 원정의 대장을 맡은 구 회장의 각오는 남다르다. 원정에 성공하면 코리안 루트라는 새로운 개척로를 뚫게 되고 향후 전 세계 산악인이 우리가 개척한 길을 통해 에베레스트 정상으로 향하게 된다.
구 회장은 1953년 에베레스트가 영국의 에드먼드 힐러리 경에 의해 100년 만에 어렵게 첫 정복된 뒤 지금은 일년에도 수십명의 산악인이 정상에 깃발을 꽂는 점에 주목한다.
그는 “선구자의 역할이 이처럼 중요하듯 기업의 최고경영자도 눈 덮인 들판에 첫 발자국을 만들고, 험준한 산봉우리를 오르는 루트를 개척하는 사람”이라며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여부는 미개척 분야에서 CEO가 새기는 발자국의 방향과 모양에 따라 운명이 갈린다”고 강조했다.
남극점과 북극점, 빈슨매시프, 아마다블람, 에베레스트 횡단을 포함, 이번이 10번째 극지 도전인 구 회장식 ‘탐험경영’의 시작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당시 럭키생명 대표이사로 재직할 무렵 회사는 만성적인 경영 악화와 무기력증으로 어려움에 빠져 있었다. 중대한 전기 마련이 절실하던 차에 박영석 대장이 K2 원정대장을 맡아줄 것을 권해왔고, 그는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도전해 성공했다.
구 회장은 “탐험정신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개척”이라며 “이는 기업 경영에 주효한 가치로 신시장과 블루오션을 선점하는 전략 구상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고 믿고 있다. LIG손보가 방카슈랑스, 홈쇼핑 등 신채널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극기탐험, 나눔의 장 승화
여기에 구 회장은 이번 원정을 나눔의 장으로 승화시켰다. 구 회장은 이번 등정의 성공을 기원하면서 ‘희망탐험기금’을 조성키로 했다. 이번 등정을 시작으로 앞으로 구 회장이 탐험활동 중 오르는 산 1m당 1000원씩을 적립하겠다는 다짐이다. 이 기금은 부모의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생활고를 겪고 있는 유자녀들에게 장학금으로 쓰인다.
이웃을 생각하는 구 회장의 깊은 속내는 이뿐만 아니다. 구 회장은 ‘희망마라톤기금’도 적립 중이다. 달린 거리 1m당 100원을 출연해 조성하는 방식이다. LIG손해보험 측에 따르면 구 회장에 의해 적립된 ‘희망마라톤기금’은 현재 3601만1100원 상당이다. 여기에 임직원 참여까지 더해지면서 총 36명의 교통사고 유자녀에게 1억여원의 장학금이 전달됐다.
이와 관련 구 회장은 “마라톤과 탐험활동은 기업 경영인이 반드시 가져야 할 도전정신과 일맥상통한다”며 “한계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모이는 기금을 통해 많은 아이들을 도울 수 있으니 나 자신에게도 힘과 용기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구 회장은 “고산병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만 나이 60에 나 자신이 한계상황을 이겨낸 만큼 더 많은 기금이 모아져 더 많은 아이들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지영 기자 pjy0925@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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