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은 분식회계 사장은 10대 성추행 ‘심각’
대상그룹에 낀 암운이 좀처럼 걷힐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최근 실적하락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배당으로 총수들 배를 불린다는 논란이 일더니 이제는 박영주 대상홀딩스 대표가 10대 소녀를 성추행했다는 비난마저 받고 있다. 박 대표가 술에 취해 길에 있는 A양의 치마를 들춰보는 등의 행각을 저지른 것이다. 간신히 합의가 이뤄져 고발은 면했지만 대상그룹 향한 비난은 앞으로도 이어질 모양새다. 도덕성을 의심받는 대상그룹을 짚어봤다.청정원, 미원으로 알려진 유수의 식품기업 대상그룹이 도덕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대상그룹 지주회사 대상홀딩스의 박영주 대표가 10대 소녀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당사자와 합의가 이뤄진 터라 기소되지는 않았지만 사회 지도층 인사의 도덕불감증에 세간의 눈초리는 따갑기만 하다.
딸 같은 소녀 성추행한 사장님
지난 4월 23일 밤, 박 대표와 맥커리증권사 고모 부사장 등 3명이 10대 소녀를 성추행하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24일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박 대표는 일행과 함께 술을 마신 뒤, 서울 중구 서소문동 대한빌딩 계단 앞에 앉아있던 A양(19)을 성추행 했다. 경찰 조사 결과 박 대표 등은 이곳에서 A양의 치마를 들춰보고 심지어 휴대폰 카메라까지 꺼내들었다고 한다.
이에 A양 일행 중 남성 1명이 분개해 “뭐하는 거냐”고 항의하기 시작하면서 박 대표 일행과 싸움이 시작됐다. 이들의 성추행을 지켜보고 만류했던 공익근무요원도 박 대표 일행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결국 박 대표 일행 3명은 모두 폭행 혐의가 적용돼 입건됐다. 경찰은 박 대표 일행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인 A양 일행의 남성에 대해서만 ‘정당한 행위’로 간주하고 검찰에 불기소 의견을 냈다.
하지만 박양과 박 대표가 합의에 성공함에 따라 성추행 기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강제추행 혐의는 피해자가 고소ㆍ고발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친고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은 혐의를 받고 있는 고 부대표만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혐의’가 적용돼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성추행에 대한 혐의를 부정하고 있지만 정황상 성추행을 한 것으로 보여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대표 측은 “성추행을 하지 않았는데 오해가 있었다”며 “휴대폰을 꺼냈을 뿐 사건 촬영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사건에 재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기업 브랜드를 좌우하는 대기업 대표인사가 10대 소녀를 성추행했다는 전례 없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대상그룹의 도덕성이 도마에 오른 것도 당연한 일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자기 딸 같은 나이인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것이 사실”라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앞으로도 성추행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단체 관계자는 “대기업 임원이 이같은 일을 저지른다는 것은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것”라며 “공식적 사과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하지만 대상그룹 측은 현재 여기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표명 하지 않고 있다. 대상그룹 관계자는 “입장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며 함구하는 상황이다.
사실 대상그룹 도덕성이 논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5년 임창욱 회장은 분식회계를 벌여 220억원 횡령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재계 회장으로서는 드물게 1년 8개월의 징역을 살다가 2007년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풀려난 이후에도 주가조작 혐의로 지난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는 등 논란이 따라다니고 있다.
논란 몰고 다니는 대상그룹
특히 최근에는 대상홀딩스는 50여억원의 영업손실에도 불구하고 55억원의 지분배당을 실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임 회장 일가가 대상홀딩스의 지분 64.68%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배당금은 반이상 오너 일가에 흘러든 것으로 셈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자산을 깎아 오너 배불려주는 배당”이라는 비판까지 나돌고 있다.
이같은 논란 때문일까. 사건 이전까지 이틀 연속 상승세를 지속해오던 대상홀딩스의 주가는 지난 4월 24일 전일대비 2.51% 하락한 3110원에 장을 마쳤고, 지주회사인 대상도 2.43% 내린 6020원에 거래를 끝냈다. 미원 브랜도로 국내 조미료 시장을 이끌어온 대상그룹의 논란이 언제 멈춰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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