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선 “농협 때문에 망했다” 농협 “법대로 한다”
본지 777호에 게재된 기사 <농협물류의 무허가 용대선 사업> 취재가 시작되자, 국토해양부의 관계자는 대대적으로 용대선 사업에 대한 대대적 조사에 착수할 것을 알려왔다. 이에 따라 농협의 무허가 용대선 사업도 적발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농협물류의 용대선은 중단된 상황이다. 하지만 취재과정에서 농협물류가 벌여온 용대선 사업은 무허가라는 점 외에도 석연찮은 뒷말을 남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 중견해운 업체 삼선로직스(대표: 허현철)가 법정관리 원인에 농협중앙회(회장: 최원병)의 자회사 농협 물류(대표: 김병훈)가 직·간접적으로 연관 됐다는 주장이 제기 된 것이다. 삼선로직스는 해운업계 7위를 차지하던 업체로 지난 3년간 흑자를 냈음에도 올 2월 법정관리에 들어가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이 업체가 부도를 낼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농협물류의 반선이 적잖은 몫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대선 계약기간을 채우기 전 일방적으로 선박을 반납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재 삼선로직스는 농협물류와 법정공방을 예고한 상태. 삼선로직스 법정관리 내막을 들여다봤다. 지난 2월 6일 삼선로직스의 법정관리는 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지난 3년간 흑자경영하던 중견 해운업체가 법정관리를 받게 됐다는 것은 곧 해운업계의 위기를 절실히 드러내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말 중견 해운사 파크로드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는 한편, 최근에는 선우상선이 자금난에 매각을 준비하면서 업계를 긴장시켰다.
이런 해운업계 위기에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용대선 사업이 주효한 것으로 알려진다. 재용선사업자들로 인해 국내 해운업계는 선박 재임대·3차임대 관계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불황으로 인해 한 업체가 용선료를 제대로 내지 못하면 다른 업체들도 줄줄이 물리는 구조다. 삼선로직스와 농협물류의 분쟁도 이런 용대선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농협물류 계약파기로 경영위기
삼선로직스는 지난해 3월 17일 선주 ㈜미포해운으로부터 미포보난자호를 24~27개월, 일일 4만4000달러의 용선 계약을 체결했다. 이 배는 두 달 뒤인 5월 16일에 같은 기간으로 농협물류과 계약됐다.
일일 용선료 4만6700달러로 대선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 계약은 오래가지 못했다. 농협물류가 지난해 12월 8일 조기 반선을 했기 때문이다. 8월에 선박을 인수한 뒤 불과 4개월 만이었다.
당시 삼선로직스는 스위스 아르마다의 싱가포르 법인이 지난해 말 파산하면서 그 후폭풍을 정면으로 맞고 있던 상황. 농협물류로부터 2년치에 해당하는 용선료를 받지 못하자 미포해운에게 납부할 용선료가 문제가 생겼다. 결국 삼선로직스도 미포보난자호를 미포해운에 조기 반선했다. 문제는 농협물류에서 시작된 이 조기 반선이 계약위반이라는 점이다.
선주 미포쉬핑은 삼선로직스로부터 계약에 대한 용선료를 받기 위해 삼선로직스의 프리티플로리쉬호를 벨기에에서 가압류 한 상황. 가압류 해제를 위해 약 3600만달러의 담보를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미포쉬핑의 대주단인 신한은행이 삼선로직스 발전소 장기운송계약에 대해 가압류를 걸면서 삼선로직스는 본격적인 위기를 맞이했다. 삼선로직스는 농협중앙회에 “자회사 농협물류의 반선은 계약위반이며, 부당한 계약불이행”이라고 성토했으나 받아드려지지 않았고 결국 지난 2월 법정관리를 통한 회생절차를 밟기에 이르렀다.
삼선로직스 측은 “당시 법정관리는 직·간접적으로 농협물류의 계약파기가 원인이 됐다”며 “부당한 계약파기에도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당사에 500만달러의 크레임을 제기했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농협물류는 왜 삼선로직스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반선하게 됐던 것일까.
농협 측에서는 오히려 선박에 문제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삼선로직스가 임대해준 선박 미포보난자호는 선주 측의 허위보고와 불법승무원 문제 등으로 인해서 신뢰가 깨졌다는 것. 반선이 아니라 계약위반에 따른 정당한 계약해지라는 입장이다. 반면 삼선로직스 측은 선장의 비협조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선장이 교체됐고, 허위보고에 대해서는 이미 농협물류에 대한 피해보상을 마쳤다는 점을 들어 계약 파기 사유가 될 수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삼선로직스 관계자는 “만약 손실이 발생했다면 법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지만 계약파기는 할 수 없다”며 “영국법에 준거한다는 계약조건에 따라 법률자문을 구해봤지만 조기반선은 심각한 계약위반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삼선로직스도 마포쉬팡에 반선을 했기 때문에 농협물류의 반송이 적법하다면 삼선로직스의 반선 역시 적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삼선로직스 측에서는 농협물류의 계약 파기 이유가 따로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물류가 계약을 체결한 지난해 5월만 하더라도 건화물운임지수(BDI)는 1만1459포인트에 달했지만 선박이 인도된 8월 이후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농협물류에 선박이 인도된 지난해 8월4일 BDI는 8209포인트로 급락했고, 지난해 12월은 818포인트까지 달했다.
농협물류의 반선에 다른 의도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 대목이다. BDI가 폭락하면서 일일용선료도 급락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삼선로직스가 농협물류와 계약을 맺을 때만 하더라도 용선료는 4만6700달러에 달했는데, 지난해 말 용선 시세는 5000~1만달러까지 폭락했다. 결국 용선계약 기간을 채우면 채울수록 손해를 받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용선 계약기간을 모두 채우면 손해 보는 상황에서 다소 무리하더라도 반선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면서 “거래 업체의 부도가 우려스러운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계약파기를 한 것은 상도의를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해운업계 일부 용대선사업자들은 계약위반을 하더라도 계약을 지속하는 것보다 손실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 하에 조기 반선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무허가 용선, 돈 될 때만 하나
때문에 업계에서 농협물류를 보는 시선은 썩 곱지 않다. 무엇보다 농협물류는 용대선을 할 수 없는 무자격 업체다. 때문에 무자격 업체가 돈 될 때는 뛰어들다가 수익이 신통치 않자 계약을 파기했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이에 대해 농협 물류 관계자는 “삼선로직스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풀어야 할 문제”라며 “아무런 할 말이 없다”고 주장했다. 삼선로직스와 농협물류의 이같은 갈등은 향후 법정공방과 조정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인다. 현재 삼선로직스는 농협물류의 농협중앙회 계좌에서 20억원 및 미국계좌에서 3만달러를 가압류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필성 기자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