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탈세 혐의로 기소된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의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그의 탈세와 명의 위장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앞서 김정규 회장은 타이어뱅크 판매점을 점주들이 운영하는 것처럼 위장, 현금 매출을 누락하거나 거래 내용을 축소 신고하는 등 종합소득세 80여억 원을 탈루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런데 일부 퇴직 점주들이 명의 위장을 한 것이 명백하다면서 관련 소송까지 불사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타이어뱅크는 해당 점주들이 근로자로서 인정받고, 퇴직금을 받으려는 등 악의적인 의도로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퇴직 점주들 “김정규 회장 탈세 혐의, 입증할 수 있는 증거 있다”
타이어뱅크 “근로자로 인정받아 퇴직금 챙기려는 의도로 허위주장”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일부 타이어뱅크 판매점을 점주들이 운영하는 것처럼 위장해 현금 매출을 누락하거나 거래 내용을 축소 신고하는 등 ‘명의 위장’ 수법으로 종합소득세 80여억 원을 탈루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앞서 지난 7일 수십억 원대의 탈세 혐의로 기소된 김정규 회장의 재판에서 판매점주들의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검찰과 변호인들은 타이어뱅크가 전국에 산재한 판매점 운영에 직접 관여하는지, 사업자 등록을 한 점주들이 실제로 운영하는지를 신문했다.
같은 날 오후 2시 대전지법 230호 법정에서 제12형사부(재판장 박태일) 주재로 열린 공판에서 현재 타이어뱅크 점주로 일하는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우선 검찰은 점주들의 독립적 매장 운영 등과 관련해 증인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특히 검찰은 점주들이 독립적인 운영을 하는 것처럼 타이어뱅크가 위장했을 가능성 등을 알아보기 위해 점주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을 통해 타이어뱅크 소속 지부장에게 실적과 출근 여부를 포함한 근로 사항을 보고했는지 등을 추궁했다.
이와 관련해 증인으로 참석한 A씨는 “채팅방의 존재 여부와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으나 B씨는 “지금도 채팅방이 개설되어 있고 실적을 보고한 사실이 있다”고 상반된 증언을 했다.
또 검찰은 ‘2013년 위탁판매사업자로 등록했으나 독립된 사업자가 아니다’라는 내용으로 2016년 작성된 확인서를 A씨와 B씨에게 보여줬으나, 증인들은 ‘서명한 적 없는 문서’라고 진술했다.
아울러 검찰은 “사업자 등록을 했는데 매출 신고 등 세금 처리를 직접 해왔는지, 점포를 계속 옮겼는데 타이어뱅크에서 인사이동 발령을 내는 것은 아닌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신문을 이어갔다.
검찰 vs 타이어뱅크 ‘증인신문’

증인들은 “지금은 직접 세무신고 등을 하고 있지만 이전에는 타이어뱅크에서 관리해주는 등 도움을 줬다”며 “적자를 내면 계약이 해지되는 조항이 있고, 실제로 적자가 나면 사업장을 옮기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반대로 타이어뱅크 변호인은 증인들을 대상으로 타이어뱅크의 경영기법 등을 확인하는 데 주력했다. 타이어뱅크가 명의 위장을 한 것이 아니라 점주들이 독립적으로 운영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물음이었다.
변호인은 “타이어뱅크는 각 점포 사업자에게 타이어의 최고가만 정해주고 점주별로 할인해서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며 “현재는 타이어뱅크에서 업무지원 없이 점주 스스로 경영업무를 하고 있고, 세금도 이전과 동일하게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리점주는 바꾸기 어렵지만 수탁점주는 쉽게 바꿀 수 있는 구조”라며 “사업주가 매일 판매 일보는 작성하는 등 직접 경영 관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증인은 “정산받은 선입금을 김정규 회장에게 돌려 준 적 없고 정산을 못 받은 점주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재판 이후 “김정규 회장이 재판장에서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자신들이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는 주장과 김정규 회장의 허위 진술 의혹을 제기한 것은 앞서 타이어뱅크의 갑질과 불법 영업 등을 주장했던 퇴직점주들이다.
해당 점주들이 주장하는 주요 골자는 타이어뱅크가 출·퇴근은 물론 실적과 경영방침까지 관리했다는 것이다. 또 탈세 조사가 시작되자 타이어뱅크가 ‘국세청 대응 방법과 문답지’ 도 배포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해당 점주들은 타이어뱅크를 상대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으면서, 지점을 개인사업체로 등록하도록 한 후 피고와의 관계를 위·수탁관계로 위장했다”면서 각종 수당을 청구하는 소송도 제기했다.
스스로 근로자로 근무했다고 주장하는 일부 퇴직 점주들이 제공한 자료는 ▲출·퇴근 보고 ▲ 구인광고 ▲ 급여보고 ▲ 명절근무 ▲ 매장지출 ▲ 문자발송 ▲ 세금납부 ▲ 김정규 회장 지시사항 등과 관련된 공지 및 단체 대화방 대화 내역이다.
출·퇴근 보고와 명절근무, 영업 관련 지시사항 등은 앞서 ‘갑질 논란’ 등으로 보도됐던 주장과 거의 일치한다.[본지 1279호 [단독] 타이어뱅크 vs 퇴직 점주들 '갑질·불법 영업' 진실공방 참조]
그 외에도 일례로 한 지역의 점장 공지에는 ‘당일 휴무자 명단, 아침 출근 완료 보고 시 명단 올릴 것. 휴무자 전일 13시까지 미리 보호하고, 인원 최대한 맞출 것’이라고 적시돼 있으며 ‘(김정규) 회장님 지시’라고 되어 있다.
‘부진으로 인한 30분 조기 영업, 30분 연장 영업’, ‘대표이사 방문 시 3초 맞이’, ‘점포 목표 수량’ 등의 지시도 근로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라는 설명이다. 또 공동점장 승강(승진·강등) 제도 역시 타이어뱅크가 점포를 관리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타이어뱅크가 배포했다고 주장하는 ‘국세청 대응 방법과 문답지’에는 국세청의 명의 위장 세무조사와 관련된 ‘수탁점 및 대리점에 대한 점주의 주요 답변과 50여 개의 문답이 담겨 있다.
답변지에는 ‘실질사업자이며 명의 위장은 없다. 기타 필요한 사항은 문서로 보내달라. 김정규 회장이 모두 차려줬고, 나는 운영만 한다. 나머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등이 적혀있다.
이를 두고 일부 퇴직 점주들은 “점주들이 국세청의 탈세혐의 조사를 사실대로 응대해야함에도 불구하고, 타이어뱅크는 자신들이 정리한 예상 질문과 답변으로 응대하라고 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재판결과 주목되는 이유
더불어 해당 점주들은 자신들의 근거 자료를 토대로 근로자로서 받아야 하는 각종 수당을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소장은 “구체적인 업무 지시, 직원 교육 및 근태관리를 직접 하였고, 다른 매장으로의 전보 등 인사인동조치도 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타이어뱅크) 본사 관리직으로 하여금 원고들과 같은 ‘점주’들의 근태를 관리하고, 업무지시를 했다”면서 “(타이어뱅크는) 응당 지급하여야 할 연장근로수당,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수당을 청구했다.
다만 그동안 타이어뱅크는 각종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매장과 시설을 본사가 제공하면 각 사업자들이 개별적으로 경영을 하는 구조이며, 타이어뱅크가 각 매장 경영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기 때문에 전혀 무관한 논란들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지점을 관리하는 지부장 역시 점장들이 선출한다는 설명이다. 타이어뱅크에 따르면 지부장은 각 개별사업주들이 만든 사업주연합회를 통해 선출된다. 만약 논란이 야기됐다면 ‘사업주연합회’에서 벌어진 일일뿐, 타이어뱅크와는 전혀 별개라는 것이다.
앞서 타이어뱅크의 한 관계자는 일부 퇴직 점장들이 ‘우리는 직원이다’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퇴직 점주들이 악의적인 제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 퇴직금 등을 바라고 ‘직원’으로 인정해 달라고 주장하는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선을 그었다.

또 법적인 부분으로 본인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으니 언론 등을 통해 억지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제기된 ‘국세청 조사 문답지 배포’ 및 ‘수당 청구 소송’에 대해서는 “사실무근, 명백한 허위”라는 입장을 견지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퇴직 점주들과 타이어뱅크의 주장을 종합해봤을 때 여전히 분쟁의 여지는 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퇴직 점주들이 소송 근거로 내세우는 자료들의 양이 방대하고, 타이어뱅크 관련자들이 상당 수 등장한다는 점으로는 신빙성을 배제하기 힘들어 보인다.
다만 아직 해당 점주들이 진행한 소송의 선고가 나지 않은 점, 소송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는 자료들의 출처가 타이어뱅크인지, 사업주연합회인지 명확하지 않은 점 등으로 봤을 때 탈세 혐의 및 퇴직 점주 수당 청구 소송 재판 결과가 진신규명의 척도가 될 전망이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