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티브로드공정위에 조사받는 사연
태광 티브로드공정위에 조사받는 사연
  • 강필성 기자
  • 입력 2009-03-11 10:16
  • 승인 2009.03.11 10:16
  • 호수 99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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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있을 땐 1000원 독점되면 8000원”
서부산방송 사옥

태광 티브로드의 계열사 서부산방송이 과도한 단가 후려치기로 영세업체를 목줄을 죄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서부산방송이 최근 아파트단지에 유선방송 송신료를 1000원대로 인하하는 가격정책을 도입한 탓이다. 문제는 자금력에서 대기업에 뒤질 수밖에 없는 지역 유선사업자들이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경쟁사 죽이기 위한 가격정책으로 결국 경쟁사가 망하고 나면 송신료가 몇배나 오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태광 티브로드의 계열회사인 동남방송과 낙동방송지역은 독점적인 점유율을 갖춘 지역에서 7000~8000원으로 가격인상을 단행하고 채널을 임의로 편성해 소비자의 원성을 산 바 있다.

물가가 하늘을 찌르는 요즘 상황에서 1000원으로 살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기껏해야 500원짜리 껌 두통, 과자 혹은 아이스크림 하나 정도를 꼽을까. 하지만 부산 사하구에서는 1000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유선방송을 한 달 시청하는 것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티브로드 계열사 서부산방송이 아파트단지 수신료를 1000원대로 책정했다. 새로 계약을 체결하는 아파트단지를 대상으로 파격적 가격인하를 시행한 것이다. 이를 두고 지역 케이블 방송 사이에서 대기업의 횡포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에서 경쟁 중인 영세 유선방송사의 명줄을 잡고 흔든다는 이유에서다.


독점 전까지만 저렴(?)

업계에 따르면 서부산방송의 영업전략은 ‘무상 판매’라고 할 정도다.

서부산방송은 부산 사하구 지역 A아파트 단지와 계약하면서 2012년까지 아날로그 방송에 대해 수신료를 무료로 해줬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발전기금으로 5000만원을 선뜻 지원하기까지 했다. 또 B아파트단지에서는 6개월동안 무료방송서비스에 월 수신료도 1000원으로 계약했다. 이같이 파격적 할인 조건을 받은 아파트는 1만2000세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서부산 지역의 아파트단지 수신료가 2000~2500원까 선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반 이상 하락한 가격이다.

부산 사하구의 서부산방송 송신료가 이렇게 내려간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서부산방송이 경쟁사를 염두 했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지역 대부분을 대기업 유선방송사업자가 지배하는 것에 비해 서부산 일대는 지역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동서디지털방송이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동서디지털방송이 시장점유율 55.4%, 서부산방송은 44.6%에 불과했다. 이에 서부산방송이 시장 확보를 위해 공격적 사업에 나선 것이다.

이런 가격경쟁은 분명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소비자가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부산방송의 가격인하를 통한 노림수가 따로 있다는 지적도 있다. 동서디지털방송 관계자는 “현물지급, 전국 최저가 등으로 경쟁에서 따라올 수 없는 영세 유선사업자를 망하게하려는 것”이라며 “가뜩이나 타 지역에 비해 수신료가 싼 상황에서 서부산방송이 원가 이하의 가격정책을 펼치는 것은 분명한 불공정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를 방치하면 방송 질 저하로 이어지고, 시장 장악 이후 수신료를 올리게 되면 결국 주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부산 다른 지역의 티브로드 계열사에서는 저렴한 가격정책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독점적으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티브로드의 부산계열사 동남방송과 낙동방송은 해당지역의 독점적인 사업자다. 이들은 서부산방송과 동일한 상품에도 아파트 세대당 수신료를 7000~8000원에 받고 있다. 특히 2007년에도 동남방송과 낙동방송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한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독점사업자의 지위를 남용해 아파트의 단체계약을 개별계약으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시청료를 대폭 인상했기 때문이다. 또 저가형 묶음상품에 포함돼 있던 MBC ESPN 등 스포츠 채널과 드라마 채널을 고가형 상품에 편성함으로써 가입자들은 인기채널을 보기 위해 고급형 상품을 선택하면서 50∼150%의 수신료를 추가 부담해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이런 유선방송사업자의 횡포는 어제오늘 거론되는 일이 아니다. 방송 수신료를 기습적으로 올리는가 하면, 일방적으로 채널 개편을 시행시켜 요금을 인상하는 편법도 서슴지 않아 지난해 국정감사에도 거론된 바 있다.


위법성 조사결과에 촉각

이를두고 부산지역 유선방송사 일각에서는 “차후 서부산방송이 동서디지털방송을 인수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추측까지 나돌고 있다. 예전 부산지역에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케이블 방송사들이 수십 곳에 이르렀지만 현재 대부분 티브로드 및 CJ케이블넷, HCN 등 대기업 케이블 방송사에 인수·합병된 상황이다. 이미 서부산방송은 동서디지털방송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동서디지털방송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위법성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 상황이다. 비정상적인 수신료 인하와 장기간 무료방송에 대한 위법성에 유권해석을 문의한 것. 이에 공정위는 이 사건을 부산사무소 경쟁과에 맡기면서 조사결과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태광산업 적자에도 오너 배당금 챙기기 눈총

태광산업이 지난해 수백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도 주당 1500원의 현금을 배당 해 오너일가를 위한 배당잔치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태광산업은 2008년 534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07년 408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이래 1년만에 다시 적자로 전환된 것이다. 그럼에도 태광산업은 지난 3월 3일 주당 15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총 12억6200만원 규모의 현금배당이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일반적으로 기업이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배당금을 줄인다”며 “오너일가 배당 잔치를 위한 배당이 아니겠느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현재 태광산업의 지분구조는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을 비롯한 친인척과 계열사의 지분이 70%에 이른다. 결국 배당을 통해 태광산업의 배당금 대부분이 오너일가를 비롯한 계열사로 돌아가는 셈이다. 한편 태광산업은 2006년 630억원의 적자에도 175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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