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일본롯데 신동주부회장 위한 편법 증여 ‘의혹’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무상으로 증여하고 나섰다. 적자가 나는 일부 계열사에 대한 재무개선 차원에서다. 해당 지분을 돈으로 환산하면 950억원대의 거액이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석연찮은 뒷말이 나돌고 있다. 결손기업 증여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법을 이용해 편법 상속에 나섰다는 시각이다. 특히 지원받은 계열사가 직·간접적으로 일본롯데의 지배를 받는 탓에 신 회장의 장남 신동주 일본 롯데 부회장 지원이라는 추측까지 나돌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사재를 털어 계열사를 지원하고 나섰다. 직접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증여한 것이다. 신 회장이 직접 계열사 지원에 나선 것은 1998년 외환위기 때를 시작으로 2000년, 2007년에 이어 네 번째다. 하지만 이 증여에는 공교로운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녀들이 직·간접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라는 점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현행법상 증여받는 기업이 결손 법인이면 증여세를 면제 받는다는 것을 이용해 편법 상속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2007년 말 증여가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딸 신유미 씨가 대주주로 있는 기업들이 대상이었다면 이번 지분 증여는 장남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을 겨냥했다는 평가다.
신동주 부회장에 힘 싣나
금융위원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26일 신 회장은 롯데기공과 푸드스타, 케이피케미칼 등 총 세 곳에 자신이 보유한 롯데계열사 지분을 넘겼다. 롯데기공에는 롯데건설 16만3300주, 한국후지필름 3650주, 롯데제과 2만1500주가 공짜로 주어졌다. 신 회장의 선심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신 회장은 각각 푸드스타에는 롯데정보통신 5만5350주를, 케이피케미칼에 롯데알미늄 3만7000주를 넘겨줬다. 총 28만800주로 약 950억원에 이른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경영난을 겪던 곳이다. 지난 1월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워크아웃 대상 기업에 포함된 롯데기공은 현재 건설 부문이 롯데건설에 매각됐고 나머지 부문은 4월 15일 롯데알미늄과 합병을 앞두고 있다. 또 패밀리레스토랑 T.G.I.프라이데이스를 운영하고 있는 푸드스타는 외식업계 침체로 결손이 누적돼 왔다. 석유화학업체 케이피케미칼도 지난해 유가급등으로 결손이 발생했다. 신 회장의 지분 증여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라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재무구조 개선’이 표면적 이유일 뿐 진의는 따로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손실이 나는 회사에 대한 증여는 세금추징이 없다는 점을 악용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자녀가 가진 회사에 지분을 상속하면서 증여세를 피해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신 회장의 증여로 가장 큰 이득을 본 것은 누구일까. 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신 회장이 자녀가 보유한 주식가치 상승을 염두 했다면 최대 수혜자는 바로 신동주 부회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 계열사 주주 명단에서 빠짐없이 호텔롯데가 나타나는 탓이다.
호텔롯데는 롯데기공 지분 17.38%로 2대주주로 올라있고, 푸드스타의 1대주주로 지분 60.24%를 보유하고 있다. 또 롯데호텔은 일본 롯데와 함께 케이피케미칼 최대주주인 호남석유화학의 지분 23.64%를 보유하고 있다. 모두 일본 롯데가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계열사들인 셈이다.
호텔롯데는 신동주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19.2%로 최대주주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밖에 일본 페미리, 일본 광윤사 등 일본 기업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업계 일각에서는 신동주 부회장에 대한 신 회장의 상속분 챙기기에 착수했을 가능성에 시선을 모은다. 한국 롯데와 달리 일본 롯데는 비상장사인 덕에 지분구조가 베일에 쌓여왔다. 특히 한국 롯데의 규모가 일본 롯데보다 더 크다는 점에서 형평성을 위해 일부 한국 롯데 계열사를 일본 롯데에 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편법 상속 vs 재무 개선
이에 롯데그룹 관계자는 “편법을 이용해 자녀들에게 지분을 상속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순수하게 결손법인의 재무개선으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신 회장의 조치”라고 밝혔다. 오너가 사재를 털어서라도 계열사를 살리고자하는 의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호텔롯데 계열사에 대한 신 회장의 지분 증여에 대한 의혹은 당분간 계속 될 전망이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유동성을 감안한다면 계열사가 증여받은 지분을 매각해야하는데 계속 보유하고 있고, 신 회장도 현금이 아닌 지분만 넘기고 있다”며 “법의 허점을 이용한 지분정리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과연 신 회장의 속뜻은 어디에 있을까. 6000억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신격호 회장의 무상증여가 앞으로 얼마나 더 이뤄질지 시선이 집중된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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