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업 “회사 방패막이로 활용” 지적

정권이 바뀌면서 대기업 사외이사진 색깔도 눈에 띄게 바뀌고 있다. 기업 사외이사가 새 정권 전리품으로 전락한지는 이미 오래 전 일이다. 한두번 겪는 일도 아니지만 ‘찜찜’한 기분 어쩔 수 없다. ‘짜고 뽑는’ 대기업 사외이사 현황을 확인해 봤다.
바야흐로 대기업 정기 주주총회(주총) 시즌이 돌아왔다. 기업들은 어떤 사외이사를 모실까 내심 고민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각 회사마다 한 가지 공통분모가 있다. 어떤 인사가 됐든지 간에 ‘왕(MB)의 남자’여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경영 전반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해야 할 사외이사가 기업의 ‘방패막이’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는 것 또한 이러한 이유에서다.
방패용 사외이사?
‘MB(이명박 대통령)맨’의 사외이사 영입 포문을 연 곳은 LG전자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3월 13일 주주총회 때 MB측근인 김상희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계획이다.
김 변호사는 △1993년 대검찰청 기획과장 △1999년 서울 고등검찰청 검사장 △2004년 법무부 차관을 거쳐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특히 김 변호사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 후 ‘이명박 특검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제기한 소송 대리인이기도 했다.
현대제철도 이달 13일 주총에서 오정석 서울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전격 선임했다. 오 교수는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사위다. 특히 오 교수는 1970년생으로 다른 사외이사들과는 20년 가까이 차이가 난다.
실제 오 교수와 함께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 김상대 고려대 건축공학과 교수와 전형수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은 각각 1940년ㆍ1953년생이다.
믿었던 너마저!
‘MB의 남자’ 영입 러시는 공기업 딱지를 뗀 포스코ㆍKTㆍKT&G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달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연 포스코는 ‘MB 간판인사’인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김병희 전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을 사외이사로 모셔(?)왔다.
이중 유 교수는 이명박 캠프 경제부문 정책자문단 활동에 주력한 사실이 있으며, 또 정부 출범 직후에는 ‘대한민국 건국60년 기념사업위원회’ 민간위원으로도 이름을 날렸다. 반면 김병기 전 재정부 기획관리실장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KT도 상황은 비슷하다. KT는 지난달 6일 MB측 인사인 허증수 경북대 공대 교수와 이춘호 인하대 정외과 객원교수를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특히 이 객원교수의 경우 새 정부 초대 여성부 장관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가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이면서 낙마한 이력이 있다.
이밖에 KT&G 사외이사 후보로 꼽힌 김원용 이화여대 교수는 지난 대선 때 전략홍보기획조정회 일원으로 활동,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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