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항공경영 시대’
재계는 지금 ‘항공경영 시대’
  • 강필성 기자
  • 입력 2009-03-03 17:08
  • 승인 2009.03.03 17:08
  • 호수 98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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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뜬 집무실 “호텔은 저리가라~”
글로벌 익스프레스의 내부 · G-IV의 내부

그룹 총수라면 전용기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 했다. 전용기가 글로벌 경영을 위한 해외 출장에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탓이다. 실제 최근 몇 년간 주요 그룹사들은 잇따라 전용기를 도입하면서 재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전용기를 일반 여객기와 비교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최고급 호텔을 연상시키는 이들의 전용기는 그야말로 ‘부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재계 주요 그룹들이 보유한 ‘하늘 위의 집무실’ 전용기를 들여다봤다.

재벌들의 업무전용 비행기(전용기)가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몇년사이 재벌그룹사들이 잇따라 업무용 전용기를 구입하면서 본격적인 전용기 시대를 맞이한 탓이다. 10~20명이 탑승 정원인 자가용 비행기는 긴 활주로가 확보되지 않은 작은 공항에도 이착륙이 가능한 데다 원하는 시간에 바로 운항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오래전부터 중동의 왕족, 세계적 기업의 총수, 프로 운동선수 등 갑부들이 애용해왔다. ‘시간이 곧 돈’인 경영자들이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삼성그룹 전용기만 3대

삼성그룹은 전용기만 현재 3대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이 보유한 전용기는 글로벌익스프레스 2대와 BBJ가 한 대다.

이중 봄바르디어사의 최고급 기종 글로벌익스프레스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수차례 해외 방문시 이용한 덕에 ‘이건희 전용기’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최대속도 마하 0.85, 항속거리 1만1390㎞로 한국과 미국을 논스톱으로 연결한다. 비행기 실내는 세계 정보기술(IT) 회사의 업무용답게 최첨단 시설을 구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의료설비는 물론 인터넷 등 통신이 가능한 회의실까지 갖춰져 있다.

캐나다 봄바디어 사가 제작한 이 비행기의 가격은 약 426억원으로 도요타 모터즈, 드림웍스 유니버설, 다임러 크라이슬러 등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이 비행기를 전용기로 쓰고 있다. 이 전 회장은 2000년 3월부터 이 비행기를 타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하는 한진 전용기 G-IV

현재 국내에서는 대한항공이 항공사로는 유일하게 자사 전용기 걸프스트림(G-IV) 제트기를 보유하고 있다. 1994년 도입된 G-IV는 처음에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전용기로만 사용됐는데 최근에는 기업 총수나 저명인사들의 특별기로도 임대돼 애용되고 있다. 2006년까진 월평균 이용 횟수가 월 1회 정도에 그쳤지만 2007년부터는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이 한진그룹 관계자의 전언이다.

G-IV에는 위성전화와 집무용 탁자, 주문형 오디오 비디오 시스템, 노트북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전원 시설 등이 구비돼 지상의 사무실이나 회의실처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다. 좌석은 총 14석이며, 이중에는 침대로 변환이 가능한 좌석이 포함되어 있어,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G-IV 전용기의 이용료는 시간당 400만~43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G550 보유한 LG그룹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지난해 6월 글로벌 경영을 위한 전용기를 도입했다. 이 전용기는 승무원을 포함해 18인승 규모의 비즈니스 제트기 G550이다. 김포공항에서 미국 LA까지 논스톱 비행이 가능하다. G550 최신형의 경우 대당 가격이 56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550은 경비행기의 약점인 소음과 진동이 적고 탑승감이 좋아 장거리 운항에 적합하다. 일각에서는 G550을 ‘하늘의 리무진’으로 부를 정도. LG그룹은 안락한 운항을 위해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 조종사 3명을 비롯한 승무원 및 정비사 등 항공요원을 선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의 철강 재벌인 락시미 미탈 아르셀로미탈 회장을 비롯해 골프 선수인 타이거 우즈 또한 이 기종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최고급 BBJ 구입

최근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도 전용기를 구입했다. 지난 2월 국토해양부에 전용기 등록신청을 마쳤고, 항공안전검사도 받았다. 정 회장이 도입하기로 한 기종은 BBJ. 지난해 이 전 회장이 도입하기로 결정해 화제를 모았던 기종이다. 100인승 보잉 737-700을 18인승으로 개조한 것으로 전용기 가운데서는 최고급 기종으로 꼽힌다. 항속거리가 비교적 짧았던 기존의 전용기와 달리 BBJ는 보조 연료탱크를 사용하면 1만1482km의 뛰어난 장거리 항속 비행능력을 가진 것이 장점이다. 특히 이 기종에는 침실을 회의실 등 각종 고급시설을 비롯해 인터넷, 팩스, 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덕분에 미디어 재벌인 루퍼트 머독 등 많은 CEO들에게 사랑받는 기종이다. 현대차가 매입하는 가격은 약 900억원으로 알려졌다.


재계 향후 ‘글로벌 항공경영시대’ 예측

업계에서는 이같은 재계 항공 시대가 더욱 급속도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불경기를 맞이하면서 해외방문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기 때문이다. 출장을 위해 전용기를 임대하느니 차라리 전용기를 도입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런 추세가 유독 국내의 현상은 아니다. 세계적으로는 1만4000개 회사가 2만3000대의 업무용 비행기를 운항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는 코카콜라 10대, 포드 9대, 도요타 7대, GE 6대, 소니가 5대 등이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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