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별 각양각색 구조조정 문화
그룹별 각양각색 구조조정 문화
  • 박지영 기자
  • 입력 2009-03-03 17:03
  • 승인 2009.03.03 17:03
  • 호수 775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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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그룹 “수고하셨습니다” B그룹 책상위 ‘노란봉투’가 퇴직통보
구조조정 칼날을 피하지 못한 ‘밥줄’ 끊긴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동태(한겨울에 명예퇴직 당한 사람)와 △생태(타 부서로 옮겨 살아남은 사람) △면창족(일이 줄어 창밖만 바라보는 사람) △삼초땡(30대 초반에 명예퇴직) 등의 신조어도 생겨났다. 재계 구조조정 문화에 대해 알아봤다.

“○○○ 상무님. 인사팀입니다.”

“(잔뜩 긴장한 표정)…….”

“비상경영체제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임원 임금의 20%를 삭감키로 했습니다. 21일 지급되는 1월 월급부터 반영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활짝 웃으며) 아, 예. 잘 알겠습니다.”


이 마당에 수고는 무슨

A그룹 사장단 인사(1월 16일)와 부사장급 이하 임원 승진 인사(1월 19일)를 앞둔 15일경 계열의 한 상무가 겪었던 일이다.

이처럼 그룹 임원들은 인사팀 전화만 받으면 바짝 긴장부터 한다. 요즘 같은 때엔 더욱 더 그렇다.

그도 그럴 것이 재계 호사가들에 따르면 A그룹의 경우 퇴직 통보를 인사팀에서 직접 한다. “○○○ 상무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가 바로 퇴직 통보용 멘트라는 것. 몇몇 A그룹 임원들은 이런 전화를 ‘사약(賜藥)’이라고도 부른다.

A그룹의 한 고위임원은 “예전에는 ‘그룹 2인자’였던 모 부회장이 퇴직 대상 CEO들에게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이번에는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새 부회장이 어쩔 수 없이 그 ‘악역’을 맡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노란봉투 괴담’ 확산

국내 재계 서열 10위군에 진입해 있는 B그룹 임원도 감원 공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올 들어 일제히 시작된 조업중단 등 조치가 결국 감원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직원들 사이에선 때 아닌 ‘노란봉투 괴담’이 한창이라고 한다. 지난 1998년 구조조정 때 일이다. 그해 어느 날 9000여명의 B그룹 임직원들 책상에 노란봉투가 얌전히 올려져 있었다.

의아한 표정으로 노란봉투를 살펴본 순간 직원들은 아연질색 했다. 다름 아닌 해고통지서가 들어있었던 까닭이다.

한 직원은 “최근 차ㆍ과장급 150여명에게 노란봉투가 전해졌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며 “물론 소문일 뿐이지만 감산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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