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된다면 장례사업이라도 해야지~”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입방아에 올랐다. 신규법인을 통해 뜬금없이 상조업에 진출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상조업은 최근 몇 년 동안 급속도로 성장한 ‘토탈 장례’ 서비스. 현재 중소기업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조시장에서 대우조선해양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진출하는 셈이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 조선업과 무관한 상조업에 뛰어드는 것에 대한 시선은 썩 곱지 않다. 흡사 돈 되면 ‘뭐든지’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탓이다. 대우조선해양 상조업 진출을 둘러싼 논란을 들어봤다.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의 상조업 진출을 두고 구설수에 올랐다. 대우조선이 기존 사업과 무관한 상조업으로 진출한다고 밝힌 탓이다.
뜬금없는 상조업진출 왜
지난 2월 4일 금융위원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자본금 10억원으로 상조업체 대우조선해양상조를 설립, 계열사로 추가했다. 자회사 대우조선건설 지분 51%와 대우조선 손자회사인 디에스온에서 49% 지분을 출자한 것이다.
대기업의 상조업 진출은 이번이 최초가 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두산그룹 등이 임·직원 복지차원에서 사내 상조업체를 운영하긴 했지만 상조업 전문 법인이 생겨난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일까. 대우조선의 상조업진출을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석연찮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돈 되는 사업’은 뭐든지 하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상조업이 ‘돈 되는 사업’으로 인식된 것은 최근 일이다. 2004년까지 소규모에 불과했던 상조시장은 지난 2007년부터 3조원, 2008년 4조원의 규모로 급성장했다. 업체 수도 2006년 200여 곳에서 지난해 약 4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현재 회원 수는 300여만명 규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조업에 대한 정확한 시장집계는커녕 업체 개수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상조회사는 자유업으로 분류돼, 자본금 5000만원만 있으면 누구나 설립해 회원 모집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우조선의 상조업 진출도 진입장벽이 전무했다. 대우조선은 별 다른 법제나 경쟁 없이 상조시장에 진출한 유일한 대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소식에 상조업계는 탐탁찮은 기색이다. 거대자본의 투입으로 상조업계 시장판도가 단번에 뒤집어 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출 11조746억원, 영업이익 1조316억원, 순이익 4017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상조업계 한 관계자는 “상조업은 죽음을 업으로 하는 사업인 만큼 철학적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면서 “돈이 된다고 무작정 뛰어드는 일반 사업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라고 일침을 놨다. 상조문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준비가 있어야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도 “결국 중소기업이 시장을 개척해 놓으면 대기업이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서 시장을 차지한다”며 “투자는 안하고 돈 되는 일은 진출하고 보자는 전형적인 예”라고 비판했다.
실제 상조업은 대기업에서도 접근이 쉽지 않은 업종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 법규가 정비되지 않아 시장파악이 쉽지 않을뿐더러 ‘장례사업’이라는 부정적 편견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A그룹에서 상조업 진출을 위해 시장조사를 벌였지만 리스크와 ‘죽은 사람을 가지고 돈 번다’는 이미지로 인해 결국 사업진출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조선이 그럼에도 진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적어도 대우조선건설이 추진하는 공원묘지 사업은 대우조선상조를 통해 고부가가치사업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현재 대우조선건설은 공원묘지조성 공사를 통해 상조 계약자들을 대상으로 묘지 분양을 진행할 계획이다.
대우조선상조는 한 발 더 나아가 수도권과 충청이남 지역의 묘지를 매입하는 작업도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 측은 “상조업이라고 자선사업은 아니다”라면서 “고급 서비스를 통한 차별화로 상조업의 경쟁력을 키워갈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대우조선상조는 단순 장례서비스에서 벗어나 계약자에게 묘지 분양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시장개척하면 뒤는 대기업 꺼?
공정거래위원회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상조업에 진출한다는 것은 분명 소비자가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다만 중소기업들이 거대자본에 밀려 무너지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택배업이 그랬듯, 중소기업이 개척하고 발굴한 시장을 결국 대기업이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대우조선의 상조업 진출 성적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돈 되느냐 여부’에 따라 다른 대기업의 상조업 진출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이미 업계는 상조업 관련 입법과 상조업체 난립에 따른 과다경쟁으로 잔뜩 위축된 상황. 대우조선의 상조업 진출이 과연 어떤 결과를 빚어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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