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씨일가 “회사보다 내 돈 먼저?”

‘유니엘ㆍ비엔에프통상ㆍ롯데후레쉬델리카ㆍ유원실업ㆍ시네마통상’의 공통점은? 바로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총수일가가 최대지분을 보유한 회사라는 점이다. 그동안 재계에선 오너일가와 비상장사간의 ‘부적절’한 밀월관계가 시민단체로부터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롯데그룹의 경우 그룹차원의 밀어주기가 도를 넘어서 ‘기회편취’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 내막에 대해 알아봤다.
롯데그룹은 ‘사회적 노출’을 꺼리는 기업문화로 유명하다. 공개적인 이벤트는 거의 하지 않는다. 심지어 기업설명회(IR)를 하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경제담당 기자들은 취재하기 가장 힘든 곳으로 롯데를 꼽는다.
이런 롯데가 또 다시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게 됐다. 사실상 총수일가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곳에 그룹 차원의 밀어주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 때문이다.
실제 롯데그룹은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매년 천문학적인 배당을 하기로 유명하다.
‘비상장 왕국’ 롯데
우선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맏딸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 일가의 비상장 회사가 눈에 띈다.
롯데그룹 비상장 계열인 유니엘(옛 재영상공)의 실소유주는 신 회장의 외손자이자 신 사장의 맏아들인 장재영씨다.
재계에 따르면 장씨는 유니엘 지분 89.3%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이자 등기이사다. 나머지는 친인척 장지황씨 등이 보유하고 있다.
지난 1991년 설립된 유니엘은 원래 재영상공이라는 회사명을 쓰다가 2003년 유니엘로 바꿨다. 본사도 안산시 목내동에서 경기도 용인으로 옮겼다.
롯데에 포장지를 납품하는 인쇄업체 유니엘은 현재 롯데백화점ㆍ롯데마트 등의 전단지 제작과 각종 판촉물, 광고물 등을 독점하다시피 만들어 내고 있다.
몸이 불편한 것으로 알려진 장씨는 현재 경영에는 적극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배당을 통해 꽤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장씨는 유니엘을 통해 매년 4444%라는 엄청난 배당을 받고 있다.
실제 이 회사는 롯데 계열사의 각종 인쇄물을 제작해 연간 약 234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은 거위인 셈이다.
이와 함께 장씨는 ‘비엔에프통상’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롯데백화점을 비롯 롯데면세점에 의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명품 의류 및 화장품을 수입하는 비엔에프통상은 지난 1994년 ‘새니통상’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가 2003년 비엔에프 통상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현재 베네통, 랑방, 엘리자베스 아덴 등 해외명품 의류 및 화장품을 비롯 프레쉬, 캠퍼, 스위스 라인 등 수십종의 해외 의류 브랜드를 수입하며 롯데백화점에 매장까지 갖고 있는 중견수입업체다.
장씨는 이 회사 지분 99.6%를 소유, 최대주주로 군림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 또한 누나와 여동생인 혜선ㆍ선윤ㆍ정안씨가 갖고 있어 사실상 ‘가족회사’나 다름없다. 이들은 모두 이 회사 이사와 감사로 등재돼 있다.
비엔에프 통상은 2006년 매출 251억5856만원에 순이익 27억4604만원을 올렸고, 재작년 2007년에는 269억6755만원 매출에 23억3074만원의 순익을 올렸다. 매출과 순익 모두 상등세를 보인 것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비엔에프통상 역시 배당률이 무려 4000%에 달한다는 것이다.
잇따른 가족 회사 설립
신 사장과 그 자녀들이 소유한 가족 회사는 또 있다. 시네마통상이라는 회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시네마사업본부 산하의 계열법인인 이 회사 역시 지분구조를 보면 신 사장의 ‘가족회사’나 다름없다.
2009년 1월 현재 최대주주는 전체 지분의 28.3%를 가지고 있는 신 사장이고, 그의 세 딸이 모두 5.7%∼7.6% 보유해 대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시네마통상의 주요업무는 롯데시네마 매장관리와 인력관리다. 사업내용으로만 본다면 그리 대단하진 않지만 롯데시네마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으로 봐선 주목할 만하다.
특이한 점은 롯데시네마 매장관리가 수도권(시네마통상)과 지방권(유원실업)으로 각각 분리돼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신격호 회장의 여성편력에서부터 비롯된다. 수도권은 첫째부인이 낳은 신영자 사장 일가가, 지방권은 셋째부인인 서미경씨 일가가 나눠 관리하고 있는 것.
유원실업은 서미경씨와 그의 딸 신유미씨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신 회장의 두 딸이 가진 롯데 비상장 계열사도 그룹의 전방위 지원을 받고 있다.
장녀 신영자 사장과 차녀 신유미씨가 대주주로 있는 롯데후레쉬델리카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비롯한 롯데계열 유통회사에 삼각김밥을 비롯한 모든 김밥류와 샌드위치, 도시락, 햄버거 등을 납품하고 있다.
이 가운데 김밥과 도시락류은 지난해 롯데계열인 세븐일레븐에서만 총 275억1400만원어치를 팔아치웠고, 샌드위치와 햄버거류는 총 120억6200만원어치를 판매하는 등 유통재벌 롯데를 배경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격호 회장 아들(신동빈)에 뿔난 사연
“컸다고 개기는 거냐”
제2롯데월드에 대해 정부가 허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으로선 평생소원 하나를 이룬 셈이다. 하지만 만만찮은 역풍 탓인지 롯데그룹 내부는 잔칫집 보단 초상집 분위기에 가깝다. 여기에 ‘신격호-신동빈 부자 갈등설’까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어 그 배경에 궁금증이 더해진다. 롯데그룹 부자 갈등설을 추적했다
신동빈 부회장이 ‘포스트 신격호’ 시대를 이끌어나갈 후계자라는 데에 롯데는 물론 재계에서도 큰 이견이 없다. 부친 신격호 회장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지만 실질적인 회사경영은 신 부회장이 도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런 신 부회장에게도 한 가지 고민이 있다. ‘경영능력 부재’란 꼬리표가 늘 자신의 뒤를 따라다니고 있는 탓이다. 최근 두산그룹 주류부문을 사들여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도 이러한 강박관념에서 비롯됐다는 평이다.
그러나 ‘보수경영의 대표’인 신 회장에게 아들의 공격적 경영은 그리 달갑지 만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신 부회장이 추진했던 두산주류 인수전 참여도 만류했다고 한다.
신 회장은 인수 당사자인 롯데칠성음료에서 작성한 인수합병 관련 보고서를 본 뒤 신 부회장에게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로가 장악하고 있는 소주시장에서 흑자를 기록할 수 있을지 불투명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 부회장은 부친의 뜻을 뒤로한 채 결국 두산주류BG를 사들이고 만다. 두산주류BG 매입과 관련된 부자간 갈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매입가를 모으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신 부회장은 두산주류BG를 손에 넣기 위해 그룹 계열사를 총동원, 1조원에 가까운 돈을 외부로부터 끌어들였다. 이는 ‘무차입경영’을 신조로 여겨온 부친의 뜻을 전면 거스른 행동이기도 했다. 더욱이 최근 불거졌던 ‘롯데가 두산에 바가지를 썼다’는 말도 아들에 대한 신 회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이뿐만 아니다. 제2롯데월드를 놓고도 부자간 의견충돌이 발생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11월경 신 부회장을 비롯한 그룹 경영진들이 모인 자리에서 ‘비난이 거세질 경우 낭패를 볼 수 있으니 허가와 관련한 업무들을 당분간 멈추고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신 부회장은 “지금 중단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일단 믿고 맡겨 달라”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보였다고 한다.
그 자리에 있었던 그룹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더 이상 특별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불쾌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신 회장은 허가 소식을 듣고는 오랜 숙원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화를 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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