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력 20년은 탈락, 5시간 교육받고 합격”
“실기시험에 대한 객관적인 채점 기준을 공개하라”
지난 2월 1일 서울 탑골공원에 모인 피부미용사 실기시험 불합격자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전국에서 상경한 100여명의 시위 참가자들은 시민들을 상대로 불합격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고, 시험주관처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허술한 관리감독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울산에서 올라온 이모 씨는 “정당하게 실력이 없어서 떨어졌다면 이해하겠다. 시험에 떨어진 사람들이 뭐가 잘났다고 이런 곳에 나와 떠들고 있겠나? 하지만 객관적인 기준이 뭔지는 알고 싶다. 그래야 다음 시험에는 어떻게 대비라고 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들이 문제를 삼고 있는 시험은 지난해 11월 22일부터 12월 22일까지 전국적으로 치러진 국가기술자격검증시험인 피부미용사 시험. 12월 29일 공단의 최종 합격자 발표가 난 뒤 시험결과에 수긍할 수 없다는 불합격자들의 항의전화가 한국산업인력공단 측에 폭주했다.
불합격자들의 요구는 간단했다. 다음 시험을 위해서라도 객관적인 채점기준과 수험생 개개인의 세부점수를 확인해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단 측은 법률(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5항)적으로 응시생들의 시험점수 세부공개를 거부했다.
이날 집회를 주도한 최인성 씨는 “시험은 객관성이 생명이다. 객관적인 평가기준조차 공개하지 않는 시험을 어떻게 인정할 수 있는가? 또한 자격도 없는 시험 감독관이 수 십년 경력자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사태가 여기까지 오게 된 데는 관련분야에서 10년 이상 수험생들이 대부분 탈락하고, 1-2개월 단기간에 걸쳐 교육을 받은 신참들이 대거 합격했다는 이유가 있다. 남성 수험생의 약98%가 탈락한 것도 수험생들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
대구에서 상경했다는 김모 씨는 “창피해서 못살겠다. 얼굴이나 이름이 나가면 안 된다. 대구에서 피부미용실을 20년 동안 운영해 왔다. 교육생들은 합격했는데, 원장과 강사들이 다 탈락했다는 게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를 확산시킨 데는 공단 측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더 큰 원인으로 꼽힌다. 공단 측은 수험생들의 항의에 대해 “공단은 법률적으로 아무런 문제없이 일을 처리했다. 감독관도 법률에 의거해 3차에 걸쳐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뽑았고, 정해진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채점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공단 측은 수험생들이 제기한 특정 협회와의 유착설, 실기시험 내용의 잦은 번복, 시험내용의 사전유출설 등에 대해 속 시원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감사가 진행 중이다. 감사결과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당연히 책임이 뒤따를 것”이라고만 밝혔다.
한편 ‘피부미용사 실기시험 채점공개 대책위원회’는 검찰과 청와대 등 정부기관에 행정심판 및 민원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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