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인수팀·영업팀 3개월간의‘이상한 동거’
우리투자증권의 이상한 조직개편이 세간의 눈총을 사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라 정보교류 차단장치(차이니스월)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IB사업부 산하에 채권인수팀과 영업팀을 함께 두는 조직 개편을 했기 때문. 5월 차이니스월 시행되면 영업팀과 채권인수팀을 분리시켜야 한다. 이미 경쟁사들은 앞 다투어 채권인수팀과 영업팀을 분리시키는 상황이다. 유독 거꾸로 조직개편한 우리증권의 속내에 업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지난 2월 4일 시행된 자본시장통합법은 지난해부터 증권가를 뜨겁게 달구던 이슈다. 자통법에 따라 관계법이 크게 달라지며 증권사는 이를 대비하기에 바빴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 초에 대부분 조직개편을 단행했으며, 새로 바뀐 법에 대해 준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우리투자증권은 오히려 자통법의 역행하고 있어 시선을 끈다. 타 증권사와 달리 정보교류 차단장치(차이니스월)을 대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증권은 최근 대규모 조직개편을 통해 채권인수팀과 영업팀을 IB사업부 내에서 공존하게 했다.
어차피 흩어져야 할 팀인데
자통법 제 50조 1항에 따르면 인수업과 매매업간 임원을 겸직하거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 전화통화, 회의는 물론이고 심지어 사무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행위조차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차이니스월이라고 불리는 이 제도는 금융투자상품과 관련된 미공개 정보 혹은 이해가 상충될 수 있는 부서로 새어나가 투자자들에게 피해 줄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쉽게 말해, 자문을 통해 얻은 정보를 투자결정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당초 차이니스월 시행은 자통법과 동시에 이뤄지기로 했지만 5월까지 3개월 연기됐다. 증권사에게 내부정리 할 시간을 준 것이다. 이 때문에 기존에 채권인수팀과 영업팀이 공존했던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증권 등은 이미 분리를 완료했거나 예정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기존 영업조직을 소매(Retail)와 도매(Wholesale)의 2개 부문으로 통폐합하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기업금융 등 인수를 담당하는 부문은 IB사업부로 떼어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아직 조직개편이 완료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IB본부에 붙어있는 채권인수팀과 채권영업팀의 분리는 확정된 상황이다. 한화증권은 인사이동을 완료한 후 조직개편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수팀이 IB본부에 흡수되면서 자연스럽게 영업팀과 분리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우리증권만 업계 추세와는 별도로 조직을 개편한 셈이다. 우리증권은 지난 1월 13일 본사조직 슬림화를 위해 15개 담당 임원제를 폐지하고 46개 지원부서를 38개로 통합했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조직 개편 과정에서 오히려 채권인수팀과 영업팀은 IB사업부 산하로 모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차이니스월이 시행되기 전까지 바짝 벌어보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자통법 초반 IB사업부 실적 개선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적 개선을 위한 3개월짜리 ‘프로젝트’라는 추측이다. 사실 차이니스월 시행은 증권사 내부에서도 실적과 깊은 연관이 있는 탓에 적잖은 논란을 빚고 있다. 내부 부서끼리 의견충돌이 벌어지기 일수라는 것이다.
단적으로 모 증권사 채권매매부서 관계자들은 지난해 4월 자통법 시행령이 발표되자 금융위원회를 방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채권 인수와 매매를 분리하는 것은 채권시장을 죽이는 행위”라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며칠 뒤에는 이 증권사의 채권 인수부서 관계자들은 금융위를 방문해 “채권 인수, 매매 간 분리는 우리나라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 획기적인 방안”이라고 극찬했다는 후문이다.
마지막 단물까지 노렸나
사실 이런 증권사 내부의 입장 차이는 어느 정도 당연한 사실이다. 채권인수팀과 영업팀의 정보공유는 실적에 영향을 주는 것이 공공연한 상식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우리증권 관계자는 “차이니스월 시행이 3개월 유예된다는 것을 감안해 조직개편을 한 것”이라며 “차이니스월 제도가 완화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최종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다시 분할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금융위 측에서는 예외를 일부 허용하되 기본 틀을 바꾸지 않을 방침이다. 결국 업계와 거꾸로 조직개편을 한 우리증권 측의 ‘이상한 동거’는 3개월짜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우리증권이 자통법 대비를 꺼리면서 마지막 단물까지 노린 것은 아니냐는 구설수는 당분간 계속 될 전망이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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