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난 펀드 신화 자통법 시대에도 먹힐까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대가 열리면서 증권사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무한 경쟁이 시작되는 만큼 증권사의 희비가 엇갈리리라는 전망 때문이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에 시선이 집중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 회장은 ‘펀드 신화’의 주역으로 떠올랐지만 지난해에는 수익성 악화로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자통법 시행 이후 박 회장은 부활 할 수 있을까. 기로에 선 박 회장의 고민을 짚어봤다.
자통법이 시행되면서 증권사는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자통법 시행은 재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증권사 및 은행과 보험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글로벌 금융사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증권사의 판도는 숨 가빴다. 증권사 M&A가 활발히 이뤄지는가 하면 신규 증권사도 줄지어 생겼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막상 자통법이 시행된 후 증권사는 싸늘한 분위기다.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회장의 고민도 바로 이 대목에서 시작된다.
기대만 못했던 성공 신화
사실 미래에셋과 박 회장은 증권가에서 ‘펀드 신화’ ‘대박 신화’로 통했다. 2007년 펀드돌풍 중심엔 늘 박 회장이 있었다. 이무렵 미래에셋의 각종 펀드는 1년 수익률이 60~70%이상이었다. 펀드 문외한이라도 ‘미래에셋’과 ‘박현주’는 흥행보증 수표처럼 인식됐었다.
그래서일까. 최근 박 회장을 보는 재계의 시선은 썩 곱지만은 않다. 지난해 금로벌 금융위기에 인사이트, 미차솔, 디스커버리 등 미래에셋의 대표펀드는 반토막 이상 떨어졌다. 박 회장에 대한 기대가 원성으로 바뀌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박 회장에 대한 재계 일각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예전의 성공신화를 이어갈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특히 4조원 이상 팔린 인사이트펀드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중국 ‘몰빵투자’라는 지적을 받아 온 인사이트펀드의 중국사랑이 점점 심해지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인사이트펀드의 2008년 4분기(10~12월) 자산운용보고서에 따르면 12월 말 기준 중국(홍콩)의 투자비중은 전체 보유주식의 76.49%를 차지했다. 9월말 기준 67.52%보다 8.97% 증가한 수준이다.
인사이트펀드의 중국투자 비중은 지난해 1월말 40.28%에서 현재까지 두 배 가까이 그 비중이 증가했다. 문제는 중국투자가 불안하다는 전망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는 점이다. 이미 인사이트펀드의 지난해 수익률은 -49.99%까지 추락했다.
이에 따라 인사이트펀드에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집단 소송을 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모 포털업체에 만들어진 이 카페 회원은 현재 5128명에 달한다. 이들은 2월 중순 법무법인 설명회를 갖고 오는 3월 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카페 한 회원은 “박 회장은 펀드 판매시 전세계 어느 시장이건 돈 되는 곳에만 투자한다고 했는데 중국 등에 몰빵해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반면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펀드는 손실을 감안하고 투자한 상품”이라면서 “향후 수익률이 좋아질 가능성도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사이트펀드의 활로는 자통법이 시행된 지금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자통법에 따라 등급제로 나뉘는 펀드 상품에서 미래에셋펀드의 주요 상품이 5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주식형펀드가 기본적으로 4~5등급 사이에서 매겨지지만 4등급(고위험)과 5등급(초고위험)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식형펀드의 펀드 위험등급은 4등급이 가장 낮은 등급이어서 4등급을 다 적용하면 사실상 모든 주식형펀드를 팔 수 있겠지만 5등급인 경우는 굉장히 까다롭다. 소비자에게 상품 일부는 아예 추천도 할수 없고, 가입 절차가 대폭 까다로워진다. 상대적으로 5등급이 많아진다면 그만큼 위축 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문제는 미래에셋의 차이나솔로몬펀드와 인사이트펀드가 가장 위험한 등급인 5등급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데 있다. 이미 삼성증권과 대우증권은 차이나솔로먼펀드에 5등급을 매겼고, 미래에셋증권은 자체적으로 인사이트 펀드와 차이나솔로몬펀드를 모두 5등급 판정했다. 향후 위험등급 설정에 대한 통일된 기준이 나온다 해도 미래에셋 대표 상품은 5등급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대박신화 어디로 가나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주요 펀드가 5등급을 받더라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면서 “향후 물, 대체에너지, 탄소배출권, 날씨 등을 기초자산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하이브리드 파생결합증권(DLS)’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 상품으로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다.
과연 박 회장은 자통법 시대에도 신화를 재연할 수 있을까. 적어도 박 회장은 아직 기회를 놓치진 않았다. 끝없는 수익률 악화에도 여전히 돈은 들어오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에도 4조5991억원을 끌어들여 65개 국내 자산운용사 중 부동의 1위를 지켰다. 아직 박 회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믿음이 존재한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이 믿음이 얼마나 갈지는 미지수다. 수익성 악화로 재차 신뢰를 잃게 된다면 박 회장의 ‘성공신화’도 마침표를 찍으리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자통법 시대를 맞은 박 회장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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