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롯데월드 논란 2라운드…’활주로 변경 비용문제’ 대립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오랜 숙원이었던 ‘제2롯데월드’ 건립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정부가 백배 양보해 신축 허용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활주로 변경공사 비용을 두고 국방부와 롯데의 시각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현재 △장비 보강을 비롯해 △활주로 변경공사 비용 등 관련 비용 3000억원을 롯데가 모두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롯데는 활주로 변경공사 비용을 1000억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막판 변수로 등장한 ‘활주로 공사비용’을 둘러싼 양측 입장을 들어봤다.
제2롯데월드 건설의 핵심 쟁점인 성남기지 활주로 변경비용을 놓고 군 당국과 롯데 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롯데는 활주로 변경공사 비용을 약 1000억원으로 잡고 있는 반면 공군 및 국방부는 3000억원을 고수하고 있다. 무려 2000억원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러한 입장차는 양쪽이 서로 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해석하고 있다는 데서 비롯된다. 제2롯데월드로 인해 발생하는 ‘비행안전 유해사항’을 무엇으로 보고 있는가 하는 문제와 공사 인건비를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국방부가 ‘100% 수익자 부담원칙’을 강조하는 것은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이 재벌특혜란 비판이 이는 마당에, 활주로 변경 공사까지 세금인 국방비로 할 경우 정치적 부담과 비판 여론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성남기지에 있는 케이에이(KA)-1 경공격기 대대 이전 문제다.
이와 관련 롯데는 횡성 이전이 국방계획에 따른 것으로 제2롯데월드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국방부 공식 입장과 같다.
활주로 변경비용 누가?
하지만 군 내부의 입장은 이와 판이하게 다르다. 군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케이에이(KA)-1 시설 대대 를 이전하는 이윤 단 하나, ‘제2롯데월드’ 때문이다. 이에 성남기지 이전에 따른 비용은 롯데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케이에이(KA)-1은 최초의 국산 훈련기 KT-1에 기총, 무장을 달아 운항하는 것으로, 주로 적의 기갑부대나 서해상으로 침투하는 경비정에 대한 근접항공지원(CAS)의 임무를 맡고 있는 기체”라며 “이를 서해에서 (비행기로) 20분 거리인 횡성으로 옮기면 서해상으로 침투하는 경비정에 대한 공중 지원을 사실상 포기하는 셈이라 국방 계획에 따라 이전한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공군은 북한 해군의 도발 시 함정급 이상의 큰 배에 대해서는 케이에프(KF)-16 등 전투기로 대응한다. 하지만 500t 미만의 경비정 침투 시에는 상대적으로 비행 비용이 저렴하고 작은 목표물의 확인 및 격침이 용이한 케이에이(KA)-1 경공격기로 대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지를 횡성으로 이전하게 되면 가는 데 20분, 오는 데 20분 등 도합 40분 정도를 추가로 잡아먹기 때문에 실제 서해상 전투시간이 극히 짧아진다는 것이다.
실제 공군의 1출격 임무시간(소티)은 1시간30여분으로, 횡성 이전 시 케이에이(KA)-1은 서해에서 전시 상황이 발생하면 왕복하는 데만 임무시간의 절반을 잡아먹게 된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활주로 변경 공사비용, 경공격기 케이에이(KA)-1 대대 강원 횡성 이전 비용, 정밀접근 레이더, 장애물 인식경보시스템, 장비 보강 등 모두 3000억원 가량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동쪽 활주로 각도 변경은 기존 활주로 하반부를 뜯어내고 활주로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 만큼 최소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되며, 케이에이(KA)-1 대대를 횡성기지로 옮길 경우 서울공항 격납고 이전 비용만 500억~1000억원 이상 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변경된 활주로 끝이 성남 탄천에 접하기 때문에 하천에 붙은 활주로를 보강하고 △관제레이더 △거리측정장비 △전방향 무선표지시설 △공중충돌경고장치 등을 보강하는 데만 1000억원 가량이 들 것으로 보인다.
군인으로 인건비 ‘퉁?’
그러나 롯데는 비행 안전 관련 장비도 기존 활주로 장비를 ‘재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이를 새로 사 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관련 비용을 모두 현물로 받기로 한 만큼 활주로 보강에도 자갈, 콘크리트, 철골, 모래 등 관련 자재를 롯데가 사다 주면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공사인력의 경우 군이 군 내 인력을 이용해 활주로 이전공사를 하면 된다는 게 롯데 측 생각이다. 이에 따르면 공사비용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인건비는 롯데가 아닌 군에서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 군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활주로 이전공사 자체가 롯데 측의 필요에 의해 이뤄지는 것인 만큼 병사들에게 공사를 부담시키는 것은 안 될 말이라는 것이다.
군은 공사에 들어가는 인건비만 200억원가량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편 지난 1월 7일 국방부와 롯데는 “비행 안전에 대한 제반 비용을 롯데가 부담한다”는 조건하에 제2롯데월드를 허용하는 것으로 가닥 잡았다. 이 문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롯데가 부담할 공사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활주로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민간 비행장과 다른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에 안전사고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전문가의 전언이다. 이 문제를 풀기위해선 ‘솔로몬의 해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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