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기운 다했다” VS “아니다” 팽팽
“땅 기운 다했다” VS “아니다” 팽팽
  • 윤지환 
  • 입력 2004-07-01 09:00
  • 승인 2004.07.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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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수도 이전 계획이 발표되자, 서울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서울은 수도로서 역할을 다했다”고 말하는가 하면, 또 다른 측에선 “아직도 서울만한 명당이 없다”며 풍수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과연 서울이 수도로서 운명이 다한 것일까. 풍수전문가들이 말하는 ‘수도 서울’을 집중 취재했다. 행정수도 이전 계획을 둘러싼 국민투표 여부를 놓고 여·야 간에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풍수학자간의 논쟁이 뜨겁다. 수도 이전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기는 고려 말 이성계가 조선을 창업했던 600여년 전 당시와 다를 바가 없다.

서울은 600년 전부터 지금까지 ‘좋은 땅이다’ ‘나쁜 땅이다’를 놓고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지역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수도 이전 논란과 맞물려 이목의 집중을 받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다름 아닌 풍수지리학자들. 이들은 서울의 풍수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우선 과거에는 서울이 풍수지리학적으로 어떻게 해석됐는지 알아보자. 서울은 철저하게 풍수지리학의 사상에 영향을 받아 그 입지가 결정됐다. 풍수지리에서의 명당은 높고 낮은 산이 사방을 둘러싼 가운데 작은 하천이 모여 흘러나가는 입구가 남쪽으로 터져 있는 곳을 말하는데, 이런 점에서 조선시대의 한양은 교과서적인 명당 지형이라고 풍수학자들은 입을 모았다.

서울의 인왕산은 백호(白虎), 낙타산은 청룡(靑龍)에 해당되며 한강은 객수(客水), 명당수(明堂水)인 청계천은 임수(臨水)에 해당된다. 이 때문에 예로부터 한양은 고려 중엽 때부터 당시의 수도였던 개성과 평양에 버금가는 도시로 각광을 받았다.한양은 개경(개성), 서경(평양), 동경(경주)과 함께 4경의 하나였던 남경이라 불렸는데, 정치적 사건이 있을 때마다 개성지기쇠퇴설(開城地氣衰退說)과 함께 남경천도설(南京遷都說)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던 곳이기도 하다. 풍수지리와 관련, 궁궐 위치에 관한 무학대사와 정도전의 대립은 유명한 일화로 전해지고 있다. 무학대사는 관악산의 화기(火氣)를 막기 위해서 경복궁을 동향으로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정도전이 “자고로 제왕은 모두 남쪽으로 궁을 건설했다”며 “한강이 화기(火氣)를 막아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무학대사는 “도읍을 정할 때 중의 말을 들으면 나라가 연장될 것이나 정씨의 말을 들으면 5대가 가기 전 혁명이 일어나고 200년도 못 가 나라가 흔들릴 난리가 일어난다”고 예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개국 후 세조의 왕위찬탈 등 변고가 끊이지 않았으며 개국 200년인 1592년엔 임진왜란까지 발생, 백성을 도탄에 빠뜨렸다. 한편 오늘날 풍수학자들의 해석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신행정수도이전과 관련, 많은 풍수학자들이 ‘서울과 같은 명당은 어딜 가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서슴지 않고 단언할 정도로 서울은 명당 중 명당으로 꼽힌다.

그러나 수도 서울의 지기(地氣)가 쇄했는가 하는 물음에 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어떤 풍수학자는 명당수인 청계천이 흐려진데다 시간이 오래 지난 탓에 지기가 쇄해 천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또 다른 풍수학자는 서울은 화산이 보하고 있기 때문에 지기가 결코 쇄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어떤 풍수학자는 서울의 지기(地氣)가 쇄하긴 했지만 이를 보강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며 중립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지기(地氣)에 대해서는 각각의 풍수가들이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청와대와 경복궁 터에 관해서는 잘못 잡은 터라는데 대부분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로서 서울의 지기(地氣)는 과연 그 수명을 다한 것일까. 지기(地氣)에 관한 정답을 찾기 위해 풍수지리학자들의 견해를 들어 보았다.

◆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

(현 행정수도이전 자문위원)천도 지역을 선정하기 위해서는 현재 서울이 가지고 있는 지리적 요소와 풍수적 요소를 평가해야 한다. 평가 기준은 배산임수지역인가, 산하금대에 속하는가, 생기와 음기의 생성이 어떠한가, 주산이 위엄을 갖추었는가, 주산 보좌산이 있는가 등의 요건을 살펴야한다.서울의 지기가 다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는데, 보통 지기(地氣)가 쇄락해지는 근거로 흔히 두 가지를 든다. 하나는 고려시대의 풍수로 높은 건물이 올라가면 지기가 약해진다는 설과 또 하나는 조선시대 풍수로 도읍지의 나무가 크게 자라지 못하고 죽을 경우 국운이 망한다는 설이다. 그런 맥락에서 서울의 기운은 아직 다했다고 볼 수는 없다. 청계천을 복원할 경우 지기를 북돋우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 고만수- 구전심수 풍수가

어떤 풍수학자는 아직 수도로서 서울만한 땅이 없다고 하지만 찾아보면 1000년 번영을 약속하는 명당은 얼마든지 있다. 서울은 이미 땅의 기운이 죽은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계천 복원도 풍수지리학적으로 볼 때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다.심지어 정감록에서는 서해안 섬들에도 수도의 가치를 지닌 땅이 있다고 하기도 했다. 왜 서울을 대신할 만한 곳이 없겠는가. 다만 천기누설이라는 부분 때문에 섣불리 공개하는 것을 꺼리는 것뿐이다.

◆ 박시익- 풍수연구가

서울시의 산은 대부분 화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울은 과거에 비해 지기가 많이 소실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화산이 주위를 둘러싸 기운을 보강해 주고 있기 때문에 수도를 옮길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서울은 수도로서 손색이 없는 명당이지만 청와대와 경복궁 터는 좋은 터라고 할 수 없다. 청계천 복원은 서울의 기운을 되살리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본다. 개인적인 소견으로 서울만한 명당을 찾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지종학- 풍수학자

서울은 불타는 형상을 하고 있는 화형산이 많다. 이 산들은 센 기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울의 지기가 쇄하는 것을 막아준다. 서울 같은 자리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청와대와 경복궁 터가 문제다. 차라리 청와대를 옮기는 것이 국운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또 청계천은 서울의 명당수로 이를 복원하는 것은 풍수학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윤지환  jjd@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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